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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서구조 1 : 해학과 눈물의 한국인

한국인의 정서구조 1 : 해학과 눈물의 한국인

이규태 | 신원문화사 | 1997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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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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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7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5902392
ISBN10 89359023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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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규태
1933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졸업. 1959년 조선일보사 입사. 동사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부 국장. 현재 동사(同社) 논설위원
저서로는 <한국인의 의식구조(전 4권)><서민의 의식구조><선비의 의식구조><서양인의 의식구조><동양인의 의식구조><한국인의 버릇(전 2권)><뽐내고 싶은 한국인><한국 여성의 의식구조(전 2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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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사회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성인(成人) 성녀(成女)의 과정을 대단히 중요시했으며, 일정기간의 고된 시련을 겪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었다. 그 시련을 겪는 곳이 청년 집회소다. 신라초의 성녀식은 길쌈의 기능을 터득시켜 그 재간을 겨루는 것으로 시련을 가하고 있다. 이미 신라 3대 임금인 유리왕때 신라 육부(六部)의 여자를 두 패로 나누어 두 왕녀로 하여금 거느리게 하여, 7월 15일부터 8울 15일까지 한달 동안 일정장소에서 길쌈을 시켜 그 잘하고 못함을 겨루었음도 성녀식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여자가 그러했듯이 남자도 일정 기간 동안 청년집회소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무술을 닦고 국방 의무를 치르며 가무(歌舞)를 익히는 성인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다.

아메리칸 인디언 들의 성인 과정으로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전사(戰士)조합에 들어가게 돼 있는데 둘 이상의 편을 갈라 소속시킨다. 그 편의 구심체로 각기 미모의 여인 하나씩을 배속시키고 있는 데 예외가 없다. 미모의 여인을 집단 결속의 구심체로 삼은 이유로 신명의 뜻을 매개하는 샤먼, 곧 종교적 구심체로 보는 학설이 있다. 또 노래하고 춤추는 가무로 결속시키는 사교적 구심체로 보는 학설이 있고, 청소년들의 결쟁심이나 영웅심. 만용을 촉발하는 매체로 미모의 여인이 십상이라는 심리적 구심체로 보는 학설도 있다.

신라 화랑의 뿌리인 원화(源花)도 성인을 지향하는 청소년 결사를 구심시키는 여성이다. 진흥왕37년에 처음으로 원화를 받들었는데, 당시 청소년 결사는 3백여 명을 두 패로 갈라 한 패에 한 명씩의 원화를 받아들엿다. 하나는 남모라는 여인이요, 다른 하나는 준정 이라는 여인이었다. 두 패로 가른 결사 자체가 라이벌의 적대구조인데다가 서로 미모를 자부하는 젊은 여인들인지라 질투는 불가피한 노릇이었다.

어느날, 원화 준정이 라이벌인 남모를 자기집에 초대하였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로 융숭하게 대접하여 실성을 하도록 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 실성한 남모를 업어다가 강물에 던져 죽여 버렸다. 물불 못 가리는 질투의 무모한 음모였던 것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때를 기다리지 않고 준정이를 잡아들여 처형해버린 것이다. 질투에는 승리하고 생명에는 패배한 준정이었다. 이처럼 여인의 질투는 정서순위에서 상위에 속하며 생명보다 소중했던 것이다.

이 질투 사건으로 원화제도에 회의를 품고 이를 폐지, 질투의 도발 요인인 여자 대신 미소년을 뽑아 곱게 단장, 결사의 구심체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남성화한 원화가 바로 화랑(花郞)이다. 이렇게 질투에서 탄생된 화랑을 구심체로 하여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서로 도의와 무예를 닦고 서로 가무를 즐기며, 산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옳고 그름을 알아 그 중에 착한 자를 가리어 조정에 천거했던 것이다.

한국 정신사의 금자탑이요, 한반도 통일의 원동력이었으며, 가장 찬란했던 청소년 문화의 기틀이었던 화랑정신의 모태가 바로 여자의 질투였음은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p.15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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