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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사랑한 천재들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

: 괴테에서 바그너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0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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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586g | 188*254*20mm
ISBN13 9788990989666
ISBN10 8990989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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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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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올라가면 정면에 보이는 방이 바로 괴테가 태어난 곳이다. 그 옆방은 괴테 어머니의 방이다. 3층에서 맞붙어 있는 두 개의 방은 아버지의 공간으로, 그림 전시실과 도서관이 있다.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 장서, 공예품 등이 그때 그대로 놓여 있다. 서책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아버지 서재에서 책장을 넘기며 호기심을 키웠을 어린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림 전시실에는 당대의 프랑크푸르트 화가들의 작품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 p.30

독자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환호했고 열광적으로 소비했다. 세계사에 기록된 최초의 베스트셀러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모든 국가에 번역되어 팔려나갔다. (……) 그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베르테르를 모방해 푸른색 코트와 노란색 조끼가 유행했다. 동시에 베르테르처럼 푸른색 코트와 노란색 조끼를 입은 채 권총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속출했다. ‘베르테르 현상’이다. 급기야 로마 교황청은 이 소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금서로 묶어버렸다. 대중은 권력이 금지한 것을 더 소망하는 법이다. 그럴수록 해적판이 더 많이 찍혀 유럽 전역에 유통되었다. --- p.42

로테가 살던 집은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박공지붕의 2층집. 앞길 이름은 로테 거리. 300년도 넘은 주택이라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마당에 있는 활엽수 세 그루에서 주황색 낙엽들이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우리가 첫손님이었다. 로테 하우스는 1922년부터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관리자가 로테 하우스의 문을 열어주었다. 냄새부터 시작해 모든 게 18세기 그대로였다. 밀봉되었던 18세기의 가정집이 눈앞에 펼쳐졌다. --- p.44

홀츠마르크트 광장은 니체와 관련된 아주 특별한 조형물이 있는 곳이다. 짧은 스커트를 입은 소녀가 양팔을 허리춤에 올린 채 사나운 눈초리로 콧수염을 기른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남자는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시무룩한 표정으로 소녀의 시선을 애써 피한 채 다른 쪽을 응시한다. 남자는 니체고, 소녀는 여동생 엘리자베트다. 마치 니체가 엘리자베트에게 쩔쩔매는 듯한 모습이다. --- p.94

니체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사랑에 빠진 적은 있지만 동거나 결혼을 한 적은 없다. 결혼을 안했으니 재산을 모을 일도 없었다. 니체는 바젤 대학에서 받은 월급을 여행 경비로 거의 다 써버렸다. 바젤 대학 시절에는 강의가 끝나면 어디든 훌쩍 떠났다. 연구자들이 여행 연보를 따로 편집해 분석할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 횟수가 잦아지고 또 여행 기간이 늘어날수록 돈에 쪼들렸다. 괴테처럼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늘상 수도자처럼 검박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 p.110

헤세 광장에서 니콜라우스 다리 쪽으로 걸어간다. 오른쪽에는 성 니콜라우스 채플이 있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채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다리 중간쯤에 동상이 하나 서 있다. 헤르만 헤세다. 2002년 헤세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칼브 시의회가 조각가 쿠르트 타소티에 의뢰해 제작한 등신상이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다리 위에 아무런 받침이나 기단도 없이 그대로 세워놓았다. 마치 헤세가 다리 위를 걷다가 잠시 서 있는 것 같다. 헤세 상 옆 다리 난간에 동상을 설명하는 플라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 p.140

헤세는 튀빙겐 대학과 지척에 있는 헤켄하우어 고서점에 점원 및 서적 분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시계 부속품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서점에서 일하며 책을 접하는 게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헤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서점을 드나드는 대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그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동아리 ‘작은 문학회’에 참여하게 된다. 작가 지망생들과 어울리며 헤세는 신이 났다. 시, 산문, 평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글을 썼다. --- p.144

바그너는 방황을 넘어 방탕한 시간을 보냈다. 술과 여자에 취해 작곡은 뒷전으로 밀렸다. 프라하 시절 그는 도박에 빠졌다. 한창 도박에 눈이 멀었을 때 어머니의 연금까지 판돈으로 걸기도 했다. ≪페테르부르크가 사랑한 천재들≫에서 확인한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도박 중독자였다. 그 무대가 독일과 보헤미아였다. 바그너의 어머니는 아들의 무절제한 생활을 걱정했다. 이 시기에 바그너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딱한 처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간청하는 대목이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며 쓴 편지와 어찌나 똑같은지. --- p.186

[니벨룽의 반지] 초연은 수지 면에서는 어땠을까? 공연이 끝난 후 바그너는 14만 8,000마르크의 빚을 졌다. 대규모의 장시간 공연이다 보니 지출이 컸다. 바그너는 루트비히 2세에게 “작금의 시대에는 나와 내 작품이 발붙이고 설 곳이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축제극장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공연할수록 적자는 늘어날 것이 뻔했다. 평생을 꿈꿔왔던 악극 전용극장을 가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 p.207

이제 바그너와 코지마 부부가 살던 집으로 가본다. 바이로이트 중앙역을 기점으로 할 때 축제극장과 바그너 저택은 정반대편에 있다. 바그너 저택은 반프리트 집으로도 불린다. 축제극장을 내려와 리하르트 바그너 거리 48번지에 있는 반프리트 저택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바이로이트 시내를 걷는다면 1분에 한 번씩 바그너와 조우한다. 서너 집 건너 한 번씩 각기 다른 미니어처 동상이 놓여 있고, 그 아래에는 바그너 발자국 세 개가 찍혀 있다.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에 의한, 바그너를 위한, 바그너의 도시였다. --- p.212

베를린 주의 문장(紋章)은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곰이다. 여행객들은 베를린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곰과 마주친다. 곰은 거리의 이정표 장식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운터 덴 린덴(보리수 아래에서)’ 거리에서는 곰들이 다채로운 표정으로 불쑥불쑥 등장한다. 무엇보다 베를린 영화제의 트로피는 황금 곰이다. --- p.231

1937년, 디트리히는 영화 촬영 일로 런던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독일 나치당의 고위 간부가 디트리히에게 비밀리에 접근해 왔다. 나치 고위 간부는 그에게 상상하기 힘든 금액을 제시하며 제3제국의 최고 배우로서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제안했다. 이 고위 간부는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선전부 장관 괴벨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1937년이면 히틀러의 권력이 최정점에 있을 때였다. 디트리히는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디트리히는 즉시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고, 할리우드로 돌아가 [천사]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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