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나 수용력이 매우 높고 서양 문화의 동양적 변형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따라서 서양적 요소와 동양적 요소가 멋지게 결합된 상품에 대한 호응도 역시 매우 높다.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나 이랜드가 성공한 것 역시 이러한 취향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듯하다. 서양적 콘텐츠를 동양적으로 살짝 소화한 것 말이다. 이런 제품을 중국인의 구미에 맞게, 가장 센스 있게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인도 카레를 일본식, 한국식으로 변형된 모습으로 즐기고, 젤리도 원산지인 미국과 독일에서 건너온 것보다 일본식, 한국식 젤리를 더 많이 먹는다. 중국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 맛본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서양 문화를 지혜롭게 상품화해서 어필하는 것이 관건이다. 활짝 열린 중국의 글로벌 소비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리는 혜택을 받은 우리만의 찬스인 셈이다.
p.49~50 준비된 글로벌 시민, 중국인: Glocal
중국 후난 위성 TV에서 2013년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아빠 어디가〉는 2017년 시즌5까지 제작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비록 한국에서 수입해온 포맷이지만, 중국에서도 마침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아빠 육아’의 유행과 맞물리면서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사회 현상을 잘 반영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80호우들이 대거 부모가 되면서 ‘아빠는 엄하고 권위적, 엄마는 자상하고 온정적’이라는 전통적 가정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 고민할 즈음, 이 프로그램 속 아빠의 모습, 가정의 모습이 참고로 삼을 만한 좋은 사례들을 많이 보여주면서 열풍처럼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빠 어디가〉에 등장하는 아빠들은 하나같이 잘 나가는 직업에 멋진 외모, 자상한 성격으로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보여준다 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중국 80호우 부모들에게 주변에서 접하기 어려운 좋은 부모에 대한 새롭고 좋은 예시가 되어준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되고 있다.
p.93~94 산하오 아빠의 삼중고: 80호우 남자
중국인에게 춘절이란 한국의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 게다가 어찌 보면 개천절까지도 다 합친 정도의 의미가 있는 명절이었다. 풍요로운 일상에 대한 감사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간의 단합을 일깨우는 추석,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여는 희망을 담은 설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사랑과 정으로 사회 공동체를 돌아보는 크리스마스, 게다가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터전인 국가 공동체의 고마움을 떠올리게 하는 개천절의 느낌이 춘절에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특별한 느낌도 있다. 서양의 부활절처럼 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축제의 느낌이다. 이름부터가 춘절, 즉 봄의 제전 아닌가. 춘절을 보내고 나면 바람의 세기도 완연히 달라지고, 뭔가 새로운 계절이 시작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p.148 중국 명절의 처음이자 마지막, 춘절
2014년, 마침 초코파이의 ‘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점에 업무를 맡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제품 특징을 잘 이해해서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규정하기도 어려운 가치를 제품에 얹어서 전달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우리 입장에서는 낯선 외국 땅에서, 우리 것도 아닌 그들의 오래된 전통가치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줘야 했다.
끝없는 내부 회의, 몇 차례의 광고주 보고 등으로 몇 달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 끝나고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매우 간단한 전략이었다. 핵심은 초코파이가 ‘인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초코파이를 ‘나누는 행위 자체가 인’이라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사실 어린아이가 자기 혼자 먹고 싶은 맛있는 간식을 친구와 혹은 주변 사람과 나누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p.209 오리온 초코파이: 「인이 있으면 나눔이 커진다」
중국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단순화해서 분류하면 한국 국내 마케팅만 하다가 중국에 온 사람과 글로벌 마케팅을 하다가 중국에 온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만 경험한 사람은 주로 한국과의 차이에 민감하다. 한국보다 커서, 한국보다 다양해서, 한국보다 어떠어떠해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마케팅을 하던 사람은 한국과의 유사성에 더 놀란다. 입맛도 생각보다 비슷하고, 취향도 통하는 부분이 많고, 가족 관계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실제 마케팅에서 유리한 사람은 결국 유사성을 발견하는 쪽이 아닐까 한다.
차이와 특수성보다는 유사점과 보편성을 발견해야 돈을 번다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전제가 서야 자신감을 가지고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내 판단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뭐라도 팔지 않겠나. 이전에 믿을 구석이 ‘확실한 제품력’이라면 이제 믿을 구석은 내 감수성이 여기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고한 취향력’이다.
p.302~303 이제는 글로벌 2세대가 나서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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