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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

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

: 김남주, 신대철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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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60*232*30mm
ISBN13 9791130814407
ISBN10 113081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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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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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김남주는 인간의 생활상이나 정치적 투쟁성을 전면으로 드러내 사회 경제적 모순을 직설적으로 시화한다. 이에 반해 신대철은 자신의 내적 고뇌를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승화시키는 방법으로 드러낸다. 그는 도시적 감수성에 의한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인 자신이 겪는 고통과 상실, 정체성 혼란 등의 주제를 전면화시킨다. 김남주가 시대의 한복판에서 전사로서의 삶을 선택하여 싸우고 있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신대철은 북파 공작원의 송환 업무를 담당한 ROTC 출신 장교로 군 복무를 하거나 대학교수로 일하면서도 외부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칩거형 삶을 고수하여왔다.
두 시인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목적을 위하여 싸우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그곳은 삶의 끝, 극지에서의 싸움의 현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삶 속에서 김남주는 고통 받는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동료들과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이념적 운동에 투신하고자 했다. 그에게 진정한 시간은 승리의 함성이 터지는 미래의 것이었다. 반면 신대철은 자신이 처한 세계에서 한 발 물러서서 숲과 나무, 자연의 사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시간을 통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은 등단한 시점(김남주-1974년, 신대철-1968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960년 후반에서 1970년 초중반에 이르는 동일한 시대를 통과하며 시를 써나갔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기 자신과의 대결이라는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치러냄으로써 각기 자기만의 문학적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 p.20~21

김남주 시인의 시에서 무기, 즉 죽창, 불, 쟁기 같은 호전적 분리 수단들은 항상 정화의 의도를 수반한다. 우뚝 세우는 무기의 상징은 남성성의 상징이고 초월성의 상징이다. 초월성 역시 빛처럼 언제나 구별의 노력을 요구한다. 때문에 세계를 합리화하고 단절, 분리하려는 시인의 태도는 정화와 초월에 대한 욕망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세계의 속박을 끊고 삶의 끝없는 노예 상태를 넘어선 사람, 분별하는 인식의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 모든 사슬에서 해방된 사람의 초상”이다. 시인의 시에서 주된 이미지인 ‘불’ 역시 정화와 초월의 속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정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육체의 미지근함이나 정신적 혼란의 희미함과의 단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화하는 불은 심리적으로 불화살, 번개 같은 하늘의 불타오르는 타격과 유사하다.
--- p.102

신대철 시인의 시는 김남주 시인의 들끓는 사유와 백척간두에서 쏟아내는 긴박함의 어조이기보다는 자연의 음악처럼 흘러 들어오는 신비한 운율감의 언어이다. 햇살 머금은 물빛의 고요함이 산속으로 퍼져나가며 시인의 상상공간이 펼쳐진다. 비판과 검증의 날카로운 긴장 속에 머물러 있던 김남주 시인의 시에 비해 머나먼 세계인 산속에 유폐된 채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대철 시인의 언어는 수미일관 머뭇거리고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세심함, 섬세함, 배려 같은 것과 관련되면서 그의 겸허한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 p.18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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