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토니오 정말이지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어.
나도 자네들과 마찬가지로 이놈의 우울증 때문에 아주 짜증
이 난다네.
어쩌다가 내가 이 병에 걸려 이 모양, 이 지경이 됐는지,
이게 어떻게 생겨먹었고, 어디서부터 왔는지
나도 아직 모르겠네.
이놈의 우울증이 나를 너무나 멍청이로 만들어 놓아서
이런 자신을 나도 알아보지 못할까 겁이 잔뜩 날 지경이네.
살레리오 우람한 돛을 단 자네의 상선들이
바다에 떠있는 귀족과 부호들처럼,
아니면 바다의 꽃수레나 되는 것처럼,
연신 고개 숙여 절하며 예의를 표하는
작은 상선들을 높이서 굽어보며
천으로 된 날개들을 펼치고 날아갈 듯 스쳐가는
그 망망대해에서 자네 마음은 출렁이고 있군.
--- 「베니스의 상인」 중에서
라이샌더 내 사랑, 어떻게 된 거야? 뺨이 왜 그리 창백해?
장미꽃이 그리 빨리 시들어버리다니 어찌된 일이야?
허미아 아마도 비가 안와서 그런가봐. 내 눈에서
눈물의 폭풍우가 일어 채워줄 수 있었는데.
라이샌더 저런! 지금까지 내가 책으로 읽어보고
이야기나 야사에서 들어본 바로는
참사랑의 항로란 결코 순탄치 않다고 해.
이를테면 신분이 달랐거나.
허미아 아이 속상해! 너무 신분이 높아 낮은 신분과 맺어질 수 없다니.
라이샌더 아니면 나이 때문에 맺어지지 않거나
허미아 아이 야속해! 나이가 너무 많아 어린 사람과 맺어질 수 없다니.
라이샌더 아니면 친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거나
허미아 아이 끔찍해! 남의 눈으로 사랑을 고르다니.
---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슬라이 제발, 싸구려 맥주 한 잔만 주시오!
하인 1 주인님, 고급 백포도주를 드시지 않겠습니까?
하인 2 영주님, 설탕에 절인 과일은 어떻습니까?
하인 3 주인님, 오늘은 어떤 옷을 입으시겠습니까?
슬라이 난 크리스토퍼 슬라이요. 나를 주인님이니 영주님이니 그렇게
들 부르지 마시오. 난 평생 포도주를 마셔 본 적도 없소. 그리고
절인 것을 주고 싶으면 차라리 절인 소고기를 주시오. 어떤 옷을
입을지도 좀 묻지 말고. 난 제대로 된 외투를 걸쳐 본 적이 없고,
양말이나 신발을 제대로 신어 보지도 못했소. 아니, 사실 거의
맨발인 셈이지. 발가락이 신발 거죽을 뚫고 나와 있으니 말이오.
영주 오, 주님, 주인님의 헛된 망상을 멈추어 주소서.
많은 재산을 소유하셨고 높은 명성을 지닌
고귀한 가문의 훌륭한 분께서 어찌
저리 정신착란을 일으키신 답니까?
--- 「말괄량이 길들이기」 중에서
올리버 당장 손 떼지 못해!
올란도 화가 풀릴 때 까지는 놓지 않을 겁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요. 아버지는 형에게 나를 잘 교육시키라고 유언하셨어요. 그
런데 형은 나를 농사꾼처럼 길렀고, 신사다운 교양을 배울 기
회를 아예 준적이 없어요. 아버지의 정신이 내 안에서 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그러니 나에게 신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키든가, 아니면 아버지께서 내게 남긴 그
보잘 것 없는 유산이라도 주세요. 그걸 가지고 내 운명을 바
꿔볼 테니까요.
올리버 그걸 가지고 뭘 하려고? 다 써버리고 구걸이라도 하겠다는 거
냐? 그만 들어가라. 더 이상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 네 유산의
일부를 줄 테니 저리 가라.
올란도 내 몫을 받기만 하면 나도 더 이상 형님을 괴롭힐 마음이 없어
요.
올리버 네 놈도 꺼져버려, 이 늙은 개야!
--- 「좋으실 대로」 중에서
발렌타인 공작님, 저는 집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아가씨의 시녀로부터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일곱 번 여름의 열기로 뜨거워질 때까지 하늘은
그녀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할 것이며,
아가씨는 수녀처럼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다니실 거라고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 그녀의 침실을 눈을 상하게
하는 짠 물로 적실 거랍니다. 이 모든 것은 돌아가신
오라버니의 사랑을 보존하기 위함이구요. 아가씨는
그 사랑을 슬픈 기억속에 영원히 생생하게 간직하시겠답니다.
공작 오, 그녀가 단지 오라비에 대한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서
그렇게나 훌륭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호화스런 금빛 화살이 그녀 안에 살고있는 다른 모든
감정들을 죽여 버리고, 간, 뇌, 그리고 심장의
왕좌가 모두 양분을 공급받고,
그녀의 달콤한 완벽함이 단 한 사람의 왕으로 채워지는 그 때에,
그녀는 과연 어떤 사랑을 하게 되려는지!
나를 달콤한 꽃밭으로 데려다 다오!
사랑의 상념은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서 풍성해 지는 법이니
까.
--- 「십이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