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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 오타쿠, 게임,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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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90쪽 | 438g | 153*224*20mm
ISBN13 9788965640448
ISBN10 89656404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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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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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장이지
시인이자 문학박사.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으로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이 있으며, 연구서로 『한국 초현실주의 시의 계보』, 편저로 『이수복 시 전집』이 있다.
감수 : 선정우
출판기획사 코믹팝 대표. 1995년 만화 칼럼니스트로 데뷔했고, 2002년부터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2002년 대한민국만화대상과 2004년 오늘의우리만화상 심사위원, 200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 초대 작가로 참가했다. 저서로 『슈퍼 로봇의 혼』, 일본에서의 공저로 『오타쿠:인격=공간=도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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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특정한 상상력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전근대의 이야기꾼은 신화와 민담의 집적 속에서, 근대 작가=독자=시민은 자연주의 속에서, 그리고 포스트모던의 오타쿠들은 캐릭터의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들의 환경은 작가의 표현을 규정하고 또 작품의 소비 형태도 규정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환경이 작품 횡단적·장르 횡단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 따라서 우리는 라이트노벨의 기법(데이터베이스의 참조)을 사용하여 SF, 미스터리, 판타지, 포르노를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의 기법(현실의 사생)을 사용하여 SF, 미스터리, 판타지, 포르노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기보다 바로 그 때문에 근대문학은 지금까지 그 파생형으로써 다양한 장르 소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해보고 싶은 ‘문학적 가능성’은 이와 같은 자연주의적 가능성과는 또 다른 것이다. 이제부터는 일본 문학에서 라이트노벨의 대두가 단순히 새로운 현실이나 새로운 문학의 출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학이 현실을 묘사한다는 전제 그 자체에 감추어져 있는 ‘굴절’을 폭로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 굴절의 존재에서 역으로 캐릭터 소설의 문학적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리얼리즘을 임시로 ‘게임적 리얼리즘’이라고 이름 붙여두자. 그에 비해 게임적 리얼리즘은 게임 혹은 인터넷, 그렇지 않으면 포스트모던의 소비사회라는 미디어의 새로운 환경(커뮤니케이션 지향적 미디어)이 출파이라는 오래된 환경(콘텐츠 지향적 미디어)에 침입하여 그 경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제작 기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모에에 대한 의존, 다시 말해 캐릭터의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의존은 2000년대 오타쿠계 문화 전체의 경향이지만, 복수의 여주인공을 등장시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매력을 효과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는 미소녀 게임에서는 이 경향이 특히 선명하게 나타난다. 현재의 미소녀 게임은 캐릭터 소설과 나란히 혹은 그 이상으로 캐릭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침식된 표현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여기에서 『츠쿠모 주쿠』를 메타 미스터리에 대한 헌정으로 혹은 게임적 리얼리즘의 또 다른 전개로 읽는 것과는 별개로 『세계의 끝,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의 2000년대풍의 리메이크나 재해석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일 그러한 독해가 성립한다면, 우리들은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 만화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어, 1980년대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2000년대의 마이조 오타로를 잇는 연속성을 도출하여, 그것을 축으로 제1장의 제10절에서 예고한 ‘완전히 새로운 일본 문학사’를 구체적으로 쓰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전통적인 문학평론이 지금까지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우화적이고 환상적이고 메타 이야기적인 실존 문학의 계보가 쓰이게 될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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