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헤라를 ‘질투의 여신’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헤라를 질투에 눈먼 여신 정도로 여기는 것은 단편적인 해석이다. 헤라의 행동을 살펴보면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보인다. 1번 유형은 이성과 논리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들은 자신이 세운 기준과 신념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먼저 하고, 그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흔히 “쟤가 한번 똥고집 부리면 아무도 못 말려!”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1번 유형에 해당한다. 이들은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제1장, 1번 유형 개혁가-헤라?완벽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 p. 26∼27
1번 유형에게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이들은 못마땅한 것이 많다 보니 잔소리가 많은데, 그 특유의 비판과 잔소리를 타인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집 세고 꼬장꼬장한 태도를 타인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완벽함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1번 유형은 내면에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 이들은 자아를 비판하는 또 하나의 자아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1번 유형은 에고(ego), 즉 자아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슈퍼에고(superego), 초자아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1번 유형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측은지심을 갖게 된다.
-제1장, 1번 유형 개혁가-헤라?완벽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 p. 26∼27
그렇다면 2번 유형은 왜 남들에게 베풀고 도움을 줄까? 그들이 이타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만약 계속 무언가를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한다면 2번 유형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만약 계속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한다면 2번 유형은 분노할 것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행동의 동기를 중요시한다. 2번 유형이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행동 이면에는 그만큼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도움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2번 유형은 다소 의존적이다. 이들에게는 타인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남들에게 잘해주고 도움에 대한 보답(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은 2번 유형에게는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길이다. 그래서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2번 유형에게는 타인의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만약 거절하면 상대에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하기에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거절하지 못한다.
-제2장, 2번 유형 조력가-데메테르?내겐 사랑이 전부예요, p. 58∼59
오드리 헵번은 한 남자의 연인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웠고,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중요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일생을 통해 위대한 사랑을 실천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2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화 속 메데이아는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어쩌면 메데이아에게 마법은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더 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어졌을지도 모른다. 오드리 헵번은 신화 속 메데이아의 마법을 현실에서 이루어지게 한 진정한 마법사가 아닐까?
-제2장, 2번 유형 조력가-데메테르?내겐 사랑이 전부예요, p. 75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라도 마음에 남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 자기만을 바라본다면, 곁에 아무도 있을 수 없다.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딴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는 지독한 자기애를 뜻한다.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은 갖고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지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대를 지치게 하고 떠나가게 할 수 있다.
나르키소스의 닫힌 마음은 에코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다치게 했다. 자기 자신에게만 빠져 있는 4번 유형이라면 나르키소스처럼 내 안에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랑은 마음 한 부분에 상대를 허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4번 유형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진정한 사랑을 꽃피울 수 있다.
-제4장, 4번 유형 예술가-아프로디테?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나의 존재 가치죠, p. 112∼113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고 말하는《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성숙한 4번 유형이라 할 수 있다.《미생》이라는 작품으로 수많은 직장인의 가슴을 울리고 공감대를 형성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작품을 쓰기 전에는 과장, 부장 중에 누가 더 높은 사람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직장인들이 깊이 공감하고 심지어 ‘직장생활의 교본’이라 불리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했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행복하자고 일상을 희생하고 있다. 일상이 무너지면 여행을 간다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는다. 작은 단위에서의 나, 내 가족, 내 구성체, 모든 부분이 일상적인 언어로 보람 있게 채워져야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일상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4번의 자기성찰로 4번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상성을 조언하고 있다.
-제4장, 4번 유형 예술가-아프로디테?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나의 존재 가치죠, p. 127∼128
아테나가 신들 중에서 으뜸인 제우스의 머리 에서 태어나 머리를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듯, 5번 유형은 숙명적으로 머리를 사용하는 일에 집착한다.
아테나와 같은 머리형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감정은 불안이다. 장형은 본능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지도 강하고, 에너지도 강하다. 반면 우리 몸에서 머리는 장에서 가장 멀리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세 중심의 에너지 중 에너지의 크기나 세기로 본다면 가장 약하다. 마찬가지로 가슴형보다도 에너지가 약하다. 그래서 이들은 외모상으로 보아도 장형과 가슴형들보다 기운이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머리형 본인들도 자신들이 약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불안함을 느낀다.
이런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5번 유형이 선택하는 방법은 바로 지식에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든 다고 여기는 3번처럼 5번은 ‘내가 아는 것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든 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면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아는 것이 많을수록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고 여긴다.
-제5장, 5번 유형 탐구자-아테나?머리를 쓰는 일만이 가치 있는 일이죠!, p. 136∼137
프시케는 남편을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언니들로 인해 생긴 의심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의심을 풀기 위해 프시케는 에로스를 배신했다. 언니들의 조언이라고 표현된 의심은 사실 프시케의 마음속에서부터 일어난 것이다.
6번은 무언가를 믿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의심한다. ‘진짜 확실히 믿을 만한가?’라는 의심이 따라다닌다. 누가 어떤 말을 해도 한 번에 믿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라고 생각한다.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에 확실히 믿을 만한 것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다른 유형들에겐 확실한 것조차 이들에게는 불확실하다. 매사에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에 아주 사소한 문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우유부단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면서도 그것을 타인에게는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6번 유형은 걱정이 많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위험을 감지하는 레이더가 항상 풀가동하고 있다.
-제6장, 6번 유형 충성가-프시케?나는 당신의 의견이 필요해요, p. 173
강인함이 곧 무기라고 생각하는 8번은 연약한 감정을 터부시한다. 자기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는 양 행동하는데, 이들에게는 전쟁터에서 감정까지 무장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그 살벌한 곳에서 마음이 다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약한 감정을 외면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도 약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더욱 몸을 부풀리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사실 8번이 거친 언행을 내뱉는 것은 그 안에 숨어 있는 연약한 감정을 감추기 위한 면이 있다. 용감해 보이는 8번이지만, 이들은 의외로 상처를 잘 받는다. 바위처럼 단단한 8번의 마음속에는 사실 누구보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가 있다. 그 어린아이가 험한 세상에서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지켜내겠다고 결심하고 마음을 꼭 닫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8번은 마음의 문을 열어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8장, 8번 유형 도전가-아킬레우스?삶은 도전하고 승리하는 전장이죠, p. 236∼237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