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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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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32g | 147*207*30mm
ISBN13 9791186821299
ISBN10 118682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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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순례로 그을린 얼굴에는 기쁨과 눈물, 실망과 피로가 가득했다. - 15쪽

순례자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티아고로 가는 것은 단순히 신앙(도구적 목적) 때문이 아니다. 비현대적 방식으로 이동해서 그들의 사회와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표명(표현과 소통의 목적)하는 것이다. - 56쪽

카미노의 많은 순례자는 길 위에서 모험과 고독 사이의 뭔가를 찾는다. 여행을 통한 탐색, 다시 말해 외부의 길을 걸으며 내면의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 70쪽

카미노 순례는 일상에서 곪은 채 방치된 상처(상실, 실패, 공포, 수치, 중독)를 드러낸다. 길에서 경험한 것은 종종 이 상처에 효소 역할을 한다. 카미노는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듯한데, 다른 질서를 창조하는 희망과 기적의 길이다. 그래서 어떤 순례자는 카미노를 치유의 길(la ruta de la terapia)이라 부른다. - 84쪽

더 느리게 움직이며 ‘발걸음이 사색’이 되는 ‘인간적 속도’의 리듬에서는 공간과 자연경관을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 132쪽

내 경우는 카미노에서 인상적인 기억 중 하나가 메세타의 달빛이다. 당시 나는 순례자 두 명과 출렁이는 밀밭 사이로 뻗은 흙길을 걷다가, 밀밭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익어가는 밀 이삭 한가운데 파묻힌 채, 하늘에는 달빛과 별빛뿐이었다. 밀밭을 흔드는 따뜻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든 곳에 있었고, 아무 데도 없었다. 그 순간 모든 것에서 떨어져 완전히 자유롭고, 혼자이며, 행복하다고 느꼈다. - 138쪽

순례자가 새로운 감각과 고통, 근육과 인내심의 단련을 통해 자기 몸에 귀 기울일 줄 알면, 몸은 중요한 정보의 창고가 된다. 순례자는 대개 심리적 문제는 몸으로 드러나며, 그때는 속도를 조절해서 몸과 마음의 상태에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믿는다. - 196쪽

카미노는 정체성을 실험하고, 영혼을 탐색하며, 과거를 더듬고, 우정을 만들고, 진지한 종교적·개인적 사색에 몰두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에게 의미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 231쪽

이렇듯 순례의 마지막은 달콤하고 쌉싸름하다. - 286쪽

귀향은 순례의 본질적 부분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카미노로 와야 하고, 카미노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 315쪽

카미노의 더 심오한 선물은 어쩌면 ‘잠재적인 나’를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326쪽

모든 도착의 역설은 그것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이다. 순례자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은유적인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다. 집에 돌아가면 뭐든 시작할 거라고 말이다. - 376쪽

오늘날 카미노 순례는 엄격한 의미에서 종교 여행으로 부활한 게 아니다. 오히려 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중산층 유럽인(대부분 남성)이 ‘의미 있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이상적 방편으로 부상했다. - 425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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