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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역사를 부치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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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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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6g | 153*224*30mm
ISBN13 9788996575863
ISBN10 899657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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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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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안은미
에디터 및 번역가. 1978년생.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도쿄 요시다일본어학교 일본어 과정 수료. 2004년부터 에디터로 일하는 한편 만화, 방송물 등의 일본 관련 콘텐트를 번역했다. 책 계약을 위해 저자 나이토 요스케와 만난 이후, 직접 책을 번역하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겨 처음 단행본 번역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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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그림 37과 같은 일련 의 반미 우표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발행하였다. 이전처럼 ‘미제를 타도하자!’ ‘양키, 이놈’ 따위의 직접적인 구호를 내세워 단순히 미국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공표하는 선전우표가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반미’를 매개로 다른 의도를 선전하는 우표도 있다.
1971년 8월에 발행된 그림 38의 ‘반미반제투쟁’ 기념우표는 “세계 도처에서 미제의 각을 떼내자!”는 섬뜩한 구호가 담겨 있지만, 미국에 대한 비난보다는 ‘반미’를 매개로 비동맹 국가와의 연대를 호소하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그림 39는 1974년 1월에 발행된 ‘반제반미투쟁을 강화하자’ 우표로 반미가 목적이 아니라 같은 제목의 김일성 저서를 선전하고 있다. 1977년 9월에 발행된 그림 40의 주체사상 국제세미나 기념우표 역시 친숙한 반미 이미지를 빌려 북한의 주체사상 보급을 알리고 있다. ---1장 한반도와 두 개의 국가 _ 북한

본격적으로 베트남의 재식민화를 꾀한 프랑스는 각 지역에서 베트민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한편 홍콩에 망명 중이던 바오다이를 불러들여 국가원수로 내세운 채 ‘베트남국’을 수립했다. 군사적으로는 자신들이 나서되 정치적으로는 베트남인들끼리 경쟁하는 구도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그림 4는 1951년 발행된 베트남국 최초의 공식우표다. 베트남 응웬 왕조의 마지막 황제이자 일본과 프랑스가 두 번이나 괴뢰정부의 수반으로 추대한 바오다이의 초상이 그려 있다. 처음에 베트남국은 프랑스 본국과 예전 식민지 지역의 연합체인 프랑스연합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우표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베트남민주공화국과의 경쟁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별도의 ‘독립국’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생기자, 1951년부터 독자적인 공식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에도 베트남 분단의 역사가 비로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2장 베트남전쟁, 미국전쟁 혹은 10,000일의 투쟁 _ 베트남

1979년 2월 11일, 2대에 걸친 팔레비 왕조가 종식되고 혁명정부 수립이 선언되었으며, 3월에 국민투표로 이란이슬람공화국이 발족했다. 그림 9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이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우표 발행과 동시에 기존 우표에 취한 조치다. 혁명정부는 국왕 초상이 인쇄된 기존 우표를 폐기하는 대신 줄무늬로 국왕의 얼굴을 지우고 사용토록 했다. 새로운 우표가 갖는 상징성도 있을 테지만 기존 우표에서 왕을 지워버림으로써 오히려 왕정 붕괴와 혁명정부 수립을 더 확실히 선언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3장 동과 서, 어느 쪽도 아닌 독립국가 _ 이란

그림 2는 “메인호를 잊지 말자”는 슬로건이 적힌 편지봉투로 미국·스페인 전쟁이 시작되던 시기에 만들어 사용했다. 미국인 들은 홍보문구나 그림이 인쇄된 광고봉투Advertising Cover를 편지봉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광고는 신제품이나 이벤트 안내 등의 상업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당에 대한 지지나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정치 주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광고봉투 가운데 특히 전쟁 중에 사기를 높이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을 애국봉투Patriotic Cover라고 부른다. ---4장 봉쇄를 뚫고 혁명을 수출하다 _ 쿠바

그림 5는 1923년 8월에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1회 농업기능전람회의 기념우표 중 하나로 미국 포드슨사의 트랙터가 크게 그려 있다. 포드슨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제왕인 헨리 포드의 아들이 경영한 포드 계열사로, 세계 최초로 농업용 트랙터를 대량 생산한 기업이다. 포드슨의 트랙터는 포드의 T형 자동차와 함께 고품질, 저가격으로 전 세계를 석권했다. 1926년에 소련의 정치 지도자 중 하나인 트로츠키가 발표한 논문 「사회주의인가, 자본주의인가: 소비에트 경제와 그 발전 경향 분석」에서도 이 포드슨 트랙터의 우수성을 언급할 정도였다. 혁명의 혼란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 가운데, 자국 농업을 선전하려고 개최한 전람회의 기념우표에 외국의 트랙터를 그렸다는 점에서 당시 소련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도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포드 계열사의 제품을 선택하다니, 동서 냉전시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맹목적으로 적대하고 증오하는 냉전은 아직 먼 뒷날의 일이었다. ---5장 반미라는 시대정신의 기원 _ 소련

그림 1은 비아크나바토공화국 때 혁명군이 사용하던 군사우편물의 봉투로 위쪽에 ‘필리핀 혁명군대Ejercito revolucionario de Filipinas’라는 소인이 찍혀 있다. 보낸 날짜는 협정이 체결된 1897년 12월 20일로 추정되며, 받는 사람은 혁명정부의 재무대신이자 에밀리오 아기날도의 사촌형제인 발도메로 아기날도다. 당시 혁명정부는 독자적으로 우표를 발행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스페인이 발행한 우표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스페인의 지배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혁명정부를 상징하는 태양과 3개의 별 모양이 들어간 스탬프였다. 편지봉투에 우표 대신 스탬프를 찍어 요금수납이 끝난 우편물임을 표시한 것이다. 그나마도 혁명정부가 일괄적으로 스탬프를 만들어 배포하지 못한 탓에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스탬프를 사용했다. 지금도 다양한 디자인의 혁명정부 스탬프가 찍힌 우편물이 남아 있어 필리핀혁명의 애환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6장 미국은 어떻게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을까 _ 필리핀

그림 13은 같은 해 5월 18일에 발행된 ‘코레히도르 요새 함락’ 기념우표다. 마닐라만 입구에 위치한 코레히도르섬은 군사 요충지로 미군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일본이 승리를 거둔 장소였다. 역시 우표 자체는 미국 식민지시대에 제작된 것이나 검은색 을 칠해 국명을 삭제하고 대신 ‘바탄?코레히도르 함락 축하, 1942년CONGRATURATIONS FALL OF BATAAN AND CORREGIDOR 1942’이 라는 문구를 추가로 인쇄해 배포했다.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인쇄 된 이유는 점령 초기여서 기존의 영어 인쇄설비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림 14는 1942년 12월 발행된 ‘대동아전쟁 1주년’ 기념우표로 위 그림과 같은 미국 식민지시대 우표지만 영어 대신 가타카나 표기로 일본어 문구가 추가되어 있다. 필리핀에서의 식민통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일본어 인쇄설비를 갖추게 된 것이다. ---7장 동맹과 적대, 다시 동맹으로, 애증의 미일사 _ 일본

무엇보다 클린턴 정부의 빈 라덴 사냥은 탄핵 직전까지 이른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무마시키고 미국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꼼수처럼 보였다. 때문에 이슬람 세계는커녕 국제사회도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림 18은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진귀한 우표다. 클린턴 대통령과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으며, 아브하지아 우편 당국의 이름을 달고 발행된 뒤 전 세계에서 매매가 이루어졌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보는 세계의 시선과 반응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8장 세계제국 미국의 아랍 희롱기 _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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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는 역사다. 우표에 담긴 먼나라 이국풍물이 신기하긴 했어도 우표를 역사로 보진 못했다. 역사로 다시 보게 된 우표가 나를 돌아보게 한다. 해방 전후 우리 역사를 보여주는 첫 장 ‘냉전과 열전 사이’에서 시작된 우표의 여정은 베트남, 이란, 쿠바를 거쳐 냉전시대의 소련과 필리핀, 일본, 그리고 후세인의 이라크에서 닻을 내린다. 20세기 현대사를 이토록 압축적으로 간결하게 보여준 책을 따로 보지 못했다. 그것도 20세기를 거치면서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그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반미 행동과의 관계를 역사로 재해석해낸 책은. 낯익은 우표들을 통해 낯선 세계사 속으로 풍덩 뛰어들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역사에는 친미만이 아니라 반미도 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놀랍고도 멋진 세계사 기행이 될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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