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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무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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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278g | 128*188*30mm
ISBN13 9791104919770
ISBN10 11049197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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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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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大明)의 수도, 북경(北京).
천자(天子)가 기거하는 황궁(皇宮)이 있는 이곳은, 고관대작의 가마와 상인 무리의 행렬로 거리가 한산할 때가 없었다.
그 북경의 거리를 남쪽으로 삼십 리쯤 내려가면 한 저택이 있었다.
저택의 규모는 상당했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담벼락은 이 장(丈) 높이로 우뚝 서 있어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저택 외곽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만 해도 반 시진이 족히 걸릴 정도였다.
황궁을 제외하면 아마도 북경에서 가장 크고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저택의 중문(中門)을 넘어서면 나오는 대청.
그곳에 수십 명의 시위들이 좌우 이 열로 늘어서서 길을 만들었다.
대청 위에는 용포(龍袍)를 걸친 남자가 대좌에 앉아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궁이 아닌 저택에서 용포를 걸치고 있는 남자. 그의 신분이 천자의 아들인 황자(皇子)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황자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히 고한다는 말이 무엇이냐?”
시위 하나가 대청 아래에서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신, 아뢰옵니다. 황궁에 망자(亡者)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망자? 그게 무어냐?”
황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시위가 설명했다.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 것을 망자라고 부릅니다.”
“시체가 살아난다고? 강시를 말하는 것이냐?”
황자가 피식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강시를 흉내 내듯 두 팔을 앞으로 뻗어서 위아래로 흔들었다.
“강시가 아니라 망자이옵니다! 강시는 도사가 사술을 부려 시체를 움직이는 것이지만, 망자는 일단 한 번 죽은 시체가 다시 되살아난 것을 말합니다.”
시위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망자는 강시와 달리 살이 썩지 않고 생전의 모습을 유지해서 겉으로 봐서는 보통 사람과 구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망자의 몸속에는 혈선충(血?蟲)이 있는데, 망자와 접촉해서 혈선충에 감염되는 자 역시 망자가 된다고 합니다. 망자를 이대로 방치하면 천하가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 말에 황자가 대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뭣이? 천하를 노린다고?”
황자의 표정이 대번에 흉흉해졌다. 그가 검지로 시위를 가
리키며 일갈했다.
“네놈, 그 말이 사실이냐? 지금 반역의 무리를 고하는 것이
렸다?”
“…….”
시위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천자에 대한 반역. 구족을 멸해야 마땅한 죄를 너무 쉽게 입에 담은 것이 실수였다.
시위가 바닥에 고개를 바싹 조아렸다.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옆에 늘어선 시위들에게 들릴 정도였다.
“그게 아니라 신은 망자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그럼 반역 음모는 아니라는 말이냐?”
“네, 아직은…….”
“무어라? 지금 누구 앞에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냐!”
황자가 펄펄 뛰며 소리쳤다.
“반역을 입에 담았다가 금세 아니라니? 게다가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다고? 네놈이 심히 내 정신을 어지럽히는구나!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서 목을 쳐라!”
“저, 전하! 신이 중죄를 지었으나 목숨만은…….”
“듣기 싫다!”
황자가 수좌(首座)로 보이는 시위를 쳐다보자 그가 목례하며 말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수좌가 고갯짓을 하자 시위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형자(刑者)를 포위한 다음 대청 밖으로 호송했다. 졸지에 목이 떨어지게 된 시위는 황망한 눈을 한 채 힘없이 끌려갔다.
황자가 대좌에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더는 볼일이 없겠지? 나는 들어가겠다.”
그 말을 끝으로 황자는 용포를 휘날리며 대청에서 퇴장했다.
수좌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북경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것은 바로 세 치 혀였다. 그런데 황자 앞에서 함부로 반역을 입에 담다니? 시위가 캐낸 정보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나, 스스로 명줄을 재촉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너무 나빴다.
수좌는 묘령의 여인이 황자의 방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황자는 눈독 들인 여인이 있으면 낮밤 가리지 않고 당장 방사를 치러야 되는 성정이었다.
방사 직전 몸이 달아오른 사내에게 고언(苦言)이 들릴 리 없다. 하물며 세상 천하 무서울 게 없는 황자의 신분이니 말해 무엇하랴.
결국 아까운 세작의 목만 달아나고 만 것이다.
수좌는 혀를 차면서 시위들을 물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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