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이란 말은 원래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됐다. 1837년 프랑스의 경제학자 브랑키Louis Auguste Blanqui는 18세기 말 영국에서 나타난 기술 발전이 일으킨 광범위한 사회변화를 처음으로 산업혁명이라 칭했고, 1845년 독일에서는 엥겔스Friedrich Engels가 영국에서 노동자계급의 역사는 증기기관과 면화 직조기계의 발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는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간헐적으로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기 시 작한 것은 산업혁명이 태동하고 약 100년 후부터다. 『역사의 연구』를 쓴 문명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1889~1975)의 삼촌 중에 이름이 똑같은 경제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Arnold Toynbee(1852~1883)가 있다. 바로 그가 남긴 책에서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의 유고작인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강의』가 1884년에 출간된 뒤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발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사회경제적 전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 pp. 10~11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당분간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이 세상 크기만 한 냄비가 될 것이다. 사실 이렇게 광범위 하게 쓰이는 단어는 그 정밀함이 떨어져 계속해서 ‘과도기적 용어’로 사용되겠지만, 우리 모두는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용어 정의의 정치精緻(정교하고 치밀하다)함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단어를 안다고 단어 사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각각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도 서로 밀착된 기술을, ‘산업혁명’이 아닌 ‘기술혁명’이라 불러도 좋다. 현재 4차 산업혁명 이슈를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산업 영역의 등장으로 빚어진 경기순환의 한 국면으로 봐도 좋고(콘트라티에프 순환Kondratieff cycle), 다니 엘 벨Daniel Bell이 『탈산업시대의 도래』에서 정리한 기술혁명으로 봐도 좋다. (……)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기반의 제3의 기술혁명은 공간 기반의 모든 시스템을 시간 기반의 디지털 형태로 변환,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 pp. 19~20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는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져왔던 바둑에서 인간 챔피언 이세돌과 대결해 4:1로 승리하며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그 이후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고는 벌써 두 차례의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 했다. 2017년 5월 현 바둑 세계 챔피언인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국하여 완승을 거둔 ‘알파고 마스터’에 이어, ‘알파고 제로’ 까지 등장한 것이다. ‘알파고 제로’는 더 이상 대국해줄 인간이 없어 이세돌과 대국했던 버전의 ‘알파고 리’와 100회 대국 해 100전 100승을 기록했다. 이어 커제와 대국했던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는 100전 89승 11패를 기록해 놀라운 학습능력을 과시했다.
--- pp. 47~48
영상 및 이미지 분석 외에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발히 연구 중인 분야는 생체신호 데이터에 기반을 둔 환자 상태 모니터링 및 징후 예측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생체신호 데이터란 맥박, 호흡 수, 심전도 및 뇌전도, 체온 등 사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수치들을 의미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 적 중환자실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 eICU이 이러한 영역에 해 당된다. 전자적 중환자실 도입 동기는 의료진이 집중적으로 중 환자를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환자 생체신호 패턴으로부터 이상이 있는 환자를 빠르게 탐지해 의료진에 알리자는 것이 다. 전자적 중환자실이 효과를 볼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 령, 물리적 시간인 밤과 새벽 시간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호스피스 병원 등 요양기관처럼 응급의료진, 특정 분야의 전문의가 항상 상주하기 어려운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 pp. 60~62
약 100년 전인 1914년 프랑스 파리에서 항공안전 기술력을 선보이는 항공안전 경쟁Concours de la securite en Aeroplane이 개최됐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내로라하는 69명의 비행기 조종사들이 모여 다양한 항공기술과 장비들을 선보였다. 드디어 마지막 순서에 자리한 미국 로렌스 스페리 조종사가 운행 하는 날개 2개인 C-2 복엽기가 출발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관중들은 모두 크게 놀라 벌떡 일어섰다. 조종사가 조종간에서 손을 떼었는데도 비행기는 저절로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행기는 자유롭게 회전하고 방향을 바꿨으며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았다. 관중을 비롯해 심사위원들마저도 열렬히 환호를 보냈고 결국 C-2 복엽기는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을 들썩이게 했다.
--- pp. 97~98
자율주행자동차의 보편화를 위해서는 완벽한 기술 구현 못지않게 사회학적 연구도 필요하다. 그 가운데 ‘윤리’와 ‘책임 소재’ 등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자동차 주행 시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탑승 운전자가 차 밖에 있는 사람보다 우선돼야 하는지 혹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경우 차 밖에 있는 사람이 우선돼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수한 경우의 수를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어렵지만, 도덕적 가치가 결부된 문제라 판단이 쉽지 않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자동차 소유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자동차 제조사에게 있는지 등도 판단해야 한다. 특히 탑승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과실 비율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pp. 116~117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VR: Virtual Reality 등의 단어들에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기존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AR/VR,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개념들은 시대가 발전해오면서 다양한 매체들에 의해 사람들에게 천천히 스며들면서 자각되기 시작했다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일반인들에게 갑자기 다가왔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론자들 대부분은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과 그 암호화폐의 버블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는 블록체인 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부분이 간과되어 있다. (……) 하지만 분명 닷컴 열풍의 버블은 사그라들었을지라도, 그 기반이 되는 인터넷 기술과 ICT 기술은 온전히 남아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을 뿐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빠른 인터넷 덕분에 다양한 정보가 오갈 수 있게 됐고, 다양한 IT 생태계가 동반성장하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기기들이 나올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현행의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암호화폐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기반 기술은 해당 버블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 속에 조용히 파고들 것임이 분명하다.
--- pp. 152~154
시내에서 떨어진 대형 테마파크에 교통체증을 뚫고 도착해 서 다시 긴 줄을 서서 표를 끊고, 더운 햇살을 견디며 놀이기구를 타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돼가고 있다. 건물 내 일정한 공간 에 VR 헤드셋과 시뮬레이터를 통해 다양한 테마를 경험할 수 있는 실내형 테마파크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전후 시간을 이용해서 짧은 시간 동안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CJ CGV는 2017년 8월, VR 버스터즈를 오픈해 가상 스포츠를 즐기는 체험자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 p. 180
인간은 공간과 시간이란 그물망 속에 갇혀 있는 존재다. 시공간은 인간 인식의 제한이기도 하고 인간의 물리적 행위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시공간 테크란 것은 시공간이란 인간의 기본 조건(제약)을 최대한 인간의 뜻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화하는 패러다임이다. 시공간 테크를 굳이 시간 테크와 공간 테크로 구분한다면, 시간 테크에 속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인간 또는 인간 집단이 판단이 필요할 때, 판단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기술이다. 설비 자동화 시스템이 사물인터넷이라면 판단 자동화 시스템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움직이는 기술들은 모두 인간의 타고난 물리적 한계 즉 인간의 조건을 극복 가능케 하는 것들이다.
--- p. 193
우리는, 우리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의 속성기술이라 일컬어지는 테크들이 완숙된 것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예감할 뿐인 현재의 우리라 해도 후대를 위해 교육이나 제도 같은 것들을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후손은 우리 자녀들의 총집합이므로.
--- p.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