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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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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96g | 153*220*20mm
ISBN13 9788962471748
ISBN10 8962471744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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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몰려왔다. 옆 레인에서 접영을 하던 아저씨가 물을 쓸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바람에 나는 물속에 가라앉았다. 가라앉는 순간, 수영장 벽면을 박차고 백턴을 하는 권지한 님과 눈이 마주쳤다. 비록 수경과 수경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지만 분명 나는 나를 보고 눈웃음을 짓는 권지한 님의 다정함을 봤다. 나는 그대로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았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채로. --- p.33

“에라 모르겠다. 이든, 독한 놈이야. 귀도 아프다면서 새벽 수영을 쉬지도 않고 혼자 다녔던 거 아냐?”
김도경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도경이한테 이든이가 나랑 새벽 수영을 다녔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이란 가정 아래 온갖 상상이 내 뒤를 졸졸 따라왔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든든이 귀가 그 지경이라니? 새벽 수영이 뭐 어때서?’
이든이 귀가 왜 아픈지 궁금했지만 지금 당장은 권지한 님이 연 이틀 새벽 수영을 나오지 않은 것이 더 궁금했다.
‘든든아, 미안.’
사랑은 원래 다급한 법이다. 그것이 오랜 우정 앞에서도 새치기를 하며 머리를 들이밀 때가 있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 p.45~46

“잘 들어, 든든. 너를 내 연애 코치로 임명할게.”
바보 같은 이든이 표정을 볼 수 있다니, 과연 충격적인 계획인가 보다. 아무리 절친이라도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이렇게 중요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겠지.
“왜…… 나야?”
급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버벅거리면 바보처럼 보이겠지. 이든이 질문에 놀라 혀를 깨문 것은 비밀이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지만 나는 침을 꿀떡 삼키고 최대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너니까! 딴 사람이 아니고 내가 제일 믿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너니까. 됐지?”--- p.54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수많은 상상을 했다. 권지한 님이 오늘 나에게 보여 줬던 수많은 말과 행동을 도돌이표처럼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러고 나서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이건 사랑이야! 그래도 오빠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썸 탈 때가 제일 설레니까.’
나보다 나이가 많은 권지한 님은 그만큼 나보다 바쁜 일도 많을 것이다. 오늘 밥을 못 먹었다고, 고백을 못 들었다고, 더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실망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 저 멀리를 바라보며 나는 아주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 p.71

“내가 윤가온, 너 좋아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건 내 마음이잖아.”
“든든, 정신 차려! 넌 흙이나 주워 먹는 여자애가 좋아?”
나는 이든이를 위해 놀이터 흙을 주워 먹던 여섯 살 기억을 소환했다. 이런 애라면 좋아하지 않겠지, 좋아한다고 착각한 마음을 접을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다.
“응, 좋아. 나를 위해서, 나 때문에 네가 흙을 먹었던 거잖아. 세상에 날 위해 흙을 씹어 먹는 여자애가 너 말고 또 어디 있겠어?”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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