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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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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40g | 152*215*30mm
ISBN13 9788937833694
ISBN10 893783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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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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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판도라의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불행과 악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희망과 함께 그 속에 들어 있다가 세상으로 튀어나와 세상을 악과 불행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는 것들, 이 세상에 남아 인간을 지배하는 것들, 인간에게 끊임없는 불행과 희망의 역사를 선물한 판도라 상자의 상징성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판도라의 상자란 애초부터 없었다. 처음에 나는 희망이 왜 모든 나쁜 것들과 같은 상자에 함께 들어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때 기뻤다. 행복 속에는 희망이 없다. 이미 행복한 사람은 희망하지 않는다. 이미 배부른 사람처럼 채워졌고, 나른한 사지처럼 늘어졌기 때문에 희망을 갖지 않는다. 종종 채우고 또 채워야 하는 욕망이 지속될 뿐이다. 오직 불행 속에만 희망이 있다. …… 희망은 결핍과 불행과 고통 속에서만 자라나는 환각이다. 그러니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모든 불행, 모든 악덕, 모든 결핍이 있는 곳이다. 그것이 아직 상자 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다른 불행의 씨앗들은 이미 다 발아하여 그 숙주를 무한히 괴롭히고 있지만, 희망만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여전히 마음의 상자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 ---pp.22~23

크로노스의 시간에 경도된 사람들에게 시간관리란 시간표를 만들어 따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 치라도 낭비되면 인생도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가치를 믿고,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바로 크로노스 시간의 추종자들이다. ……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긴 것만이 황홀한 영상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되돌아오지 않는 지금을 진심으로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카이로스의 시간경영이다. …… 종종 우리는 ‘시간관리’라는 오만한 단어를 쓴다. …… 시간은 비정한 힘으로 우리를 휩쓸 뿐이다. 우리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먹어치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 즉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 모든 자기경영은 이러한 분별의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시간관리라는 오만과 왜곡에서 벗어나 ‘지금경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시간의 강가에 매어둔 배에서 태어난 시간 방랑자’인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pp.35~36

군자의 삶을 원했던 공자에게 마흔은 불혹의 나이였으나, 100세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마흔은 유혹의 나이다. 육체가 마지막으로 그 절정을 원하며 누구나 한 번쯤 ‘세기의 로맨스’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때이기도 하다. 매일 보는 아내는 너무 평범하고, 키워야 할 자식들은 어깨 위에 무거운 책임으로 남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은 밥벌이의 지겨움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조직에서의 삶도 정오를 지나 서서히 오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서둘러 자신을 발견하여 미래의 삶을 위한 새로운 조판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간혹 엄습해올 때다. ‘여자가 키우기 시작한 마지막 가축’으로서의 남자는 이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야생의 들판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한다. …… 이때 남자들은 대개 세 가지 공통된 상징적 로망을 갖게 된다. 정부 情婦와 별장과 요트다. 이 세 가지 욕망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이지만 갖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는 점이다. ---pp.48~49

신화 속에서 이름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원시 사고 속에서 이름과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물은 같은 것이다. 이름 자체가 바로 그 자신이며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름을 잘못 처리하면 그 생명을 잘못 처리한 것처럼 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짜 이름은 극비에 부쳐져 자신만 홀로 가슴에 간직해두었다. 이집트에서는 진짜 이름을 ‘큰 이름’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작은 이름’이라고 불렀다. 진짜 이름은 생명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었다. 신과 인간의 다른 점은 신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짜 이름을 가슴 깊숙이 품고 그 이름으로 권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진짜 이름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이다. 살고 있으나, 그 속에 내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도할 때 자기혁명은 시작된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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