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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 개정판 ] 문지스펙트럼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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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34쪽 | 151g | 128*188*20mm
ISBN13 9788932035000
ISBN10 893203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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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복도가 있지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그건 그렇고, 제발 말씀해보세요. 어떻게 해서 그 여자는 자신이 남자에게 원하는 게 바로 그거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는지 말이에요. 어떻게 자신이 그에게서 뭘 갈망하는지를 그토록 확실하게 알았을까요?”
그는 좀 사나워진 눈초리로 여자의 눈을 응시했다.
“제 생각엔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어느 날 새벽, 여자는 그에게 간절히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어떤 것인지를 그 남자에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게 분명해졌단 말입니다. 그런 걸 알게 되었을 땐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p.41~42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 말고는 하루하루의 일과가 정해진 시간에 따라 판에 박은 듯이 이루어지죠. 계속할 수가 없군요.”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계속하십시오.”
“늘 똑같은 식사 시간이 되돌아오죠. 그리고 밤이 찾아오고. 어느 날 전 피아노 레슨을 생각해냈어요.” --- p.81

“그래서 그 여자는 떠났던가요?”
“때때로 남자가 시키는 대로 나갔죠. 가고 싶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안 데바레드는 이 낯선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망을 보는 짐승처럼.
“제발.” 그 여자가 애원했다.
“그러다가 남자가 여자를 바라볼 때 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그런 때가 오고야 말았어요. 그 여자는 이제 더 이상 예쁘지도, 밉지도, 젊지도, 늙지도 않은 모습이 되었고,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과도 닮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는 두려웠어요. 그땐 마지막 휴가 중이었죠. 겨울이 되었어요. 라메르가로 돌아가실 거죠. 곧 여덟번째 밤이 될 겁니다.” --- p.85~86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오리 요리가 다시 한번 지나갈 것이다. 안 데바레드는 조금 전과 같은 몸짓으로 자기를 그냥 지나쳐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그녀를 그냥 지나쳐갈 것이다. 그 여자는 소리 없이 허리가 꺾이는 괴로움으로, 그 타는 듯한 고통으로, 자신의 은신처로 되돌아간다. 사내는 정원 철책을 놓아버렸다. 그는 힘을 써 일그러진 텅 빈 두 손을 들여다본다. 저만치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서 운명이 결정되었다. --- p.100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다시 흘러나와 더 커졌다. 그녀는 다시 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는 여자의 행동을 눈으로 좇다가, 결국 고통스럽게 알아차리고, 납덩이처럼 무거운 손을 들어 그 여자 손 위에 포개놓았다. 그들의 손은 너무도 차가워서 오직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 속에서만 환각으로 서로 스쳐 갔다. 지금과 같이 소망 속에서 말고는 달리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들의 손은 죽음의 포즈로 굳어진 채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 p.108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대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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