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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18g | 150*210*30mm
ISBN13 9791189982171
ISBN10 11899821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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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의 삶은 같은 동작이 한없이 반복되는 고리와 같았다. 그들의 인생에서 남은 것은 한없이 계속되는 이 단속적인 순간뿐이었다.
--- p.76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막 같은 것이 그와 세상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감정적인 표면장력 막이라고나 할까. 이런 증세가 그에게만 유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생존자들은 새로운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형성하는 속도가 느리다.” 이것이 최신 진단 결과였다. 하지만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그저 현대적인 삶의 일면이 역병에 맞춰 조정되거나 더 강화되어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p.81

모두 PASD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허카이머는 생존자의 75퍼센트가 그 병을 앓고 있다고 보았다. 나머지 25퍼센트는 그 전에 이미 앓고 있던 정신병에 휘둘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정신병은 물론 대재앙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세상 사람들 100퍼센트가 미쳐 있다는 얘기였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 p.82

죽음이 내려앉은 뉴욕 시는 살았을 때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예를 들면, 택시를 잡기가 여전히 힘들다는 점이 그랬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 p.97

마크 스피츠는 최후의 밤에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세 가지 버전으로 다듬었다. 그중에 실루엣 버전은 오랫동안 함께 돌아다닐 생각이 없는 생존자들에게 들려주었다. (…) 아마도 하룻밤 정도 함께 보낼 만한 사람에게는 뼈대에 살을 조금 더 붙인 일화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추모 기사 버전은 세상이 다시 평온해지고 우리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먼 미래의 어느 날, 사람들이 낯설기만 한 우리의 이름을 다시 불러줄 여유가 생겼을 때를 위해 지금의 모든 것을 담은 이야기였다.
--- p.163~165

그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신을 파괴할 것들을 제거했다. 파괴된 땅에서 모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여러 생존 전략들이 이 새로운 세계에 맞춰 스스로 변화했다. 아니, 어쩌면 그 전략들이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싸움터를 찾은 것일 수도 있었다.
--- p.209

그는 자신에게 홀린 듯한 애정, 놀라움, 실망감을 아직 안겨주지 못하고 죽어버린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수치심과 죄책감도 그립고, 멍청한 본능보다 더 고상한 어떤 것이 그의 행동을 이끌던 시대도 그리웠다.
--- p.234

이 시골뜨기들은 여기가 홍수 지역이라는 걸 알면서 왜 여기에 집을 지었을까? 왜 계속 집을 다시 지었을까? 그가 대답한다. 이 재앙이 바로 우리 고향이니까. 내가 태어난 곳이니까.
--- p.269

누군가의 죽음을 추도하는 일은 그동안 아주 드물었다. 모두들 항상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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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우아한 산문 속에 스토리의 불안 요소들을 고의로 겹쳐놓아 실제 생존자들과 같이 공포의 편린들을 발견하게 된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와 닮은 이 소설은 생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설명할 수 없는 불굴의 의지를 그렸다.”
- 미니애폴리스 스타트리뷴
“현대 생활의 극심한 생존 경쟁에 관한 날카로운 논평.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핏빛 고어와 총격전 그 이면에서는 좀비와 현대사회의 비유를 통해 대중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 휴스턴크로니클
“호소력 있고 결이 드러나는 간결한 글. 서늘하면서도 사려 깊다. 폭력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다정한 소설이다. 현대에 보내는 찬사, 그리고 그 종말에 미리 표하는 애도.”
- 뉴욕타임스 북 리뷰
“이 작품은 전형적인 좀비 소설이 아니다. 외롭고 황량하고 불확실한 도시의 잊지 못할 초상을 만들어냈다.”
- 엘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읽고 싶어 할 책.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굶주린 좀비들의 살 떨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최고의 책.”
- 에스콰이어
“핏빛 고어물을 죽음의 시로 돌릴 줄 아는 확실히 힙한 작가다.”
- 워싱턴포스트
“진정한 문학―유혈, 서정, 인간, 정확함.”
- 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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