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대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그 침식의 힘, 그것이다. 바로 그 힘이 만들어낸 것은 그 사람의 이웃과 그 사람 자신을 파괴하고 만다. 그것을 생각하며, 하늘과 땅과, 그리고 그곳에서 작용하는 온갖 힘에 둘러싸여, 나는 불안스레 비틀거리는 것이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영원히 집어삼키고, 영원히 되새김질하는 괴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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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더운 여름날에 로테와 산책하다가 쉰적이 있었던 버드나무 그늘을 구슬피 내려다보았지만, 지금 그곳 역시 물에 잠겨 버드나무조차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빌헴름, 그녀의 목장, 그녀의 수렵 별장을 둘러싼 일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정자는 지금쯤 격류에 휩쓸려 얼마나 형편없이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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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여, 이것은 어쩐 일일까? 내가 나 자신을 겁내고 스스로에게 놀라다니!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거룩하고 순수하고 남매간 같은 우애, 사랑이 아니던가? 이제까지 단 한번이라도 마음속으로 죄스러운 소원이나 엉큼한 욕망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물론 맹세할 수는 없다. 그런데 꿈을 꾼 것이다. 아아, 이처럼 모순되는 갖가지 작용을 불가사의한 간밤의 일이었다! 입 밖에 내는 것조차 몸이 떨린다.
나는 그녀를 두 팔로 껴안고 가슴에다 꼭 품은 채, 사랑을 속삭이는 그녀의 입술에다 한없이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나의 눈은 그녀의 황홀한 눈동자 속에서 떠돌고 있었다. 신이여, 지금도 저 불타는 기쁨을 마음속 깊이 가득한 그리움으로 되살려 생각하고 행복감에 잠긴다면, 과연 나는 벌을 받아야 할 죄를 짓는 것입니까? 로테! 로테, 나는 이제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다! 나의 생각은 혼란스러워지고 벌써 일주일 전부터 사고력을 잃었다. 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고, 어딜 가도 기분이 좋지 못하고 그래서 어디에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으니, 떠나버리는 것이 좋을 듯싶다.
--- pp.17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