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묻곤 한다. “도대체 그게 뭐죠?” 이 질문에는 이런 간단한 대답을 제시할 수 있다. 양극성장애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가라앉는 기분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의학적 질병 상태라고. 그러면 이런 질문이 또다시 이어지곤 한다. “그럼, 저도 그 검사를 좀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대답은 간단히 “아니요”다. 의사들이 양극성장애로 진단할 때는 환자의 증상과 병력, 가족력을 꼼꼼히 살피고 다른 발병 요인은 없는지 확인하는 등, 환자의 신체 및 정신적 상태에 대한 여러 검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1장 양극성장애 이해하기 : 증상 및 진단」중에서
당신과 동행한 그 사람은 당신이 깜빡 잊고 말하지 않거나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사소하고도 의미 있는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질문을 미리 적어가거나 의사와 이야기하는 동안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도 괜찮다. 목록을 만들고 기록함으로써 의사에게 물어볼 중요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기억이 희미해질 수 있는 의사의 말들을 메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과 전문의가 좋을지 고민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피고 고려하자.
*충분한 경험 : 기분장애를 치료한 경험이 많은 의사들은 훨씬 더 정확히 진단하며, 효과적이면서도 최근의 연구 동향이 반영된 치료법을 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환자는 반드시 그 의사가 양극성장애를 치료한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감성 : 약물을 처방하고 치료 과정을 조정해나갈 때,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고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의사소통의 의지 :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약물을 처방할 뿐만 아니라, 어떤 근거를 통해 진단 결과에 도달했고 치료 계획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성이나 예상되는 유익, 처방하는 약물 대신에 다른 치료제는 없는지 등에 관해서도 설명하는 의사를 선택하라.
*접근의 편리성 : 정신과 치료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종종 약물이 바뀌거나 병명을 새롭게 진단받을 수 있으며, 특별히 치료 과정의 초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쉽고 편리한지는 반드시 고려할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자.
*재정적 요소 : 당신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의사에게 앞으로 지불해야 할 치료비가 감당할 만한 수준인가? 그 의사는 치료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진료비 관련 내용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가?
---「제5장 진단 과정 2 : 정신의학적 평가 및 치료 계획 수립」중에서
당신은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이 양극성을 관리하는 방식을 강제로 정해줄 수 없다. 그 환자가 성인이라면 강제로 약을 먹이고 치료 교실에 가게 하며, 심지어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할 수도 없다.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의 삶을 주도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려는 어리석은 위험만 감수할 뿐이다.
때때로, 당신에게 소중한 그 사람이 양극성 때문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는 당신도 충분히 개입할 수 있고 꼭 그래야 한다.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신은 그가 자기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그저 내버려 둬야만 한다. 그리고 그는 치료 과정에 적응하고, 다음 진료 일정을 예약하고 그 날짜에 병원에 가며,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먹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의 모든 일에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소중한 그 사람에게 양극성이 발병한 것이 당신 탓이 아니며, 그 병을 당신이 고칠 수도 없다. 따라서 그가 양극성 진단을 받은 것 때문에 죄책감을 갖지 말고, 당신이 무엇인가를 노력하면 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버리자.
---「제19장 양극성 환자 지원하기」중에서
조증보다 한발 앞서 문제를 미리 막아내려면, 다음과 같은 창조적인 생각과 새로운 전략이 꼭 필요하다.
*신용카드 회사 또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계좌의 거래를 중지시키거나 결제 계좌를 변경하라. 금융 회사나 당신이 거주하는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여러 방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각 금융 회사에 문의해두거나 전화번호를 확인해 두라. 이런 방법을 취한 다음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로 진행되던 자동 결제 또는 출금 내역에 대해 변경된 정보를 적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용카드 회사에 카드 도난 신고를 하라. 엄밀히 따지면 이건 거짓말이 아니므로 괜찮다. 양극성장애가 카드를 훔쳐간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이 방법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라).
*환자의 신용카드 결제 또는 갱신과 관련된 인터넷 또는 이메일 기록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라. 이런 확인 작업은 환자의 가입 정보를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서로의 신뢰에 금이 간다면 오히려 확인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이런 개입을 사전에 계획하고 환자의 상태가 괜찮을 때 미리 허락을 받아두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환자가 즐겨 찾는 온라인 쇼핑몰 결제 시스템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두지 말고,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조짐이 보이면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는 조증 또는 우울증 삽화를 한창 겪을 때 즐겨 찾는 쇼핑몰에 로그인하고 충동구매하기 어렵게 된다.
---「제20장 위기상황 관리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