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추진 배경: 재벌 특혜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악화와 4대강 사업 종료 등으로 건설사들이 애타게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이미 입증된 KTX를 넘겨줘 안정적인 이윤을 보장해 주려고 한다.
특히, 이번 KTX 민영화에서 운영권을 따낼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우건설이나 동부건설 사장 등은 친이명박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이 2010년 10월에 작성한 [Green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사업 제안서]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정부의 KTX 민영화 용역 보고서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와 대우건설 사이에 모종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 민영화 추진 배경: 우파 결집
복지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같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 요구에 대한 대중적 공감이 늘어나,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고 박근혜?새누리당조차 ‘복지 국가’ 운운하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좌측으로 이동하자, 이명박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를 노렸다. 2011년 말 한미FTA 비준 강행이 그 신호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 비준이 완료될 즈음 KTX 민영화 추진도 급작스럽게 발표됐다.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한 대선 공약인 민영화를 다시 추진해, 보수적 지배자들에게 만족감과 자신감을 심어 줘 우파를 결집시키려 한다. --- 본문 중에서
? 민영화 추진 배경: 공공부문 구조조정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해서,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각국을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 연합 세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 위기의 대가를 자신들이 치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엄청나게 왜곡된 부와 소득의 분배 구조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것이고, 결코 끝날 조짐이 안 보이는 경제적 재앙의 비용을 노동자와 평범한 민중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가 KTX 민영화를 추진해 민영화의 불씨를 되살리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지배자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KTX 민영화가 왜 경제 위기 책임전가를 위한 구조조정인지는 아래 두 가지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첫째, 비수익 노선을 줄이고 수익이 남는 KTX로 대체하면, 철도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장기적으로 줄여 나가 재정 지출을 삭감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줄어든 정부 부담은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이명박 정부는 “KTX 요금 인하”를 내세우지만, 이것은 KTX를 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KTX를 타게 만드는 실질적인 철도 요금 인상 정책이다. 철도공사가 출범하며 KTX를 처음 도입했을 때, 공사 측은 새마을?무궁화호를 대거 줄여 철도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고속버스에서 우등고속이 대폭 늘어나자 급격한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났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둘째, 철도공사의 적자를 늘림으로써 철도 노동자들을 대거 구조조정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사회 전체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
철도 구조조정은 다른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것은 정부 산하 기관 구조조정의 표본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 부문 구조조정 드라이브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요금 인하?
현재 KTX 요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KTX의 요금을 낮춰 평범한 사람들이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요금 인하는 한마디로 사기다.
첫째, 이명박 정부가 민영화로 KTX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KTX가 이미 높은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둘째, 민영화가 낳을 철도공사 적자 증가는 비KTX 노선 폐지에 따른 요금 인상 효과로 이어진다. 정부는 최근 수서발 KTX 노선이 완공되는 2015년부터 새마을호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KTX 요금 인하 정책은 새마을호를 폐지하고 KTX를 타게 만드는, 사실상 철도 요금 인상 정책인 셈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KTX 요금 인하’는 조삼모사일 가능성도 높다. … 이명박 정부와 민간 회사는 KTX 기본운임을 낮춘다고 발표하고서, 철도공사가 이미 실행 중인 다양한 할인을 없애거나, 할인율을 낮추거나, 요금이 비싼 특실을 늘리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 본문 중에서
? 서비스 질 개선?
철도뿐 아니라 수도?전기?가스?버스 등처럼 정해진 망網을 사용해야만 하는 ‘네트워크 산업’들 안에 서비스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은 순전한 몽상인 경우가 많다.
백번 양보해 ‘서비스 경쟁’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경쟁이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선 수익보다 편익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영화는 그 반대다.
민영화는 서비스 질 향상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수익이 나지 않는 벽지노선을 폐지하거나 운행 횟수를 줄여 보편적 이용권을 크게 제약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적자를 이유로 장거리 여객 철도의 무려 70퍼센트가 운행을 중단했다. --- 본문 중에서
? 안전 걱정은 기우?
철도는 궤도?차량?신호?통신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운영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철도공사와 사기업이 따로 시스템을 관리하게 되면, 정보 교환이나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고?고장 등 비상상황에서 적시에 대응하기 어려워 대형사고 발생 확률이 커질 것이다.
지난 2월 7백여 명의 사상자를 낸 아르헨티나 열차 충돌 사고는 민영화의 재앙적 미래를 잘 보여 준다. 아르헨티나 민영 철도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과 꼭 마찬가지로 정부로부터 철도 운영권을 임대받아 운영돼 왔다. 이것은 ‘기반 시설을 민간에 넘기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이미 민영화 전에도 정부가 돈벌이에 눈이 벌개져 안전을 내팽개치는 바람에, 숱한 사고가 이어졌다. 외주화와 시설?운영 분리는 종합적인 안전 점검?관리와 신속한 사고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확대, 안전점검 주기 축소도 사고의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까지 잃었다.
민영화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에서 진행한 구조조정들이 수많은 문제점들을 낳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아예 본격적인 민영화를 추진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
정부는 “2년 단위의 서비스 품질 평가”를 통해 “낮은 평가를 받은 운영자에게 패널티를 주고 퇴출시킬 것”이라고 부르짖지만, 이 또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영국 정부도 이런 평가 제도를 뒀지만, 이윤 논리에 가로막혀 공공서비스와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래서 “철도 종주국” 칭호를 받던 영국 철도는 실패한 민영화의 상징이 됐다. --- 본문 중에서
? 영국: 유럽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철도 체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영국 등 다섯 나라의 철도 체계를 비교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효율성 면에서 프랑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영국이 꼴찌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철도 체계는 국영 철도다. 프랑스는 국영 철도고 영국이 다섯 나라 가운데 철도 민영화 비중이 가장 높다. 영국 정부조차 이 점을 인정한다.
영국 정부가 발주한 ‘2011년 맥널티 보고서’를 보면, 영국 철도는 네덜란드?프랑스?스웨덴?스위스에 견줘 효율성이 40퍼센트나 떨어진다. 그 이유는 지나친 파편화, 주요 사업자들의 자기 본위적 운영 등이다. 이것은 민영화와 경쟁 체제가 낳은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영국 정부조차 인정하는 이런 사실에 입을 다문 채, 황당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영국 철도 요금이 “1등석만 인상돼 사실상 인상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순전한 거짓말이다. 민영화 이후 영국 철도 요금은 두 배나 인상됐다. 영국 철도 요금은 프랑스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투자은행 UBS는 ‘영국 철도 요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까지 했다.
민영화 이후 영국 정부의 철도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엄청나게 늘었다. 민영화 전에 4억 3천1백만 파운드였던 공공 보조금이 2006년에 60억 파운드나 됐다. …
그런데 이런 투자의 과실은 고스란히 사기업이 챙기고 있다. 영국의 민영 철도 회사들이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주주들에게 총 24억 파운드 이상의 배당금을 나눠줬다. 결국 세금으로 철도 사기업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찬양하는 영국 철도 민영화의 진실이다. 기업주들과 그들에게 결탁한 정치인들에게만 행복과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2012년 3월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철도 민영화는 실패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철도 재국유화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챙기는 기업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정치인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인 51퍼센트가 재국유화를 지지하며, 현 민영화 체계를 지지하는 사람은 1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 2002년 철도?발전?가스 공동 파업의 교훈
이명박 정부가 다시금 민영화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 민영화의 재앙을 막기 위한 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10년 전에 민영화를 저지한 값진 투쟁 경험이 있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 노조의 공동 파업이 그것이다. …
공공 3사 파업은 전국을 뒤흔들며 김대중 정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무려 38일 동안 지속된 발전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파업은 국민의 81퍼센트가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게 만들었다. 발전 파업 승리를 위해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의 연대 집회도 연달아 열렸다.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산개 파업’을 했던 발전 노동자들에게 수많은 노동자와 활동가 들이 숙식을 제공했고, 승리를 응원했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 일부는 분열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26명은 “발전소 매각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 정부는 더는 강경책으로 노조를 자극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정부를 엄습했다.
결국, 이 투쟁은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중단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정부는 그 후로도 10년 동안이나 철도?발전?가스 산업을 민간에 팔아넘길 수 없었다.
물론, 지난 투쟁의 약점에서도 배울 필요가 있다.
2002년에 발전노조와 함께 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와 가스노조가 ‘공동교섭?공동타결’ 원칙을 어기고 먼저 복귀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두 노조가 타결을 미루고, 모두 승리할 때까지 공동 행동을 지속했다면 완벽한 승리를 얻었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파업 38일째인 4월 2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미 시작된 2차 연대 파업을 철회한 것이었다. 전국의 대공장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위해 서울로 출발하고 각 연맹이 서울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시작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발전소 민영화에 대한 확실한 양보도 없는 ‘노?정 합의’에 서명하고 파업 중단을 선언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었다.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는 잠정 합의문을 파기하고 전원 사퇴해야 했다. 이런 비민주적인 일은 결코 반복돼선 안 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