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노래가 게이 송가의 자격을 얻는 건 아니다. 노래방에서 일년에 수백 번 머라이어 캐리의 최근 노래를 불러봐야 그건 게이 송가가 될 수 없다(힙합과 게이 송가라니, 당치도 않다). 게이 송가가 되는 조건은 간단하다. 첫째, 가장 중요한 조건은 목청 좋은 디바들의 노래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주디 갈란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글로리아 게이너,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도나 서머 등 게이 송가를 부른 대부분의 가수들이 디바 타입의 팝 가수들이다. 그들이 부른다고 모두 게이 송가가 되는 건 아니다. 게이 송가는 특정한 테마를 다루어야 한다. ‘사랑의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No More Tears」, 셰어의 「Believe」)이거나, ‘우리는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노래(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 빌리지 피플의 「YMCA」)라면 게이 송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담은 노래(글로리아 게이너의 「I Am What I Am」,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도 마찬가지다. 주디 갈란드의 「Over the Rainbow」나 펫 숍 보이즈의 「Go West」처럼 이상향을 꿈꾸는 노래들도 게이 송가의 반열에 쉬이 오른다.---p.18 ‘서바이버들의 게이 송가에 환호하라’(김도훈) 중에서
김연아의 팬들은 진심을 담아서 오랫동안 김연아의 올림픽 우승보다 더 간절한 소망은 그녀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를 만든 일등공신은 브라이언 오서, 이등공신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버지 눈빛이라 불리는 오서의 눈빛에, 윌슨의 말투 자체로 커밍아웃하는 목소리와 제스처엔 동성애자의 인장이 너무도 선명히 새겨져 있지만, 한국의 주류 언론은 어디도 이들을 ‘게이’로 조명한 기사를 쓰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오서가 게이란 것이 연아가 금메달 따는 데 그렇게 결정적 영향을 끼쳤어? 그게 그렇게 중요해? 아, 그것도 누군가에겐 중요하다는 말씀이다.---p.76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그라운드에도’(김철민) 중에서
글이 그렇듯이 사진에서도 작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크면 클수록 결과물이 아름다워지는 것. 가령, 스트레이트 남자 사진가가 여자를 찍었을 때, 스트레이트 여자가 남자를 찍었을 때 사진에 담긴 피사체의 느낌은 육안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아름다울 확률이 높다. 게이라면 어떨까? 게이들은 남자의 얼굴이나 육체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애정이 담긴 눈으로 포착해낸다. 그와 동시에 여자를 찍을 때는 스트레이트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 즉 성적인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제거된 여자의 새로운 모습을 포착해낸다. 여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과 남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 남자가 보지 못하는 남자의 아름다움 그 모두를 포착해낸다고나 할까. 그로 인해 그들의 시선은 일반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밖에 없고, ‘신선한 자극’은 패션계가 늘 애타게 원하는 ‘무엇’이다. ---p.84 ‘게이, 패션계를 움직이다’(심정희) 중에서
성소수자들은 가족제도에서 배제됨으로써 일상적으로 차별을 경험한다. 파트너와 함께 재산을 모은 경우에도 파트너 관계를 해소하게 될 때 재산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있고, 법적 상속에서도 배제되어 파트너의 사망과 동시에 심각한 재산상, 신분상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와 관련해서도 파트너에 대한 수술동의서도 쓰지 못하고 의료접견권도 인정받기 힘들다. 동성 커플이 공동으로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국제 커플의 경우 외국인 파트너가 정년퇴임으로 취업비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생이별을 해야 한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자체가 부정되고 있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법원 역시도 동성 커플에 대해 사실혼과 같은 보호를 국가가 제공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 관념에 의하면 혼인이라 함은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의미하고, 아직 그 의미에 있어서 변화를 찾을 수 없다”면서 “동성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 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동성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 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다”고 한 것이다.---p.216 ‘사랑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 중에서
Q. 동성애는 선천적인 건가요, 후천적인 건가요?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네네, 며느리도 몰라요. 다만, 이성애가 존재하듯 동성애 역시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 당신 곁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사실상 동성애의 원인을 밝히려는 질문은 ‘무엇이 어떤 사람은 동성애자로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이성애자로 만드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동성애자가 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동성애를 질병이나 장애라고 보는 시각, 또한 고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성애자들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성애자가 되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이는 이성애를 자연스럽게 보기 때문이겠죠. 이성애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딱 그만큼, 동성애도 자연스럽답니다.
---p.234 ‘당신이 게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하지만 묻기엔 망설여지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