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는 시간당 30센트면 살아갈 만해요. 그 사람들은 노예가 아닙니다. 신발 공장에서 총을 겨누며 일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고요. 그곳에 공장이 지어질 예정이며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 사람들이 안 된다며 반대한 줄 아세요? 그들은 길에서 춤을 추며 기뻐했고, ‘착취’당할 기회를 잡으려고 공장 앞에 줄을 섰어요. 그들이 시간당 30센트를 받는 게 비극이 아니에요. 진정한 비극은 시간당 30센트가 그들에게 주어진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 나라 경제의 자본축적량이 적고, 기술과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에 그들이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일 뿐이죠.
--- p.139
CEO에겐 책임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책임은 주주에 대한 겁니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돈을 회사에 투자했어요.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지요. CEO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화로운 본사 빌딩을 짓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가 자선단체에 주주들이 맡긴 돈을 줘버린다 해도, 그것 역시 잘못된 일인 건 마찬가지라고요. CEO는 그 돈을 더 능력 있는 근로자들을 고용하거나, 공장을 현대화하거나, 아니면 사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수익성에 가장 도움이 되는 곳에 써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사고체계에서는 시장이 CEO를 규제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 p.145~146
난 마이모니데스로부터 세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 번째, 수혜자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 수혜자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건데, 시혜자의 영혼을 지켜주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아예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주는 게 낫겠지요. 하지만 기왕에 줄 거라면 기쁜 마음으로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 p.193
가난한 이들을 돕는 자선단체들은 정부의 프로그램이 커버하지 못한 틈새에 끼어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걸인들 중에서도 주소지가 없거나, 배급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서류를 작성하고 정부 관리와 마주앉아 이야기할 정신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죠. 그러니까 가난한 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어지면, 창의적으로 가난에 대항해 싸우는 민간자선단체들은 바우처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을 가졌던 것과 같이 충분히 번창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으세요?
--- p.204~205
우리가 한 기업의 CEO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그는 재산의 관리인일 뿐 소유자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해요. 이윤은 재산 관리인의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가 할 일은 기업 전체의 건전화를 위해 이윤을 분배하는 것이죠.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큰 이윤을 내면, 분노에 찬 비난이 일어요.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윤을 남긴 것이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착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자들은 법무부에 가서 징징거리면서 독점금지법을 요구하겠죠. 소비자들은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높여달라고 아우성을 칠 거예요. 그 회사는 돈을 많이 버니까 그렇게 해도 버틸 수 있다는 거죠. 그것이 그렇게 요구하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 p.246~247
누군가에 의해 소유되지 않는 자원은 남용되게 마련이야. 공기, 바다, 그리고 거기에서 헤엄치는 고래도.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난 정부의 규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경제는 자율적으로 규제되기 때문이지. 그 자율규제의 중심에는 사유재산이 자리 잡고 있어. 우린 자신의 돈을 쓰는 데 매우 신중하지. 하지만 친구들의 돈에는 덜 신중할 것이고, 모르는 사람의 돈은 훨씬 부주의하게 사용할 거야. 왜냐? 위험과 보상 때문이지. 우리가 자신의 돈을 쓸 때에는, 거기에 수반되는 위험과 보상도 우리의 것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소유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시장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사라지고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제성을 띠게 된다.
--- p.265
성과보수제에 손을 댈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해. 의도가 좋을지라도 복잡한 시스템에서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인센티브들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되지. 그 대가는 옐로우스톤 비버들의 생태계에 재앙을 내리고, 귀중한 야생의 세계를 거대한 고라니 농장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커. 하물며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동물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것이야. 수많은 경제정책들이 그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정도가 아니라, 큰 타격을 주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지. 그리고 경제정책에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영향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 p.270
경제학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경제학은 끊임없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걸 가르쳐준다. 어떤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해. 후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거야. 나는 공짜 점심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에 감사한다. 결과와 대가가 없는 세상이란 의미 있는 선택이 없는 세상이지. 책임이 없는 삶은 어른으로서의 삶이 아니야. 그것은 동물이나 어린아이나, 로봇의 삶이지.
---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