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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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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2989
ISBN10 8946412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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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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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정환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경희대 경영학과,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동양철학, 종교학 등에도 조예가 깊어 역학 칼럼니스트로도 일하고 있다. 역서로 <충신장> <용비어천가> <여자들의 지하드> <진리> <스푸트니크의 연인> <어둠 속 대리인> <표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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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

첫 요리인 햄과 멜론이 나왔다. 껍질 채로 작게 자른 멜론의 과육에 핑크색의 햄이 말안장처럼 얹혀져 있고 그 위에 한 개 반의 검은 후추가 올려져 있었다. 포크로 찔러서 입으로 가져가자 멜론의 달콤한 맛과 햄의 짭짤한 맛에 후추의 매운 맛이 어우러져 입 안에 바람이 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콜이 내리기 직전에 열대의 정글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과 비슷한 느낌이 입 안에 감돌았다.

둘째날 밤

새끼 토끼의 리예트를 한 입 먹었다. 입으로 들어간 순간, 바로 그 감촉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강 안의 점막, 혀, 이, 목구멍으로 감촉은 이동하지만 원리는 같다. 무엇인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가 다음 순간에 사라지는 감각. 그 감각이 사라지기 직전에 무언인가 다른 감각이 대치되지만 그 감촉이 목구멍으로 옮겨졌을 때에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밤

입 안과 목에서 뭔가가 뒤섞여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는 토마토와 달걀 노른자, 크레송이라는 식으로 뇌가 반응했지만 두 번째에는 말을 잊었다. 혀 위에서 무엇과 무엇이 섞이든 그런 건 관계없이 미각과 혀에 느껴지는 쾌락이 말을 빼앗아 버렸다. 자의식도 사라져서 뭔가가 나의 내부에서 융합되고 있는 듯한 감각만이 스푼을 움직이는 동안 지속적으로 남아 있었다. 뭔가가 자기의 내부에서 융합되는 듯한 감각, 좋아하는 남자의 정액을 받아들인 여자는 틀림없이 그런 감각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그렇게 말하고 미치코는 일단 말을 끊었다가 입술을 깨무는 듯한 표정으로 수면이 아닌 자기의 발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발에는 신발도 스타킹도 보이지 않는다. 고기가 퍼석퍼석해지는 것도, 말이 죽어서 잔해가 되는 것도 똑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이라거나 모랄, 그런 것과는 관계가 없다. 나는 미치코의 귀에 입을 대고 그래, 한계가 있는거야, 라고 속삭이면서 어깨를 끌어안았다. 손을 잡고 뺨과 입술에 키스했다. 미치코는 눈을 떼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 p.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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