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우리가 급기야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2013년, 아내와 나는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 생활을 스스로 접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두 아들은 자퇴서를 냈다. 그러고는 커다란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길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는 세계일주의 첫걸음을 뗀 것이다.
홍콩과 마카오를 거쳐 인도에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히말라야를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을 둘러보는데 6개월이 걸렸다. 이어서 북미 대륙으로 넘어가 미국과 캐나다를 동서와 남북으로 가로지른 끝에, 지금은 캐나다 서부의 어느 조그만 도시에 잠시 눌러앉았다. 이제 중남미만 한 바퀴 돌면 그럭저럭 세계일주의 구색은 맞춰지는 셈이다. -06p
히말라야 산맥이 예전에 바다였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히말라야 소금이다. 바다였을 때의 소금 성분이 암염의 형태로 남아 있고 인도와 네팔, 파키스탄 등 히말라야 주변의 각국에서 소금 광산을 개발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바닷물에서 채취한 천일염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하여 이 히말라야 돌소금이 이른바 명품 소금으로 유행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인터넷 쇼핑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28p
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 지역으로 건너온 초기의 기독교인들은 외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암벽과 바위 계곡 사이를 깎아 거주지를 만들었고, 나중에는 동굴 교회와 지하 도시까지 건설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인간의 힘이 합쳐져 SF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선정될 만큼 독특한 지형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의 무대가 된 것으로도 유명한 카파도키아는 지상에서 봐도 아름답고 특이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열기구를 타고 수백 미터 상공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는 그림은 네팔 포카라에서의 패러글라이딩에 버금갈 정도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이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훑은 우리의 세계 일주 1장은 막을 내렸다. 고맙고 반가웠던 한국의 단체 관광객들과 헤어진 뒤, 우리는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프랑스 파리 에 입성했다. -88p
은생이언은 흔히 선캄브리아대라고도 한다. 이 요상하게 생긴 단어를 인수분해(?)하면 선(先) + 캄브리아(Cambria) + 대(代)가 된다. 다시 말해 현생이언의 첫 번째 시기인 캄브리아기에 앞선 시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은생이언과 같은 뜻이 되는 셈이다.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는 했는데, 정작 이 시대는 남아 있는 화석이 거의 없고 딱히 기억에 담아둘 만한 사건도 별로 없다.
지질 시대를 인류의 역사에 비유하자면 은생이언은 문자(화석)에 의한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 현생이언은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 시대에 해당한다. 물론 은생이언 이전에도 지구는 존재했지만, 지구가 처음 탄생한 46억 년 전부터 은생이언이 시작된 40억 년 전까지는 지각이 생겨나고 대기와 바다가 만들어지는 등 지구의 기본 틀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인류가 나타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1만 년 전까지를 흔히 지질 시대(geologic era)라고 부른다. 지질 시대 가운데 은생이언이 차지하는 비중은 86퍼센트에 이른다. -111p
반대로 중국의 경우에는 국토의 동쪽 끝인 흑룡강성과 서쪽 끝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 사이의 거리가 5,200킬로미터에 달해 경도상으로는 60도 이상 벌어져 있다. 경도 15도에 한 시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게 정상이니 중국의 동쪽 끝과 서쪽 끝 사이에는 이론상으로는 네 시간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한 나라 안에서 시차가 발생할 경우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국을 수도인 베이징을 기준으로 삼아 같은 시간대로 묶어 버렸다. 그 결과 베이징 사람들이 출근 준비를 할 아침 8시 무렵 동부 연안 사람들은 이미 출근해서 업무에 한창이고, 서부의 신장 위구르 사람들은 아직 새벽 단잠에 빠져 있다고 한다. 국토의 동서 거리가 4,500킬로미터에 달해 모두 네 개의 시간대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138p
오로라는 단지 보기에만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 아니다. 우리가 지구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바로 이 오로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오로라가 없었으면 애초에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없었거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생명체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아시다시피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다. 그래서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남쪽과 북쪽을 가리킨다. 지구가 자석임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바로 오로라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미세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부딪히면서 자북극과 자남극 주변의 대기층에서 발생하는 빛이다.
-210p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12월 하순(남반구는 여름), 크리스마스 무렵에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상시와 달리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먹잇감이 없어진 고기들은 다른 데로 이사를 가버린다. 어부들은 고기가 없는데 바다에 나가봤자 허탕을 치기 일쑤고, 따라서 아예 출어를 포기하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아기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이것이 ‘엘니뇨’를 기상 현상과 연결시키게 된 계기가 된 모양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태평양 동쪽의 수온 상승은 서쪽과 비교할 때 평소보다 온도 차이가 적거나 오히려 더 높아지는 현상이다. 그 결과 평소 고기압이 발달하던 동쪽 지역에 흐리거나 비가 자주 오는 저기압이 발달하고, 반대로 저기압이 발달하던 서쪽 지역이 날씨가 맑은 고기압이 발달하는 지역으로 바뀐다. 이처럼 기상이 평소와 달라지니 ‘이변’이 생긴 것인데, 이는 태평양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구 전체의 대기 순환에 영향을 끼쳐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을 초래한다. -261p
위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명왕성은 유일하게 유럽인이 아닌 미국의 톰보에 의해 발견된 행성이다.
그러나 그가 죽고 10년이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태양계 내의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돌고,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를 배제하고,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어야 한다.’라는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기준을 새로 마련하여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다. 심지어 이름조차 뭔가 있어 보이는 ‘명왕성’에서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왜소 행성 134340’으로 바뀌었다. 사실 문제는 처음부터 있었다. 명왕성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등극시키기 위해 미국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천문학계의 알려진 비밀이다. 결국은 행성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명왕성이 제자리를 찾아간 셈이다. -297p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