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람들은 만화경과 같다. 특히 우리가 그들을 살펴보고 난 뒤 이제 그들을 파악했다고 믿을 때, 작은 부분만 움직여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떤 때는 우리가 움직이고 어떤 때는 남들이 움직이지만, 두 경우 모두 우리는 별안간 전혀 다른 것을 본다. -‘인간은 흥미진진하다’ 중에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사항에서, 그리고 우리가 인간과 슈퍼마켓에 관해 거론할 모든 사항에서 항상 한 가지를 유념해야만 한다. 바로, 모두가 전적으로 자기만의 전망대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자기만의 전망대’ 중에서
슈퍼마켓은 타인을 꽤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이다. 매장의 그토록 많은 낯선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것은 백화점 쇼핑과 같은 체험이 아니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장소에서 하는 개인적인 일상 활동이다. 비유하자면 슈퍼마켓에서 우리의 방패는 내려가고 무방비해진다. 이로써 슈퍼마켓은 우리가 사회를 조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배양접시가 된다. -‘공간, 한없이 넓은 곳’ 중에서
자신이 시민 중산층에 속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안락함이라는 감정을 필요로 한다. 지구가 내일도 오늘처럼 계속해서 돌아가리라는 믿음, 내일 아침 6시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우유 배달원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누구며 무엇을 원하는가’ 중에서
신속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것은 보기 드물다. 그들은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며, 항상 문화와 여가에서 새롭고 유행하는 상품들을 경험을 통해 알아보려고 안달한다. 자발성도 신속한 환경 사람들의 필수 특성이다. 그들은 구속이 많은 분야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이에 걸맞게 직업적인 성공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편이며,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힙스터들의 유행과 개별성에 관하여’ 중에서
사회-생태적 환경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회의적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 즉 강제적인 성장과 물질주의가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사회의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이에 맞추어 그들은 경쟁 사회와 성과 사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넘어서는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이상과 계속해서 진보하는 일상생활의 기술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세상에서 자기실현이라는 온전한 삶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생태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중에서
보수적-기득권층은 의식적으로 아래쪽의 다른 모든 환경의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이 환경에서는 아직도 진정한 신분 의식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들은 오래된 독일 교양 시민 계층이며 스스로를 예절, 전통, 전통적 가치의 최후의 옹호자로 여긴다는 사실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이 점에서 전통적 사회환경과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전통주의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협소하고 익숙한 자기 세계 속에서 보존하려고 노력한다면, 보수적-기득권층은 막강한 재력을 갖추
고 사회에서 이 가치들을 수호하는 등불 역할을 떠맡으려고 애쓴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서랴’ 중에서
진보적-지식인층 사람들은 세 가지 분야의 최고의 것을 자기 삶에 통합하려고 노력한다. 바로 성공과 풍요로운 삶, 진정성, 개인주의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자기계발의 여지가 허용되는 느려진 일상생활 속에서 추구한다. 이것은 때로는 단순히 도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까다로운 균형 자세다. -‘누군가는 비판적이어야 하니까!’ 중에서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잘못된 결정일지 몰라서 불안해한다. 우리는 뒤로 미루고, 현 상황을 유지하며,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 모든 가능성들 때문에 꼼짝 못한다. 우리는 정향점과 의미를 찾아 삶을 정처 없이 비틀거리며 헤쳐 나간다. 그러나 그 두 가지를 가져다줄 결정은 감히 내리지 못하고, 대신 남들의 지지와 인정을 구한다. 우리는 타인의 결정, 생활 스타일, 견해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직감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버렸다. -‘수많은 가능성 열어놓기’ 중에서
순응적-실용주의적 환경에 속하는 사람은 격렬한 토론, 대립적인 논쟁, 데모에 가담하려는 욕구를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실용주의적 관점과 남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바람이 이런 일들에 끼어드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원칙상 매우 튼튼한 두 기둥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안전책과 안정에 대한 욕구, 뚜렷이 형성된 오락과 체험에 대한 갈망이다. -‘머리를 앞세우고 물결 속으로’ 중에서
전통적 환경의 사람들은 절약, 겸손, 의무 이행 같은 가치들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시민의 덕목으로 여긴다. 예전에 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것이, 노년에 들어 빈곤이 가중되는 시기가 되면 다시 절실해지고 중요해진다. 그들은 자주 불평을 하기는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 ? 비록 언젠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로 끝난다 하더라도 ? 침착하고 끈질기게 순응한다. 그럴 때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더 심각한 상황도 이겨냈어’ 하는 굳건한 태도가 도움이 된다. -‘우리는 더 심각한 상황도 이겨냈어’ 중에서
성과자들은 사회적으로 뿌리내린 탄탄한 연결망을 떠나야 할 시점이 오면 늦게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순응적-실용주의적 사람들과 결별한다. 성과자들은 훨씬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고,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단호히 경제적 성공을 추구한다. 바로 이 성공이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서로 닮아 보이는 쌍둥이’ 중에서
건강, 갈채, 활기, 슬픔, 피로 등 우리는 더 이상 이런 것들에 관해 말하지 않고 글자판을 이용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거리감이 많이 생길수록 그만큼 타인에 대한 우리 관계도 디지털화된다. 우리는 ‘진정한’ 접촉을 적게 할수록 사람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속속들이 아는 지점에 더 빨리 도달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그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전혀 낯선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것처럼 당혹스럽고 소심해진다. -‘디지털화된 정서의 비극’ 중에서
즐거움, 자극,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것이 쾌락주의자들의 실질적인 동인이다. 따라서 이때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벌어질 수 있는 불화는 사실상 기꺼이 감수하거나 심지어 의식적으로 초래하기도 한다. 쾌락주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무엇보다 참신함, 즐거움, 특이성을 중요시한다. -‘수프가 가득한 세계에서 포크를 든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와 관련된 가치 지평을 이루는 것들을 결정한다. 이때 세상은 흔히 은연중에 자유의지라는 생각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자유의지란 인생의 많은 분기점에서 순전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자유’ 결정들이 우리가 사전에 만들어둔 기반에서 나온 결과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이용해서, 자신이 몰두하는 사안의 각각의 새로운 특성을 이용해서, 우리의 생활 세계가 놓여 있는 기반의 또 다른 부분을 세우는 것이다. -‘독일에도 하류층이 존재한다’ 중에서
불안정한 환경에 속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생활 여건에서 한결같이 배제와 불이익에 직면한다.이 환경에는 무엇보다 원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태어났거나 사회적 신분 하강을 겪은 사람들이 속해 있다. 이 신분 하강은 종종 사회가 변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로 인한 것이다. 사멸되어버린 업종,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낙오한 구 동독 시민들, 혹은 인생의 결정적인 분기점에서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독일에도 하류층이 존재한다’ 중에서
나도 사람들을 마주칠 때 부정적인 측면들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때로 쉽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오늘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면, 그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서랍들을 열도록 하자.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그들을 서랍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면 혹은 넣기를 원한다면, 그들에게 다시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슈퍼마켓은 사회의 배양접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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