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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밭 사람들

커피밭 사람들

: 라틴아메리카 커피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

트랜스라틴(TransLatin) 총서-06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0건 | 판매지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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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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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64g | 152*220*30mm
ISBN13 9788976827555
ISBN10 8976827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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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임수진
197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관광버스 운전수가 되길 간절히 꿈꾸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리학자가 되어 버렸다. 전북대학교 사회교육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이후 현재 멕시코 콜리마주립대학교(Universidad de Colima) 정치사회과학대학(Facultad de Ciencias Politicas y Sociales) 교수로 재직 중이다. 틈틈이 멕시코 태평양 바닷가에 면한 콜리마 주 인근 라임밭을 기웃거리며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저서 및 논문으로 『세계의 분쟁』(공저), 「코스타리카 커피경제의 시공간적 전개와 지역적 다양성」, 「식량위기 시대의 멕시코 농업정책」, 「멕시코 토르티야 위기」, 「라틴아메리카 커피, 다시 꽃 피는 봄을 맞이하려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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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어지간히 유행인 모양인지, 커피에 관해 쓴 온갖 글들이 많은데, 정작 커피를 따는 사람들에 대한 글은 없었다. 거대이론이나 통계 속 한 부분으로 이름도 없이 묻혀 버리는 그들의 삶이 아니라 엘레나, 얀시, 기예르모, 플로르, 아우구스팅, 하이메, 에드윈, 프레디, 안토니아, 둘리아……, 이 세상에 태어나 비록 가난하지만 진솔하게 삶을 꾸리며 살아갔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남기고 싶었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이 포스트모던한 시대에 코스타리카 커피밭에서 100년 전, 200년 전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일일이 손으로 붉은 커피열매를 따며 살아가는 그들의 이름을 이 세상에 남겨 주고 싶었다. 그들의 이름이라도 그들이 딴 커피와 함께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책머리에」 중에서

그렇게 난 박사가 되었다. 커피밭에서 불량노동자로 살던 시절 만났던 친구들이 듣는다면 도무지 믿지 못할 소식일 것이다. 논문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을 잊기가 쉽지가 않다. 여전히 내 마음에는 그때 커피밭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이 있다. 말도 어눌하고 손도 여물지 못하고, 거기다 게으르기까지 했던 내가 뜨내기 인생 막장이라는 커피밭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커피를 주제로 박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커피밭에서 만난 친구들이 생면부지인 나를 걱정해 주고 살펴준 덕이다.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그들에게 끝까지 내 삶에 대해서는 고백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진즉 이실직고하고 가진 돈 털어 따뜻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프롤로그: 현장에 가면 영감이 있다」 중에서

도냐 베르타 집 앞에 서서 당당하게 도냐 베르타를 불렀다. 문이 열리고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는데, 인상이 좋다. 동양인을 처음 보셨다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노라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왔노라고 말씀드리려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대뜸 밥은 먹었냐 물으신다. 세상의 할머니들은 다 똑같은 것일까? 밥 먹고 왔다고 답하기도 전에 들어오라신다. 그리고 내가 들어오건 말건 돌아서서 타일로 만들어진 식탁에 이것저것 음식을 차리신다. 뭔가에 홀린 듯 이끌려 들어가 마치 이웃에 마실 온 사람처럼 편안하게 밥을 먹었다. 도냐 베르타와의 첫 만남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그 집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여차저차 해서 이러저러 하다고 설명하려니 복잡하다. 그냥 커피밭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본문 「타라수를 알게 되다」 중에서

한참을 걸어 커피밭에 도착했다. 커피밭 입구 커다란 나무에 비닐에 담아 온 도시락을 걸어 놓고, 엘레나를 따라 밤새 이슬을 먹은 커피나무들을 스치고 커피밭으로 들어섰다. 금세 옷이 흠뻑 젖어 버린다. 엘레나가 내 허리에 커피를 따 담을 바구니를 정성껏 묶어 준다. 바로 실전 돌입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엘레나에게 어떻게 따야 하는지 물었더니, 자기는 두 살 때부터 커피를 땄다면서, 이제 막 걸음마 떼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며 붉은 열매만 조심스레 골라 따 담으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나뭇가지에도 이제 막 맺히기 시작하는 녹색의 작은 커피열매부터 아주 잘 익은 붉은색 커피열매가 골고루 달렸다. 엘레나와 2인 1조가 되어 커피를 따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으로 따보는 커피였다.
---본문 「생애 처음, 커피를 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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