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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당나귀 귀

을들의 당나귀 귀

: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

리뷰 총점9.1 리뷰 9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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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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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62g | 135*210*22mm
ISBN13 9788964373224
ISBN10 896437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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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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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지만 유쾌했던 탐사를 기꺼이 안내해 준 게스트들은 모두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부분을 다루는 협소한 이론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다르게, 혹은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하는 인식론이자 관점이며,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화자들이다. (…) 언제나 ‘더 많은 말’이 다른 세계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지난 3년간 차곡차곡 쌓아 온 말들 안에서 우리는 세계를 좀 더 명징하게, 그리고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설쳐서”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언제나 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 pp. 10-11

송은이 씨가 [택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숙이랑 나는 애하고 시어머니가 없어서 방송을 못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30, 40대 여성 연예인들이 살림, 육아, 결혼을 둘러싼 갈등, ‘시월드’ 이야기, 이런 걸 풀어놓지 않으면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예요. --- p.24

2018년 ‘미투’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되면서, [아빠를 부탁해]의 ‘딸바보’ 아빠들이 차례로 고발되었다. 이들은 가르치던 제자, 함께 공연한 배우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바보’ 가부장의 이미지가 여성을 소유하고 교환하는 구조의 알리바이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여전히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아버지들은 딸을 “내 진짜 애인”이라거나 “시집보내기 아깝다”고 말하며, 딸의 섹슈얼리티를 소유하려 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간판 ‘딸바보’는 축구 선수로 바뀌었지만, ‘공주님처럼 예쁜 딸’과 보호자 아버지의 구도는 변함없이 반복된다. 아버지들은 5살 남자 아이에게도 ‘예쁜 여자는 친구와 경쟁해서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예쁜 여자아이를 두고 경쟁하는 ‘오빠들’의 삼각 구도는 대물림되며 강화된다. 결국 가족 예능에서 ‘딸’은 독립된 주체로 상상되지 못하며, 인간이라기보다 그저 ‘여자’로만 남게 된다. --- p.107

사실 가정에서 남성이 혼자 생계를 꾸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런 부담감을 너무 크게 가지고 있어요. 김숙이 “그깟 돈, 내가 벌어 오면 되지”라고 하는 순간, 여성과 여성의 경제력이 가시화되고, 여성 시청자와 남성 시청자 양쪽에게 해방감을 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김숙은 그 역할도 착실히 수행합니다. 돈 열심히 벌어 오고, 빚더미에 앉은 남편 윤정수에게 정말 아름다운 생일 이벤트를 열어 주죠. 정말 많은 화제를 끌었던 ‘돈 크리넥스 곽’입니다. 계속 돈이 나오는 티슈 곽을 선물했거든요. 그야말로 가모장이죠. --- pp.128-129

아이돌은 데뷔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보내거든요. 연습에 연습을 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모 관리도 굉장히 엄격하고요. 거식증에 걸릴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멤버들도 있죠. 보이그룹도 다이어트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걸그룹에 요구되는 것처럼 기준이 엄격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최근에는 점점 더 여성 아이돌의 몸집이 작아지고 있죠. 그렇게 최대한 작은 몸을 만들면서 하이힐을 신고 춤춰야 하고, 부상 위험도 상당해 보이죠. 게다가 성형과 시술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고요. 심지어는 합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핸드폰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10대를 아이돌 데뷔를 위한 준비 기간에 전부 투신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 학교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요. 그러니까 데뷔에 실패하거나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하면, 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기도 하죠. --- p.145

제가 몇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요. 일단 여성은 무엇보다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이런 말 있잖아요. 미드는 경찰이 나오면 수사를 하고 의사가 나오면 진료를 한다. 일드는 경찰이 나오면 경찰이 교훈을 주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교훈을 준다. 한드는 경찰이 나오면 경찰이 연애하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연애한다. 그러니까 어떤 드라마에서든 또 어떤 여성이 어떤 직업을 가졌든 연애 대상으로 그려진다는 거죠 --- p.184

실제로 당대 여성들은 남성 사회주의자와의 결혼을 통해 운동 지형 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거든요. 오히려 ‘진짜’ 혁명가인지 아니면 단지 아지트키퍼에 불과한지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여성 혁명가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여기에는 ‘여성은 정치적 이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전제돼 있어요. 예컨대 가수 이효리 씨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자, 혹자들은 김제동, 주진우랑 친하게 지내다가 저렇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잖아요. 그런 의심은 남성 혁명가들에게는 제기되지 않죠. 식민지 시기의 저명한 남성 문학비평가 김기진은 잡지 『신여성』 1924년 11월호에 이렇게 썼어요. “대체로 여자라는 것은 국수주의자에게로 가면 국수주의자가 되고 공산주의자에게 가면 공산주의자가 되는 모양”이라고요. 그런데 최근 페미니스트 연구자 장영은은 김기진의 그 말을 이렇게 바꿔 써야 한다고 주장했죠. “여성은 민족주의자라서 민족주의자에게로 가고 사회주의자라서 사회주의자에게 간다.” --- p.212

지금 한국의 성노동 담론은 주로 자유주의적인 입장에 의해 견인되는 것 같아요. 성매매를 둘러싼 낙인이나 성 보수주의적인 위선을 제거하면, 다시 말해 개인적 성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면, 성판매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죠. 하지만 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는 개인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통치술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섹슈얼리티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는 것이 평등한 성적 거래로 이어진다는 것은 환상이죠. 저는 여성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에로틱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성 시장의 전제 조건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을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으로 진입시키는 하부의 구조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그 가난의 완충지대에 성매매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 더 큰 문제겠지요. 이 부분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p.248

원작자 윌리엄 마스턴은 원래 여성 참정권론자였어요. 그래서 원더우먼 캐릭터를 만들 때, 영국의 서프러제트를 이끌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원더우먼은 페미니스트 캐릭터였던 셈이에요. (…) 이 마스턴이라는 사람이 좀 독특한데요. 그중 하나가 부인이 두 명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또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첫째 부인은 엘리자베스 마스턴이라고, 유명한 페미니스트였죠. 윌리엄과 엘리자베스는 부부이자 페미니스트 동료였고, 함께 참정권 운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도 함께 창조했어요. 거짓말탐지기도 공동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에 만난 올리브 번이라는 젊은 여성 역시 대단한 집안사람이었어요. 올리브의 어머니는 언니인 마거릿 생어와 함께 임신중지권과 피임권 초창기 운동의 대표적 운동가였던 에델 번이었어요. --- pp.281-283

미국에서는 2017년 즈음, 게이머 게이트의 다른 버전인 ‘코믹스 게이트’가 등장했다. 코믹스 게이트는 최근 마블과 DC 등에서 제작하는 히어로 코믹스의 남성 팬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다. 최근 히어로 코믹스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캐릭터들의 성별, 성정체성, 인종 등을 다양화하는 한편, 이들에게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히어로 무비에서도 드러나는 추세이다. 그런데 그에 반발한, 장르의 ‘진짜’ 팬을 자처하는 남성들이 ‘PC’(정치적 올바름)가 장르를 망치고 있다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불매운동을 하는 한편, 여성 작가나 제작자에게 성폭력을 포함한 사이버 불링을 저질렀다. 다행히 제작사들은 남성 팬들의 이런 반응에 동조하지 않았고, 극장가에서도 변함없이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 pp.37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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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저는 예능이라는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32년을 버텨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 전쟁터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을들의 당나귀 귀』를 읽으면서 제가 왜 맨몸으로 싸워야 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셔서 여러 번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포함해, 전쟁터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간 동료들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들 차례입니다. 이 책을 읽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박미선 (방송인)
큭큭큭. 웃고 있는데 화가 난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손희정. 30년 넘은 여성 단체의 대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가 여러 패널을 초대해 대중문화 속 여성의 재현을 두고 대담을 했다.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묶은 이 책은 미디어가 보여 주는 여성상이 여성의 실제 삶과 어떻게 같고, 많은 경우 어떻게 삶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는지 논의한다. 웃으며 읽다 보면 분노하게 되고, 분노하다 보면 눈물도 찔끔. 한국여성노동자회의 기획으로 시작된 팟캐스트이니만큼 여성의 집 밖과 집 안에서의 삶을 모든 생애주기의 여성이 ‘보이는’ 방식을 통해 분석하면서, 여성성이 돈이 되는 방식과 그것이 궁극적으로 여성 혐오와 여성 착취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각 패널의 전문성이 드러내는 시선의 깊이도 매번 흥미진진하다. 책 속에서 인용된 “애하고 시어머니 없어서 방송 못 한다”라는 방송인 송은이의 한탄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을 드러내는지. 이 책을 통해 미디어와 대중문화를 바꾸기 위해, 여성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제대로 보고 읽는 법’을 배우는 첫 단추를 꿰길 바란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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