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광범위한 뉴미디어의 확산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뉴미디어의 확산은 편리함과 자유로움을 구사하려는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가, 아니면 뉴미디어 자체의 새로운 정보처리 형식이 낳은 인간 조건의 변화인가. 또 이렇게 인간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뉴미디어는 자기동일성과 본질을 갖춘 대상인가, 아니면 인간의 사용에 의해서 비로소 그 의미를 획득하는가 등 수많은 근본적인 물음이 이 현상에 내재해 있다. --- p.14
실재에 관한 논의는 철학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어떤 것의 실제 존재 여부, 혹은 어떤 것이 인간의 의식과 독립된 존재 여부에 관한 쟁점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실재로서의 뉴미디어를 논한다는 것은 뉴미디어의 실제 존재 가능성 혹은 인간 의식과 무관한 독립적 존재 가능성을 문제시하기보다는 뉴미디어의 본질은 무엇이며, 뉴미디어와 인간 존재의 관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고 할 수 있다. --- p.26
전통적 미디어가 수많은 사회적·정치적 사건들을 몇몇의 선택된 상징들로 재현하는 재현 커뮤니케이션(representative communication)을 기반으로 ‘재현 공론장’을 제공했다면, 뉴미디어는 모든 참여자들이 현재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기도 하고 소비하기도 하고 나아가 정치사회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표현 공론장’을 열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새로운 집회 형태로 자리 잡은 촛불집회가 그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 p.34
뉴미디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시공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거나 때로는 양자를 혼합한 무엇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이 뉴미디어를 채택하거나 수용함으로써 뉴미디어가 확산된다고 가정하기에는 뉴미디어의 속성은 너무 불분명하고 유동적이며 심지어 내적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 p.63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뉴미디어를 채택해야 하고, 그 뉴미디어를 많이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용자의 이용은 사회적 필요와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어떠한 이유이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필요와 새로운 미디어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공중의 공감이 중요하다. --- p.72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것은 PC통신이었다. 하이텔과 유니텔 등 PC통신 가입자 수는 1997년 12월 330만 명으로 1996년 174만 명보다 90%가 증가했다(한국전산원, 1998). 하이텔은 1997년 말 유료 가입자가 90만 명에 이르렀다(한국전산원, 1998). 이처럼 PC통신에 가입한 사람들의 수뿐 아니라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당시 이용자들이 PC통신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텔의 ‘토론의 광장’에서는 처음 토론이 시작된 1993년 3월 9일 이후 1998년 7월 31일까지 5년 5개월여 동안 총 7874개의 주제를 놓고 토론이 이루어졌다(김경희, 1998). 이 토론에 참여한 이용자들의 발언 수가 무려 31만 6722건에 달해 한 주제당 평균 40.2건의 발언이 있었다. --- p.83~84
인터넷이 확산되는 초기에는 이러한 역동적 이용자 집단의 존재가 미미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뉴미디어 확산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소셜미디어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역동적 이용자 집단은 뉴미디어 확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역동적 이용자 집단의 활동은 단지 새로운 미디어의 이용 방법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 p.107
이 시기 뉴미디어 확산의 주체는 이용자 집단이었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와 사회에 대한 생각, 개인적인 관심사 등을 유통시키는 이용자들이 뉴미디어 확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점 이용자들이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압도되어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IPTV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노년층과 소외계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테크노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뉴미디어를 통한 정보격차의 발생이 심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 p.114쪽, 제2장 한국 ICT 기반 미디어의 확산
두 사설은 시기는 다르지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사생활 및 정보보호가 우선인지 아니면 공익을 위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준다. ≪경향신문≫은 미국 법원의 유연한 태도와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기업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국가 기관의 정보 수집을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또는 범법자의 경우에 한해 스마트폰에 내재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p.119~120
사회적 측면에서 뉴미디어를 다룬 ≪한겨레≫는 2008년 8월 18일 자 사설에서 포털을 언론으로 보고 이를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을 비판했다. 포털이 여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정부가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잣대로 포털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12년 1월 14일 자 사설에서, 선거에서 모바일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비판했다. 모바일 이용자가 젊은 층이고, 결집력이 크기에 민주당 경선에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은 여론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바일이라는 뉴미디어가 등장한 이후 언론이 모바일의 영향력을 우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 p.153
국내 신문사들은 정파성을 명확하게 내세우진 않지만, 일련의 뉴스 논조를 통해 보수와 진보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신문사의 논조와 ICT 기반 미디어의 프레임·담론의 관계가 신문 사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신문사들은 때론 경쟁자이자 협력자인 뉴미디어를, 정파를 초월해 일관되고 공통적인 시각으로 다루는지 아니면 정파라는 틀 속에서 상이한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 p.160
시기와 정파에 따라 신문 사설의 뉴스 프레임이 달라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프레임의 차이 속에 내재한 담론을 살펴보았더니 보수와 진보 신문 모두 ‘민주주의 지향’, ‘공동체 지향’, ‘공익성 추구’, ‘저널리즘 가치 지향’이라는 담론을 생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개별 담론의 방향이 정파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보수 신문은 ‘법치주의 지향’, ‘안정과 신뢰에 기반을 둔 공동체’, ‘공익을 훼손하는 ICT 기반 미디어’, ‘전통 언론사 중심의 저널리즘 위계 설정’을 통해 담론을 구현하고자 했다. 반면, 진보 신문은 ‘자율적 정화 지향’, ‘표현의 자유에 기반을 둔 공동체’, ‘공익을 증진하는 ICT 기반 미디어’, ‘전통 언론사와 새로운 저널리즘의 공존 지향’이 나타났다.
---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