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자 이희경)는 이 책에서 수레 제도와 수차, 가마 및 벽돌 제도, 농기구와 농법에 이르기까지 청조의 선진 사례를 받아들여 낙후된 조선을 개혁하자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희경은 당대 최고의 중국학자이자, 《설수외사》는 또 하나의 《북학의》인 셈이다. 특히 이희경은 《설수외사》에서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민民의 생활을 바꾸기를 희망한다. 즉 그 희망은 이용후생을 통해 현실을 경장更張하려는 ‘이희경의 조선 개혁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이다. ---p.6 ‘책을 옮기며’ 중에서
만주인은 중국의 제도를 마음대로 뜯어고치지 않았으니, 이는 마치 여관에 잠시 머무른 나그네가 말안장을 얹어두고 새벽닭이 울면 행장을 꾸려 출발할 생각을 늘 가지고 있는 것과 같소. 이 때문에 위로 요堯 임금순舜 임금우禹 임금탕湯 임금주공周公공자한나라당나라송나라명나라의 예악禮樂형정刑政율도량형律度量衡거마車馬기용器用궁실宮室성곽城郭산천山川요속謠俗인물人物문장文章번화한 시장서화금석金石으로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도구를 예리하게 만들어 기능성을 높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방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백 대 동안 전수되어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니, 선왕의 법도를 찾고자 한다면 중국을 놔두고 어디에서 구하겠소.---p.36-37 ‘다섯 번 중국을 드나든 사연’ 중에서
성인은 마음이 바르기 때문에 사는 곳도 바르게 구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자董子가 “임금이 된 자는 자기 마음을 바로잡음으로써 조정을 바르게 하고, 조정을 바로잡음으로써 백관을 바르게 하고, 백관을 바로잡음으로써 만백성을 바르게 하고, 만백성을 바로잡음으로써 사방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라고 한 말도 이러한 뜻이다.--p.115 ‘도성의 구획’ 중에서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윗사람의 가르침이 없어 농사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힘만 많이 들 뿐 거두는 효과는 매우 적다. 1년 내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지만 굶주림은 더욱 심하니, 어찌 딱하지 않은가. ---p.123 ‘농사는 천하의 근본’ 중에서
농사와 누에치기는 나라의 큰 근본으로, 후생厚生과 이용移用의 방도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위에서는 가르침을 내리지 않고 백성들은 제멋대로 하여 결국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도 어리석어 돌이킬 줄을 모르니 어디에서 성인이 남기신 법도를 볼 수 있겠는가 ---p.132 ‘누에치기’ 중에서
천하의 일에 관한 수천수만 가지 법과 제도는 모두 우리가 본받아서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도구의 기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삼을 만한데, 그 중에 농민에게 가장 급하고 몇 배나 편리한 것 한두 가지를 기록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공감하기를 기다리는 바이다.---p.138 ‘농기구’ 중에서
성인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반드시 백성들의 생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 주었다. 백성들에게 먹을 음식이 없어서는 안 되므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고, 백성들에게 입을 옷이 없어서는 안 되므로 누에치는 법을 가르쳤으며, 백성들에게 거주할 곳이 없어서는 안 되므로 집 짓는 법을 가르쳤다. 백성들이 늙어서도 고기를 먹지 못하자 가축 기르는 법을 가르쳤고, 백성들에게 사용할 기구가 없자 기구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백성들이 재화를 유통시키지 못하자 장사하는 법을 가르치고 운송 수단인 배와 수레, 운반 수단인 소와 말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모두 이들을 이용하여 활기차게 왕래하면서 즐겁게 생산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물자가 풍부하게 되어 근심 걱정을 모르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예의禮義로 인도하고 인선仁善으로 권면하자, 백성들이 물이 아래로 흐르듯 호응하여 인의仁義를 행할 줄을 알았다.---p.153 ‘곳간과 예의염치’ 중에서
천하의 사물은 귀하다고 지나치게 애호해서도 안 되고 천하다고 지나치게 버려두어서도 안 된다. 천한 것을 귀하게 만들고 귀한 것을 천하게 만들어 백성들에게 보탬을 주고 만세토록 쓰이게 해야 하니, 이것이 산업을 다스리는 본뜻이다. 예컨대 금, 은, 구리, 주석을 귀한 것이라 하여 백성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금하지 않는다면, 귀한 것이 더욱 귀하게 되어 도리어 귀하게 쓸 데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p.157 ‘도자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