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황순원 동요·동시 48편에 영향을 받은 작품집으로써 시집 『방가』와 『골동품』을 재해석할 때에, 그가 일생 동안 보여준 순수문학이 기원하고 형성되는 지점과 그 논리가 잘 파악됐다. 이러한 검토는 황순원 순수문학의 기원과 형성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작가론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구사에서 1930년대의 황순원 시에 대해서는 서정주의적인 요소와 함께 민족주의·사회주의·아나키즘적인 면모가 강조됐다. 여기서는 황순원 순수문학의 기원을 그의 동요·동시 48편 중 일부 작품으로 본 뒤에 그 동요·동시의 영향으로 시집 『방가』와 『골동품』에서 그의 순수문학이 형성됐음을 검토했다.
---「1930년대의 황순원 동요·동시와 그 영향」중에서
황순원의 초기 문학에 나타난 순수는 일체의 현실적인 연관에서 해방된다는 관념을 비교적 일관되게 지니면서도, 동시대의 시문학파와 월트 휘트먼의 영향과 동요·동시의 창작 배경으로 인해서 다양성을 보여줬다. 황순원의 초기 문학에 나타난 순수성은, 그의 순수문학 기원과 그 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인 의의와 가치가 있다.
---「1930년대 황순원의 초기 시에 나타난 순수성 고찰」중에서
황순원의 해방 직후 발표 소설 중 「아버지」와 「황소들」은 조선문학가동맹 좌파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강하게 혹은 약하게 받은 작품으로 기존의 연구사에서 언급해왔지만, 이런 언급에서는 좌파 이데올로기라는 잣대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인물의 의지를 직접 재단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인물의 의지를 중심으로 소설 속의 좌파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면 해석의 방식이 달라진다. 쉽게 말해서 얼마나 좌파 이데올로기를 구현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새로운 핵심이 되는 것이다.
---「황순원의 초기 소설에 나타난 순수성 재고」중에서
순수문학은 그것을 주창하는 문인의 대부분이 사회주의·좌익 이데올로기를 비판·부정하는 반계급적인 태도를 지니는데, 해방 직후 황순원 문학 속의 반계급성은 문협 주도 세력이 보여준 것과 그 성격이 다르다. 반계급성은 문협 주도 세력의 문학에서 우익적·보수적인 민족문학 혹은 순수문학을 구성하는 이분법적·상극적인 개념인데 반해서, 황순원의 단편소설집 『목넘이마을의 개』에서는 해방 직후의 남한 사회에 적응하면서 사회주의·좌익과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자기 증명의 한 양상이 된다.
---「해방기에 나타난 문학적인 순수 관념의 다층성」중에서
황순원의 동요?동시에 나타난 순수성은 일기나 계절의 변화를 다룬 자연현상 소재의 작품 12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에는 식민지 민중의 혹독한 삶이나 계급모순에 의한 고통을 겪는 인간 대신에 존재의 힘을 가진 자연현상이라는 세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 세계가 현실과 일체의 연관이 없는 미와 열정의 대상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힘이 강하고 그 힘을 발산하는 성향의 존재로 형상화된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1930년대 초반의 황순원 동요·동시에 나타난 순수 관념의 특성」중에서
1930년대 초중반의 탈계급주의 경향은 황순원이 창작을 시작할 때에 일종의 배경이 된다. 이 점에서 1930년대 초중반의 황순원이 이런 경향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문학적 특성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16세의 청소년이 1931년에 습작에 가까운 창작을 할 때에 동시대의 주요 경향을 일탈·위반하는 특이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극히 힘든 일이었음을 전제한 것이다.
---「황순원 시집 『방가』의 재탐색」중에서
시집 『골동품』은 시집 속의 설명과 판권에 따르면 황순원이 그의 일본 유학 시절인 1935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창작한 시 22편을 묶어서 이듬해인 1936년 인쇄소 삼문사에서 발행한 책이다. 시집 첫 페이지에는 “나는 다른 하나의 실험관이다.”라는 다소 도전적·실험적인 문구가 있어서 그 이전 시집 『방가』,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작품집과 차별성을 지니려는 노력을 짐작게 한다.
---「황순원 시집 『골동품』의 동시적(童詩的)인 특성」중에서
황순원의 식민지 시기 발표 소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인간의 보편성인 순수·서정·모성·동심 등이 강조된 초역사적·초사회적인 논의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역사적·사회적인 맥락을 따져보면 직업·취미, 가문의 분위기, 연애·결혼 등 당대 상층계급의 일상적인 문화를 세밀하게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황순원의 식민지 시기 소설 속의 상층계급과 그 문화」중에서
해방 이후의 황순원 소설에서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주요 우익 집단의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이 전재민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은 전재민을 바라보는 현실을 구조화하는 무의식적인 것이고, 전재민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전재민이 남한 사회를 산다는 것은 이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된다. 전재민은 주요 우익 집단이 보여준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에 나타난 좌우 이데올로기 대응」중에서
국가 건립 직후에 엿보이는 황순원 소설의 변화는, 이승만 정부가 만 든 ‘좌익’이라는 정치이데올로기 규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밀접하게 대응된다. ‘좌익’이 되어서 국민보도연맹에 가맹된다는 것은, 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것이자 신체의 자유와 생사 여부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서 황순원은 자신이 좌익이 아님을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자기감시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국가 건립 직후의 발표 소설에서 나타난 시·공간적 배경의 변화는 이러한 자기감시와 관련된다.
---「‘좌익’이라는 낙인, 순수라는 수의(囚衣)」중에서
황순원의 「별」이 출간된 1940년 전후의 다른 소설을 참조할 때에, 순수한 아동에 대한 서술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아동의 모습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확인된다. 본래 아동은 비록 어린 나이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가족과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는 현실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별」 속의 아동 역시 작품 속의 현실에서 가족·사회에 속한 존재이겠지만, 작가 황순원은 이러한 존재를 오로지 죽은 어머니가 아름답다는 그의 믿음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는 자로 재현한다.
---「황순원 초기 소설 속의 순수한 아동 표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