「2030년 인공지능과 생활」 보고서는 “언론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환상적으로 예측하는 것과는 달리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만일 사회가 공포와 의심으로 인공지능에 접근하면 인공지능의 발전을 늦추는 빌미가 되어 결국 인공지능 기술의 안전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보고서는 “사회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인공지능에 접근하면 앞으로 개발될 기술이 인류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한국에서는 인공지능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여기고 있지만 2030년 인공지능의 산업 측면을 다룬 이 보고서에서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p.72)
미국 백악관의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58쪽, 「인공지능, 자동화, 경제」는 55쪽의 짧지 않은 보고서이지만,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초래되는 불가피한 사회변화처럼 여기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두 번째 보고서(7쪽)에 다보스 포럼을 언급한 대목에서 딱 한 번 나올 따름이다.
세계 첨단기술의 요람인 미국에서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 한국사회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국회의원과 사회 명사의 입, 국영방송의 텔레비전 화면, 유력언론의 경제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가 뭘까. (p.79)
인류가 텔레파시 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의 뇌를 서로 연결하여 말을 하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소통하는 기술, 곧 뇌-뇌 인터페이스BBI: Brain-Brain Interface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뇌-뇌 인터페이스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결과가 세 차례 발표되었다. (…) 첫 번째 실험 결과는 미국 듀크대 신경과학자 미겔 니코렐리스가 동물의 뇌 간 BBI를 실현한 것이다. (…) 두 번째 실험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유승식 교수와 고려대 박신석 교수가 동물의 뇌와 사람 뇌 사이에 BBI를 실현한 것이다. (…) 세 번째 실험 결과는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교수 라제시 라오와 심리학 교수 안드레아 스토코가 사람과 사람 뇌 사이에 BBI를 실현한 것이다. (…)
인터넷으로 연결된 두 사람은 비디오 게임을 했다. 라오는 비디오 게임의 화면을 보면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조작할 생각만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때 라오의 뇌파는 컴퓨터에 의해 분석되어 인터넷을 통해 스토코의 머리로 전송되었다. 스토코 머리의 TMS 헬멧은 라오가 보낸 뇌 신호에 따라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라오가 게임을 조작하려고 생각했던 그대로 스토코의 손이 움직여 키보드를 누르려 했다. 물론 스토코는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8월 12일의 이 실험은 사람 사이의 뇌끼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pp.144~146)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이는 영감으로 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헌신하고 고생한 끝에 비전을 발견하고 실현한다. 창의성은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싶은 경영자는 통제를 완화하고,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동료 직원들을 신뢰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들의 공포를 유발하는 요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집단재능』에서 힐은 “좋은 리더가 혁신에서도 효율적인 리더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는 잘못일뿐더러 위험한 생각”이라고 전제하고,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최고경영자를 인터뷰해서 그들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힐은 『집단재능』에서 “기업의 혁신적 제품은 거의 모두 한두 명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노력한 결과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하고 혁신을 ‘팀 스포츠’에 비유했다.
따라서 진정한 혁신 리더십은 “구성원의 재능을 한데 모아 ‘집단재능’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창의성을 마라톤에 비유한 캣멀과 집단적 노력의 결과로 보는 힐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3·4월호 인터뷰에서도 힐은 “혁신의 성패는 집단재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pp.183~184)
제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4차산업혁명을 연구하는 모임이 세 개나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4차산업혁명은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 영국에서 시작된 1차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이 기폭제가 되었다. 1784년부터 증기기관은 생산 방식을 수공업에서 기계가 물건을 만드는 체제로 바꿔놓았다. 19세기 말 전기와 컨베이어벨트의 발명으로 시작된 2차산업혁명은 분업에 의한 대량생산을 실현했다. 1960년대에 전자공학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3차산업혁명은 생산 자동화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명을 일으켰다.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은 3차산업혁명이 창출한 디지털 세계와 기존의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영역이 통합된 것을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이라고 한다. 요컨대 4차산업혁명은 인터넷으로 형성되는 가상 세계를 제조 현장처럼 기계장치가 작동하는 현실 세계와 통합하는 가상물리 시스템을 구축·활용하는 기술 융합 혁명이다.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이 단순히 3차산업혁명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그 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기술 발전 속도가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이다. 둘째, 기술 파급 효과가 모든 나라 모든 산업에 현상파괴적disruptive이다. 셋째, 기술 발전이 초래한 변화의 폭과 깊이가 모든 생산·경영·거버넌스 체제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수십억 명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런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핵심기술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만물인터넷, 자율차량, 첨가제조(3차원 인쇄),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재료과학, 에너지 저장기술, 양자컴퓨터 등 10가지를 꼽았다. 10대 기술 중 양자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산업화하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기술이다.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으로 전 지구적으로 소득이 향상되고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경제학자 에릭 브리뇰프슨이 지적한 것처럼 노동시장을 파괴해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언급했다. (…)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이 우리 자신, 곧 정체성, 프라이버시, 소유권, 소비성향, 여가생활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을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또 4차산업혁명이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어 우리의 심장과 영혼을 빼앗아갈 수도 있지만, 인간 본성의 훌륭한 덕목인 창의성·감정이입·도덕적 책임감을 고양할 수도 있다”면서, 4차산업혁명의 성패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2016년 1월 슈바프는 그가 창설하고 회장으로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4차산업혁명은 한국사회에도 적용할 만한 개념인지 제대로 공론화 한번 하지 않은 채 눈 깜짝할 사이에 국가적 화두가 되었다. (…) 젊은이들이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비꼬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4차산업혁명 때문에 심화되지 않게끔 다각도로 성찰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주길 당부하고 싶다. (pp.185~188)
4차산업혁명이 벼락처럼 한국사회의 국가적 화두로 부상하면서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과 기술자 집단은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절체절명의 기회로 여기고 있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야기될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다보스 포럼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시장이 파괴되어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고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서둘러 교육과 고용 정책을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pp.213~215)
뮤테이터와 멜로믹스는 진화에 의한 변형을 통해 스스로 창작했다는 측면에서 아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자신의 창작 과정을 심미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는 결코 인간의 창조성을 본뜰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사람의 창조적 사고 과정을 그대로 본뜬 컴퓨터 개발이 가능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인공창의성 분야 권위자인 영국 철학자 마거릿 보든의 말처럼 “컴퓨터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면 우리는 흥미롭고 아름다운 수많은 작품을 잃게 될 것”이다. (p.137)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