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뛰어나지도 않고 별로 건전하지도 못하지만, 탁월한 대하소설이다. 역사적인 배경은 놀랄 만큼 치밀한 의식 속에서 잘 다루었다. 그러나 도덕적인 문제를 다룬 시각은 훨씬 덜 선명하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이 제시된다. 붕괴되는 과정의 사회에서는 어떤 조건하에서 인간의 생존이 가능할까? 스칼렛은 그냥 살아남기만 한다면 삶이 제시하는 어떤 조건이라도 다 받아들이려고 한다. 미첼은 여주인공의 그러한 집념을 용납하는 듯싶다. 그러면서도 작가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조건을 따르면서 생존하기를 거부하는 인식을 바탕으로 삼아 문명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암시한다.
존 P. 비숍 John P. Bishop (『푸른 열매Green Fruit』의 작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단순히 즐거움만 제공하는 이상의 어떤 가치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생명력이 넘쳐흐르고, 여주인공은 에이해브 선장과 허클베리 핀에게 활력을 부여한 생명력으로부터 창조되었다. 『런던 옵저버』는 지난 50년 동안 탄생한 소설의 주인공들을 검토한 결과, 스칼렛 오하라를 셜록 홈스, 조지 배빗, 피터 팬의 수준에 포함시켰다.
제니스 파 (『애틀란타의 마거릿 미첼』의 저자)
「글쎄, 이런 이유 때문이야. 우린 불가항력에는 굴복하지. 우린 밀이 아니라 메밀이니까. 폭풍이 불어오면 잘 영근 밀은 바짝 마르고 바람에 따라 휘지도 않기 때문에 쓰러지고 말아. 하지만 영근 메밀은 물기를 머금어서 잘 휘지.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메밀은 전과 거의 마찬가지로 곧고 튼튼하게 벌떡 일어서. 우린 목에다 힘이나 주는 족속이 아냐. 우린 유연하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를 알기 때문에 심한 바람이 불 때는 무척 잘 휘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우린 그저 묵묵히 불가항력에 순종하고, 일하고, 미소를 짓고, 그러곤 기다려. 때문에 우린 훨씬 열등한 사람들하고도 어울리고, 그들에게서 받을 만한 도움은 얻어 내지. 그리고 힘을 충분히 얻게 되면 우린 신세를 졌던 사람들을 이용만 해먹고 차버려. 그것이, 얘야, 바로 생존의 비결이란다.」 그리고 잠깐 침묵을 지킨 다음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난 우리의 비결을 너한테 전해 주고 싶어.」
노부인은 독을 머금기는 했어도 자신이 한 말이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그녀는 마치 스칼렛에게서 무슨 반응이라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스칼렛은 노부인의 말이 뜻하는 바를 별로 납득하지 못했고,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 pp.1132-1133
「이봐요, 당신이라면 모험을, 흥미를 가지고 모험을 할 만큼 훌륭한 대상이었어요. 왜냐고요? 당신은 남자 친척들에게 달라붙어 의지하고, 좋았던 옛 시절 타령이나 하는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발 벗고 나서서 돌아다녔고, 이제 당신은 죽은 사람의 지갑에서 훔친 돈과 남부 동맹에서 훔친 돈을 밑천으로 삼아 충분한 재산을 모아 놓았어요. 당신의 과거 이력을 보면 살인을 했고, 남의 남편감을 빼앗고, 간음을 기도했고, 심한 감시를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교활한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기도 했어요. 그런 면들을 보면 당신은 정력과 결단력이 대단한 사람이어서, 돈을 대줘도 괜찮은 대상이라는 계산이 나와요. 실속을 차릴 줄 아는 사람을 도와준다면 재미가 나거든요. 난 로마의 늙은 여장부 같은 메리웨더 부인이라면 차용증 한 장 없이도 1만 달러쯤은 선뜻 빌려 주고 싶어요. 그 여자는 파이 한 바구니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보라고요! 사람을 대여섯 명이나 고용한 빵집을 운영하고,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배달 마차를 끌고 다니는가 하면, 게으르고 보잘것없는 크레올 사람 르네도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일을 즐기기까지 하죠. ……뿐만 아니라 몸은 반쪽밖에 안 되는데 두 사람 몫의 일을, 그것도 아주 훌륭히 해내는 가엾은 악당 토미 웰번이나 또는---글쎄요, 따분해질 테니까 더 이상 늘어놓지는 않겠어요.」
「아닌 게 아니라 당신 얘기는 참 따분하군요. 어찌나 따분한지 미치겠어요.」 언제나 불쾌감을 자극하는 화제인 애슐리 얘기로부터 관심을 돌리게 하려고 레트의 약을 올리려는 속셈으로 스칼렛이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짤막하게 웃기만 하고, 도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 p.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