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고객들이 다 알아주겠지. 걱정 마.”
아니, 여러분은 걱정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고객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미안할 것도 없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그 무딘 자극들 속에서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망설일 틈이 없다. 머뭇거리는 사이 경쟁자의 칼날이 고객을 자극한다. 그리고 반응을 얻어간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사이, 라이벌은 기술 점수, 예술 점수, 감동 점수…, 마구마구 득점을 이어갈 것이다. 당신은 또 그만큼 뒤처진다. 목이 쉬어라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분의 매장과 비즈니스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품과 단계에서 디테일이 살아야 한다. 벼리고 벼려 시퍼래진 칼날을 준비하지 않으면 고객의 뇌에서 사라지고 만다.
굳이 고통스럽게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만 오래도록 뇌 속에 들러붙어 있을 정도의 자극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애를 써야 한다. 잠들어 있는 고객의 뇌는 엉성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날카롭고 예리해서 딱 한 번 찔리는 것만으로 “어이쿠!”, “와우!”, “으악!” 하는 감탄사와 비명이 나올 수 있도록 무시무시한 자극을 만들자. --- pp.10-11
수업 때마다 늘 강조하는 사진이 있다. 겨울철 신메뉴로 개발한 요리 사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나 연기가 없다. 심각한 문제를 넘어 그냥 넘기면 절대로 안 되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온도를 체감할 수 없는 이미지는 고객을 내쫓는다. 아니, 아예 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으름장을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연기나 김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렇다. 바로 온도다.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온도!
그런데 이미지에서 온도를 느낄 수 없다면? 그것도 음식 사진에서 온도를 느낄 수 없다면 뇌는 시큰둥해진다. 관심을 두지도 거래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럼 구매를 지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업 시간마다 강조하는 것이 ‘제발 사진에서 온도를 보여주세요’다. 뜨끈뜨끈한 당면이 들어 있다면 그 장면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야 마땅하다. 불고기, 갈비, 빈대떡 다 마찬가지다. 전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유는 이렇다. 온도는 향과 직결된다. 즉 음식의 온도를 보여주어야 고객이 향을 느낄 수 있다. --- pp.37-39
맛이 전부가 아니다. 맛은 기본이고 그 밖의 모든 상징이나 콘텐츠로 기억된다. 상호는 정확히 기억 못하지만, “왜 거기 있잖아. 시장통 골목 안의 곱창전골 파는 집~!” 이랬던 경험, 다들 있으실 게다. 맛으로 기억된다면 “왜 거기 있잖아. 곱이 유난히 고소하고 국물이 칼칼하고 진득했던 전골집~!”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식당을 기억하는 데 미각은 아주 일부만 영향을 미친다. 그보다는 현관 앞의 커다란 조형물, 유난히 친절했던 발렛파킹 직원, 대기실에 놓인 게임기, 긴 생머리의 여주인장, 샹들리에가 번쩍이는 룸, 벽에 붙은 수족관, 등받이가 높은 소파, 12가지 반찬, 찬합에 내주는 장아찌와 젓갈, 직원들이 허리에 찬 집게와 가위, 불판의 온도를 재는 레이저 온도계 등이 더 깊이 각인된다. 그래서 당당히 강조한다.
“밥을 팔지 말고 콘텐츠를 팝시다.”
콘텐츠란 무엇인가? 아주 쉽게 말하자면 내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바로 콘텐츠다. 이걸 표현하는 데 나만의 스타일이나 색깔을 입히면 금상첨화다. 무도 그냥 무가 아니다. 우량아처럼 통통한 무, 육수를 만드는 정수기, 새로 바꾼 사각접시, 비오는 날 매장 앞의 가로수, 에어컨 청소, 직원 회식, 만석, 대기...
내 집이 다른 집보다 우월하다는 걸 은연중에 쓱 내비치고 싶은데 경쟁자와 똑같아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내 집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에 나의 생각과 색깔을 입히자. 이게 콘셉트고 곧 콘텐츠다. 모두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여러분다운 생각! --- pp.71-72
“친절은 남의 고통을 없애주는 일이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여러 가지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모두 고통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후회다. 잘못된 선택의 순간을 떠올리면 자기 허벅지를 100번쯤 꼬집고 싶을 정도로 아파진다. 후회 말고도 크게 고통을 느끼는 또 하나의 순간은 내가 가진 돈을 지불할 때다. 입이 쓰다. 뇌가 오그라드는 것 같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불에는 고통이 따른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신체적 아픔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현찰을 지불할 때도 똑같이 반응한다고 한다. 이처럼 돈을 지불하는 행위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는데 손해까지 봤다면? 고객은 다 안다. 이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가 지불하는 금액이 합당한지를 매 순간 의심한다. 그리고 확인한다. 옆집은 커피를 시키면 수제 쿠키를 내주는데 내 집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 그럼 2배쯤 아파진다. 지난번 회식했던 고깃집에서는 다음 날 감사하다고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보내왔는데 내 집에서는 입을 싹 씻는다? 경쟁자들은 마일리지도 적립해주는데 우리는 카운터에서 누룽지 사탕으로 때운다? 아, 이러면 심각해진다. 고통 정도가 아니라 고객의 뇌에서 쥐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 pp.201-203
첫째, “왜 매출이 오르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전 단계를 뒤져야 찾을 수 있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게 “맛이 없어서”, “불친절해서”,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어서.” 이런 식은 곤란하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손님이 없어서’다. 손님이 주기적으로 오면 웬만해선 매출이 줄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손님이 오지 않을까?” 두 번째 ‘왜’가 시작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왜? 도대체 왜? 다른 집에 비해서 혜택을 주지 못하니까. 무슨 혜택? 고객은 같은 가격이면 권위나 서비스, 친절, 푸짐함, 분위기, 마일리지 등으로 가득 찬 집을 선택한다. 시간과 돈을 낭비해가면서까지 어설픈 주인장을 응원하러 갈 여유가 고객에게는 없다.
반복한다. 고객은 아마추어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 집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세 번째 ‘왜’다. 고객이 원하는 것도 모르고, 또 겉으로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끊임없이 계산하기 때문이다. 대출금, 임대료, 보증금, 식재료, 인건비… 그러니 도저히 새롭고, 놀랍고, 다시 찾을 재미를 줄 수 있는 무기를 더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칼국수나 곰탕에는 김치 두 종류, 백반에는 6~7찬, 삼겹살집에서는 고기, 상추, 명이, 파절이, 찌개, 젓갈. 이것보다 더 주고 싶지만 뇌에서 말린다. 그러다 큰일 난다고. 헌데 이 녀석이 다른 매장에 가면 180도 바뀐다.
“아이고 달랑 김치만 주고 말어? 청계산 가보니 보리밥도 내주던데. 열무김치랑 비벼먹으라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남들도 다 나처럼 준다고? 그러니 3년 안에 85%가 문을 닫는 것이다. 이제는 당연한 걸 지킬 때가 아니다.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 고객들이 지불하는 금액보다 작은 가치를 돌려드리면 당신은 반드시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진다. 굳이 당신의 식당이 아니어도 갈 곳은 차고 넘치니까.
--- pp.218-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