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엄 촘스키만큼 달변인 사람도 드물다. 마치 읽는 것처럼 저널에 실린 글을 술술 인용하기도 한다. 이 노학자는 더 이상 책을 쓸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그냥 구술만하면 그것이 책이 된다. 이 책은 미국의 진보 매체 『트루스아웃(Truthout)』과의 여러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정리하여 모은 것이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트럼프 시대의 세계에 대해 촘스키는 희망적 관점을 선택한다. 책 말미에 그는 “(옵티미즘 말고) 그 밖에 또 어떤 선택이 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최근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해 버렸다. 세계의 화약고에 불을 지피는 위험한 불장난과 같은 행태로 세계 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고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선포했다. 트럼프가 예측 불가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엄 촘스키 역시 『업프런트』와 가진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가장 예측 가능한 특징은 그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나는 그 점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한 바 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인 이스라엘 문제의 뇌관으로 알려진 예루살렘. 촘스키를 비롯한 평화애호가들이 노심초사하는 이 뇌관을 트럼프가 건드린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촘스키는 이미 우려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극우 움직임과 정착 활동에 대체로 열의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트럼프가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베델에 있는 웨스트 뱅크(West Bank) 정착촌입니다. 그가 이스라엘 대사로 선택한 데이비드 프리드먼(David Friedman)에 대한 경의를 표시인데요, 프리드먼은 ‘베델 기관을 위한 미국인 친구들(American Friends of Beth El Institutions)’의 회장입니다. 웨스트뱅크 정착촌은 정착 운동 중에서도 종교적 국수주의의 극단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은 트럼프의 최측근 고문 중 한 명이라고 보도되는 트럼프의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Jared Kushner)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쿠시너 가문의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는 수혜자 중 하나가 “호전적인 랍비가 이끄는 예시바*”입니다. 그 랍비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정착촌에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라는 명령에 불복하도록 부추겼으며, 동성애적인 성향은 특정한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수혜자 중에는 “팔레스타인마을과 이스라엘 보안군에게 폭력적인 공격을 가할 때 기지로 쓰인 이차르(Yitzhar)에 있는 급진주의적인 예시바”도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세상의 전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이스라엘 정착 활동을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웨스트 뱅크와 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웨스트 뱅크를 합병하는 데 찬성하는 것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프리드먼은 웨스트 뱅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수가 부풀려져 있기 때문에 합병이 이스라엘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합병 이후에도 유대인은 다수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실과 무관하게 일단 내뱉고보는 세상에서는 이런 발언이 정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긴 객관적인 사실이 지배하는 따분한 세상에서도 경악스런 대규모 추방이 한 번 더 일어나고 난 후라면 이런 발언도 사실과 부합할 수도 있겠군요. 국제사회는 두 국가가 정착촌에서 공존하기를 원하지만 프리드먼은 그런 해법을 지지하는 유대인들은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카포(kapo)보다도 사악한” 놈들이라고 비난합니다. 카포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다른 포로들을 통제했던 유대인을 뜻하는데요, 유대인에게는 가장 모욕적인 말입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임명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미국 대사관이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이동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가 발표한 계획에 발맞춘 것이죠. 과거에는 그런 제안들은 철회되었었지만 오늘날에는 실현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트럼프의 국가 안보 보좌관이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슬림 세계와의 전쟁을 앞당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 p.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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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방법으로 살펴보자면 언론은 두 가지 대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옹호하는 두 국가 해법과 ‘한 국가 해법’의 몇 가지 버전입니다. 제3의 또 다른 대안은 지속적으로 무시를 당한 정착촌 건설인데요, 이스라엘이 1967년에 발발한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해온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눈앞에서 매우 분명하게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이 계획은 곧 “더 위대한 이스라엘”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조만간 진정한 이스라엘의 뼈와 살을 구성하려는 계획이죠. 여기에는 크게 확장된 예루살렘(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명령을 위반하고 이미 합병됨)과 이스라엘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다른 영토가 포함됩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인구가 많은 밀집 지역은 제외하며, “더 위대한 이스라엘”에 통합될 예정인 지역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서히 내쫓고 있습니다. 신식민지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듯이 팔레스타인의 엘리트층은 라말라(Ramallah)에서 서양의 생활수준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뱅크 인구의 90%는 165개의 고립된 ‘섬’에서 표면적으로는 팔레스타인 당국의 통제 아래 살아갈” 것입니다. 실제로는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고위 분석가인 네이선 트랄(Nathan Thrall)이 보도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을 위반하며 계속해서 가자 지구를 웨스트 뱅크와 분리한 채 무참히 포위할 것입니다. --- p.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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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가/2국가 해법에 대한 논의가 부적절한 이유는 1국가 해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적절한 것 이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현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는 (1) 2국가 체제 또는 (2)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으로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2)의 경우는 가자(Gaza) 지구를 웨스트 뱅크(West Bank)와 분쇄 포위하는 것, 다시 말해 웨스트 뱅크에 중요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인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을 체계적으로 접수하고 그것을 이스라엘과 더욱 가깝게 통합하는 것, 즉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지 않은 지역들을 접수한 후,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조용히 내쫓는 것입니다. 그간의 사태 추이나 축출 프로그램에서 그 윤곽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번 선택지를 고려한다면,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1국가 해법에 동의를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국제사회도 1국가 해법을 지지하지 않고요. 인권, 차별 반대 투쟁, “인구학적 문제” 등등, 사태의 추이와 실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1국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허튼소리이며 암묵적으로는 (2)번 선택지를 지지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싫건 좋건 이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상황의 핵심입니다. --- p.2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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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인터뷰 내용은 표현을 달리하며 반복되기도 한다. 편집 중에 일부 삭제를 검토하기도 하였으나 반복할 가치가 있는 주제이기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특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인 핵무기와 기후변화와 관련한 인터뷰들이 그러하다. 동어 반복의 느낌을 주기는 하나 표현을 달리해가며 강조하였다는 취지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비즈니스 계급은 핵무기의 위협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끄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 이슈 역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자신들이 주된 원인 제공자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 파괴적 여파는 자신들을 비켜갈 것이고 스스로 피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계급의 탐욕은 지구를 차츰 파괴해 가면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망쳐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여러 섬 거주민들의 삶터가 물에 잠기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부유한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은 이에 대해 피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만 하더라도 해수면이 상승하고 날씨가 더 혹독해지면서 몇 년 내에 수천만 명이 낮은 평원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오늘날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이주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의 기후 연구 권위자는 이런 타당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 이주자들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 모든 가스가 나오는 나라들로 이주할 권리가 있습니다. 수백만 명이 미국으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 환경에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 즉 인류세로 접어들면서 부를 축적한 다른 부유한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재앙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이는 방글라데시만의 문제가 아닌 남아시아 전체의 문제입니다. 기온이 이미 가난한 사람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많이 오른 상태지만 앞으로 더 거침없이 상승할 것이고, 그 영향으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 상수도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됩니다. 인도에서는 벌
써 약 3억 명이 식수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부정론의 영향력은 안타깝게도 훨씬 멀리 뻗어나갈 것입니다. --- p.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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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에 반대했던 반동주의자인 19세기의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는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를 비판했습니다. 홉스가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처럼 행동한다.”라는 고대 로마의 격언을 인용했기 때문인데요, 그런 발언은 쾌락을 위해 생명을 죽이지 않는 늑대에게 부당한 말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다시피 인간의 능력 중에는 자기 파괴 능력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이 지구와 충돌한 커다란 소행성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추측이지만, 이제 우리가 그 소행성입니다. 인류에게 끼치고 있는 그 영향은 이미 지대합니다만 우리가 결단력 있는 행동을 당장 취하지 않으면 그 충격은 곧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암울한 그림자처럼 핵전쟁의 위험성까지 우리를 쫓아다니며 위협하고 있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더 이상 논의할 것도 없어지겠죠. 다음 전쟁에서 사용될 무기에 관한 질문에 아인슈타인이 들려주었던 답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지만 그 다음 전쟁에서는 사람들이 돌도끼를 들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의 인류의 충격적인 이력을 검토해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기적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으며, 안타깝게도 재앙이 닥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한 상황입니다. --- p.167~168
파리 기후협정에서 미국은 발을 빼고 있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2016년 대선 이슈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임무를 방기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닌 그날이 왔다.
11월 8일에 세계기상기구(WMO)는 모로코에서 열린 제22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2)에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총회는 파리협정(COP21)에서 합의한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 소집되었는데요,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고에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극빙이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해수면은 곧 더 상승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커다란 남극 빙하들이 녹고 있다는 점이죠. 북극의 해빙은 이미 지난 5년 동안 많이 녹아서 이전 29년 동안의 평균보다 28%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되며, 태양 광선을 반사하여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 극빙이 줄어들다 보니 지구 온난화의 암울한 결과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기상기구는 지구의 온도가 COP21에서 합의한 목표 온도에 이미 위험할 만큼 근접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보고와 예측도 전부 암울한 내용이었습니다. --- p.179~180
바로 이 날은 슈퍼파워 미국이 대선을 치른 날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이 두꺼운 책 한 권을 할애했던 것을 촘스키는 몇 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트럼프의 매력은 주로 대중이 느끼는 상실감과 공포에 기반을 둔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미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뛰어난 회복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영향을 아예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는 세계의 대중들에게 거의 모든 경우 해를 끼치고, 그 피해 수준이 심각한 경우가 많죠. 인구의 대다수는 불경기 또는 경제적 위축을 감내해야 했지만 극소수의 부자는 그 와중에도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습니다. 공식적인 민주주의 체제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정책이 일반적으로 야기하는 결과로 인해 고초를 겪었고 금권정치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관한 암울한 세부사항을 다시 살펴볼 필요는 없습니다만, 예를 들면 남성의 실질 임금이 40년 동안 동결되었고, 지난번의 경기 침체 이후 부의 90%가 인구의 1%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인구의 다수, 즉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의견과 희망 사항을 반영해야 할 대표들이 대단히 부유한 자금 제공자와 파워 브로커들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느라 대중의 권리가 사실상 박탈당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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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민 배척주의자와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조지 프레데릭슨(George Frederickson)의 비교 연구가 설득력 있게 보여준 것처럼 미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상으로 백인 우월주의의 절정을 보여준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까지도 남북 전쟁의 여파와 500년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억압했던 끔찍한 유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앵글로색슨족의 순수 혈통에 관한 환상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그런 환상은 이민의 물결, 흑인의 자유와 여성 인권 신장으로 인해 위축되게 됩니다. (여성의 자유는 가부장적인 지역에서는 아직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트럼프 지지자의 대부분인 백인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그리고 여러 유권자의 경우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가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 p.172~173
촘스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금권정치로 치달으면서 계급적으로 대척관계에 있는 노동계급의 유권자들을 트럼프가 포섭해낼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미국 정치지형에서 낙관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있겠는가? 금권정치가 판을 치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황은 좋아질 수 있겠는가? 촘스키는 남아 있는 몇 가지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하퍼스(Harper's)』 2016년 4월 호에는 선거자금에 관해서 앤드루 콕번(Andrew Cockburn)이 쓴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TV에 광고도 하면서 선거 운동에 돈을 쏟아 부어봤자 언론과 컨설턴트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며, 그것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기사였습니다. 반면, 유권자들과 대면하고 발로 뛰면서 유세하는 방법은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눈에 띌 정도입니다. 이런 방법은 돈은 별로 안 들지만 대체로 자원봉사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 p.160
선거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활용하여 지속적이고 성장해 나아가는 민중 운동을 조직할 수 있습니다. 4년에 한 번씩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변화를 불러오는 데 꾸준히 전념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합니다. 직접적인 행동과 다른 여러 가지 적절한 수단을 이용하여 그런 변화를 유도해야 하겠죠. --- p.304
노동계급이 단지 투표날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을 벗어나 세력을 규합하여 현실 정치에 개입하면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들의 분노를 정치판에서 직접 표출해야 이것이 가능한 것 아닐까? 소위 미국식 민주주의의 현 상태에서 투표장에 나가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35년 전 정치학자 월터 딘 번햄(Walter Dean Burnham)은 미국 선거에서 기권이 많은 이유로 “선거 시장에서 조직된 경쟁자로서 사회주의 또는 노동계 대중정당이 전무”한 것을 제시합니다. 전통적으로 노동운동과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한 정당들은 선거 시스템 안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정치적인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선도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량은 신자유주의의 공격으로 인해 눈에 띠게 축소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의 공격은 전후 기간 내내 비즈니스 계급이 노동조합에 대해 도발한 쓰라린 전쟁이 한층 발전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 중략 ***) 그러는 동안 민주당은 노동계급을 거의 버리다시피 했습니다. --- p.100
촘스키는 이 책에서 대다수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회주의의 역사나, 테러와의 전쟁, 중동 문제, 신자유주의와 불평등, 민주주의와 모순 관계에 놓은 자본주의 문제 등등 많은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이 모든 이슈의 지향점은 “인류 평화와 민주주의”다. 미국식 민주주의, 그리고 미국이 전파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촘스키의 결론은 이러하다.
“(미국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적 이상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든 자유입니다. 당신의 선택이 우리가 원하는 것인 한.”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