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뜨의 생김새에서는 꾸밈과 잔꾀 그리고 교태가 두드러진 반면, 쥐스띤느에게서 풍기는 정숙함, 섬세함 그리고 수줍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처녀의 순결한 기색, 호의로 가득 찬 크고 푸른 눈, 눈부신 피부, 가냘파 날아오를 듯한 몸매,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를 듯 감동적인 음성, 상아 같은 치아, 아름다운 금발 등, 이상이 그 매력적인 동생의 윤곽이며,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천진스러운 우아함과 감미로운 모습은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의 산물인지라, 그 어떠한 화가의 붓으로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 pp.11-12
「아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얼마 안 가서 아가씨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말 거예요.」 뒤부와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의 심판이라든지 천벌, 아가씨가 기다리는 장래의 보상 등 그 모든 것은 학교의 문턱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좋으며, 세상에 나와서도 여전히 그따위 것들을 믿는 어리석음을 간직한다면 굶어 죽기에 알맞을 것이니, 아예 그것들을 내던져 버려요. (……) 쏘피, 당신이 미쳐서 당신의 우상으로 삼은 그 야만스러운 섭리가 풀숲에 기어 다니는 뱀처럼 이 지상에서 굽실거리며 기어 다니도록 단죄한 우리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두가 경멸하며, 힘이 없다고 하여 모두들 모욕하고, 이 땅 위 어디를 가나 쓰라림과 가시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인데, 범죄의 손길만이 오직 생명의 문을 열어 주고 그 생명에 우리를 의탁시켜 주며 우리들을 그 속에 보존시켜 주거나 우리가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도, 당신은 우리들이 범죄를 거절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 pp.41-42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원형을 이룬 다음 저를 가운데에다 놓더니, 2시간 이상이나 저를 면밀히 관찰하고 검토하며 만져 본 다음, 그 네 탕아들이 차례차례 각자의 견해를 말하는데, 칭찬하는 놈도 있었고 비판적인 놈도 있었습니다 ─ 이 부분에 이르자 우리의 아름다운 여죄수는 얼굴을 몹시 붉히며 말하였다 ─ 부인, 이 첫 의식에서 행하여진 음란한 세부 사항들의 일부를 부인께 숨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한 경우에 방탕이 그 난봉꾼들에게 충동질했을 모든 것을 상상 속에서 그려 보십시오. 그들이 저의 동료들과 저 사이를 차례차례 오가면서 비교도 하고, 맞대어 보고, 재어 보면서 떠들어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나 부인께서는 그 첫 향연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에 대해 아마 극히 일부분밖에 상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모든 것도 제가 그다음에 겪은 끔찍한 일들에 비하면 가볍기 이를 데 없습니다. (……) 그 음험한 사나이는 자기의 추악한 쾌락을 얻기에 적합한 자세로 저를 소파에 놓고, 앙또냉과 끌레망으로 하여금 저를 꼼짝 못 하도록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라파엘, 이탈리아 놈, 수도사이며 변태적인 라파엘은, 저의 처녀성은 건드리지도 않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오! 방황의 절정이여! 그 더러운 남자들은, 각각 자기의 비천한 쾌락 추구 방법을 택하면서, 자연의 법칙을 망각하는 것을 자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듯하였습니다. --- pp.114-115
나의 부와 힘으로 내가 너를 지배할 수 있는 처지인데, 네가 네 자의로 내게 도움을 주었다든가 혹은 너의 기본 책략이 너로 하여금 나에게 봉사함으로써 너의 자유를 회복하라고 명령했다 해서, 내가 나의 권리를 너에게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야? 도움이라는 것이 아무리 평등한 관계에서 주고받아졌다 할지라도, 고상한 영혼의 자존심이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비하시키지는 않는 법이야. 무엇을 받는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모멸받는 처지에 있지 않겠어? 그리고, 그가 느끼는 그 모멸감이 이미 그가 받은 도움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는 것 아니겠어? 다른 인간보다 스스로를 높임이 자존심에게는 일종의 즐김 아니겠어? 그런데 은혜를 끼치는 사람에게 또 무슨 보상이 필요하다는 말이야? 게다가 그러한 은혜가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의 자존심을 모독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무거운 짐이 될진대, 무슨 권리로 그 짐을 계속 지고 있으라는 것이야?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와 부딪칠 때마다, 도대체 왜 나 자신이 번번이 그 모욕에 동의해야 한다는 말이야? 따라서 배은망덕이라는 것도 하나의 악덕이 아니라, 선행이 나약한 영혼의 미덕이듯, 기개 높은 영혼의 미덕이야. --- p.171
오!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 제위께서도, 허영에 빠졌다가 스스로를 추스른 이 여인처럼 우리의 이야기에서 얻은 바가 있기를 바라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진정한 행복은 미덕 속에 있으며, 또 미덕이 지상에서 박해당함을 하느님께서 용인하심은, 하늘에서 그에게 더 기쁜 보상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신하시기 바라노라.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