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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별자리들

움직이는 별자리들

: 잠재성, 운동, 사건, 삶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시론

아우또노미아총서-6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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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창작/이론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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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30*188*30mm
ISBN13 9788961952071
ISBN10 896195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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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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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을 익혀 일기를 쓰고 시를 쓰는 순천할매, 칠곡할매의 글쓰기를 괄호 치고 문학을 생각할 수 있을까. 글쓰기와 문학에의 열망을 노인이 되어 수줍게 실현하는 작은 모임의 딜레탕트들을 괄호 치고 문학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미학적으로 감화, 훈련시킨 재현예술의 산물과 그 인류적 유산 못지않게, 그것에 미달/초과하는 무수한 쓰기와 예술의 현장 역시 나란한 사건들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p.46

문학장을 향해 직접 자신을 발화하고 욕망을 주장하기 원하는 새로운 독자들은, 문학의 여러 제도나 관념과 교섭하기 원할 것이며 실제로 문학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학의 양식, 범주, 관념에는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축소하면서 지킬 것은 무엇일까. 발밑의 동요를 듣지 않고 ‘정치적 올바름’ 혹은 ‘자율성’ 등의 논의에 매여서 기존의 미학적 언술을 반복해서 주고받는 사이, 문학은 전문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 p..80

벤치의 온기를 기억하는 그녀들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나 ‘같이’ 존재하고, 행동하고,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물리적 마주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정함’, ‘허약함’은 오히려 결정적일 때 그녀들을 만나게 할 것이다. 이때 ‘그녀’들은 ‘정체성’으로서의 여성, 소녀, 사회적 약자만은 아니다. ‘그녀’들은 우리가 잇고 만들어가야 할 무언가/누군가이기도 한 것이다.
--- p.196

살아있는 인간이 세상 모든 만물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는 것은 어쩌면 부차적이다. … 그 본질을 질문하고 정의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인 것이다. …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문명사적으로 더는 잘 작동하지 않는 맹목적 희망과 선에의 의지보다, 놓여 있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배치를 바꾸며, 어떤 신체를 이룰 것인지를 사유하는 것인지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서 궁극적으로 의미를 찾고 싶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 p.273

독자의 손, 눈 등의 신체는, 책이라는 물질성과 활자(活字) 너머의 신체들과 접촉한다. 그리고 그 활력과 마주친 독자의 신체는 다시 제3, 제4의 또 다른 활력으로 이행한다. 정서는 어떤 상태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 고착된 것은 그 정서의 ‘관념’뿐이다. 정서는 늘 유동하고 이행하고 있다. 이 기쁨의 정동은 위의 인용들에서 저자가 말한 “연대의 쾌락”과 연결될 뿐 아니라, 실제로 글을 쓰고 읽는 저자와 독자의 눈, 손, 감각, 감정 등 신체들의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힘인 것이다.
--- p.. 325

이문열이 훗날 “내가 번역된 내 책을 그 나라의 서점 판매대에서 살 수 있는 형태로 번역출판하게 된” 때에 대해 감상적으로 회고하는 것은, 곧 ‘이문열’을 탄생시킨 당시 한국문학장의 소회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것이 또한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문학에 내재되었던 운명이자 1990년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이곳에 도래한 사건이었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p.「황제를 위하여」와 Pour l’empereur! 사이, 401

확실히 ‘우리’라는 주어는 19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소위 포스트(post) 접두어가 붙는 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좋았던 시절’의 주어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리고 그때까지 억압된 측면이 있던 ‘나’를 구출해내기. 말하자면 이것이 1990년대 한국문학이 골몰한 바의 하나이고, 배수아 소설이 출발한 지점의 한 곳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p.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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