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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한 재판

소년을 위한 재판

: 소년부 판사, 소년법을 답하다

심재광 | 공명 | 2019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37건 | 판매지수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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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18g | 140*210*20mm
ISBN13 9788997870356
ISBN10 899787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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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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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입니다.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소년보호사건을 처리하면서 숱한 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저 역시 피를 흘리며 무릎 꿇고 있는 피해소년의 사진을 보면서 너무나 참담한 기분이 들었고, 소년사건 절차를 조롱하는 대화 내용을 접하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이 사회의 어른이고 부모인 입장에서 당시 공포심과 수치심을 넘어 절망감에 휩싸였을 피해소년의 입장, 그 부모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 가해소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년들, 어른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소년들과 같이 불특정 소년들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급기야 성난 민심은 이러한 소년 강력사건의 공범으로 ‘소년법’을 지목하기 시작했고 소년들을 소년답지 않게 만든 것은 때때마다 소년들을 감싸주기만 하는 소년법의 과잉보호 때문이므로, 이제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국민이 청와대 홈페이지로 몰려가 ‘소년법 폐지 청원’에 동참했고, 그 숫자가 20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자 저는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소년보호재판의 실무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내 생애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난 민심은 제가 맡고 있는 재판의 성과와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한참 소년보호사건을 들여다보고 재판을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서 소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국민들은 ‘소년법과 제도가 이 사회를 해치는 것이니 폐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소년법과 제도의 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제대로 알려지면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에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10년 이상 판사로서 임하고 있는 저도 아직 알지 못하는 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소년법조차도 실제로 재판업무를 맡으면서 알게 되었지 그전에는 소년법과 제도가 어떤 것인지 그저 추측해 보는 정도에 불과했었습니다. 소년법과 제도를 직접 접해보지 않았다면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소년분류심사원이 뭔지, 6호 시설이 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소년법이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잘못을 저지른 소년에게 주어지는 것이 ‘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소년들이 아무리 훔치고 때리고 부수고 해도 그저 교육 몇 시간 받고 봉사 몇 시간만 하면 쉽게 용서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소년들이 정신을 차리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처럼 형벌로 다스리자는 주장이리라.
하지만 그런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 번째는 소년들의 입장에서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호처분에는 교육이나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6개월 내지 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짐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은 오히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형사처벌보다 더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교도소에 보내지는 것도 아니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절도, 폭행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소년들이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그냥 풀려날 것이다. 성인들이야 집행유예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 무거움을 실감할 수 있지만 별생각 없는 소년들은 잘못을 해도 그저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기만 한다.
그런데 보호처분은 좀 다른 면에서 소년들을 매우 귀찮게 할 수 있다. 비행이 반복되거나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인데 소년들 입장에서 운 좋게 시설에 보내지는 처분을 받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풀세트 처분’을 받게 되면 이곳저곳 다녀야 할 곳도 많고 간섭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힘든 것이 사실이다. ‘풀세트 처분’이란 소년들 사이의 은어로 1호, 2호, 3호, 5호를 한꺼번에 부과하는 처분을 말한다. 보호처분이 한 가지만 부과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만약 소년이 풀세트로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보호자 를 대신하는 위탁보호위원의 감호에 위탁되어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생활을 보고해야 하고(1호 처분), 법원에서 정한 수강기관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상담 또는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일주일에 2시간씩 20번 정도 수강기관에 출석해야 하며(2호 처분), 보호관찰소에서 정하는 단체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하므로 9시간씩 4~5회 정도 봉사를 해야 하고(3호 처분), 2년 간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으므로 2년 동안 주기적으로 보호관찰소에 출석하여 면담을 해야 한다(5호 처분). 만약 이러한 보호처분을 불성실하게 이행하면 판사는 보호처분 기간을 연장하거나 더 중한 보호처분으로 변경할 수 있으니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은 매우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보호관찰처분에 부가되는 야간외출제한명령이 있으면 2~6개월간은 야간에 집에 있는 걸 확인받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야간전화를 받아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그냥 재판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와는 그 불편함의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물론 형사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소년형사재판에는 그러한 부가처분이 대체로 부과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소년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눈치 빠른 변호사들은 소년부로 송치하지 말고 집행유예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집행유예 판결이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 것보다 편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맹점은 소년도 보호처분만 받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9조에서는 “14세 미만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법률상의 나이는 만 [滿] 나이다. 이하 본문 의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표기했다. - 편집자주)고 되어 있다. 그래서 현행법 하에서 14세 이상의 소년은 검사의 선택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미성년 공범이 성년인 공범과 함께 형사재판을 받은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소년법이 있다고 해서 소년이면 모두 형사처벌을 피한다고 보는 것은 명백한 오산이다. 오히려 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형법에서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보고 ‘만 10세부 터 만 13세까지의 소년(법 개념상 촉법소년이라고 함)’에 대해서는 보충적으로나마 보호처분이라도 받게 하려는 것이 소년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를 단순히 받아들여서 소년법을 폐지해버리면, 10세부터 13세까지의 소년은 형법에 따라 무죄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잘못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모순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2장- 소년은 보호처분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중에서

요즘에는 아무리 유명한 정치인, 예술가, 연예인이라도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저질렀다는 의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어서인지 소년들 사이에도 성범죄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되다. 성과 관련된 잘못을 저지르면 즉시 소문이 나고 친구들 사이에 ‘강간범’이라고 놀림을 받으며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어떤 경우는 그 놀림의 정도가 지나쳐 잘못을 한 소년도 지나친 비난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서도 소년이 성 관련 비행으로 입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심한 놀림감이 되므로 가급적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다.
소년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은 대부분 또래 청소년이다. 일반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청소년인 경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된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게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청소년인 이상 아청법의 적용을 받아 무겁게 처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범인이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범죄라서 어쩔 수 없다. 사건으로 접하는 피해소년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고통 속에 살게 되면서 성격까지 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내가 맡았던 가정폭력 사건 중에는 어린 시절에 당한 성폭행 충격으로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겪어 그 후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을 다 포기하고 집에서 지내면서 온갖 화풀이로 가족들을 괴롭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소년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가므로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 있어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은 아무래도 ‘동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있다. 워낙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져 가해자와 피해자만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판단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결론도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 증거는 많지 않지만, 유죄로 인정되어 중한 형벌과 비난으로 피고인의 인생이 끝장날 것인지 아니면 무죄로 인정되어 단지 치정관계였던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인지 양자택일뿐이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은 판사들에게 있어서 참 다루기 어려운 사건 중 하나다.
소년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른 소년사건들은 명백한 증거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자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소년들의 강간,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소년의 진술 외에는 마땅히 증거도 없는데 어린 피해소년들의 진술이라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술한 것인지, 그 표현이 제대로 된 것인지 등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해소년들은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걸 피하려고 사선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필사적으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비 오는 날 밤, 어두운 곳에서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여자를 쫓아가 넘어뜨리고 범행을 시도하는 경우라면 유죄임을 인정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남녀소년들이 가출팸을 구성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시고 난 후에 불상사가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가해소년들은 서로 좋아했다거나 적어도 피해소년이 딱히 거절하지도 않아서 그랬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이런 사건은 범행 당시의 전후 상황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해서 그 판단이 어렵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범행 중 ‘준강간, 준강제추행’이 있다. 그 개념이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잠을 자거나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 소년들이 술을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고 벌칙으로 여자소년이 술을 과다하게 마셔 정신을 잃은 사이에 남자소년 역시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남자소년들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하면서 범행을 저질러야만 죄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을 자거나 술에 만취한 피해자에 대한 범행도 똑같이 처벌받는다는 걸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 「3장-소년을 법정에서 마주하다 ‘성 관련 범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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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가정법원장으로서, 현행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비행 소년을 과잉보호한다는 국민 여러분의 우려스러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고자 하는, 한 젊은 소년부 판사의 생생하고 정성스런 이야기와 설명이 국민 여러분의 불편한 마음을 온전히 녹여주리라 믿습니다.
-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
소년재판은 소년의 행위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의 환경, 성향,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필요한 처분을 찾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재판하는 사람도, 재판받는 사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끔 아무런 준비 없이 법정에 왔다 갔다만 하는 소년과 그 가족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소년법에 마련된 세심하고 체계적인 제도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절차에 임한다면, 각 절차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어떤 마음으로 소년을 대하는지 안다면, 조금 더 빨리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저의 소년재판이 그저 ‘소년에 대한 재판’이 되게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마음을 담아 ‘소년을 위한 재판’을 준비합니다.
- 표현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
누구나 한때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른의 가슴마다 아직 소년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남이 아닙니다. 소년은 우리의 과거이고, 우리 자식의 현재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소년은 남이 아닙니다. 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건들은 몰라도 소년 사건만큼은 남 일이 아닙니다. 원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나는 것이 재판이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소년이기에 상처가 더 깊고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판사들 사이에서도 소년 재판은 감정적으로 가장 힘든 재판입니다. 그 힘든 재판을 저자는 손을 들고 직접 감당했습니다. 게다가 뜨거운 가슴으로 한 재판들을 이 책을 통해 서늘한 이성으로 반추해 놓았습니다. 이 사회를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어 보려는 소년의 열정을 담아서. 세상의 모든 소년들에게, 저마다 소년을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랍니다.
- 정재민 (전 판사, 작가,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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