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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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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30g | 128*188*20mm
ISBN13 9788998439699
ISBN10 899843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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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여러 얼굴의 스페인Espana plura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확연히 다른 기후 풍토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다른 개성의 문화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온 다양한 식문화. 그 성립 과정을 더듬어가는 것으로 ‘여러 얼굴의 스페인’이 가진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바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p.16

이 오야가 너무나도 깊숙이 식생활 속에 침투했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늦게 보급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꾸비에르또cubierto, 즉 한 사람분의 스푼, 포크, 나이프 세트입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오야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스푼으로 국물을 바로 떠먹었습니다. 떠낸 고기와 채소를 담는 데는 한 조각의 빵이 접시를 대신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꾸비에르또를 두는 습관이 17세기 말까지 스페인의 식생활에 정착하지 않은 배경에는 오야가 식사의 기본이었던 점이 크게 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 p.30

저는 이에 덧붙여 유럽 속의 스페인 요리라는 면에서 오야와 아사도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오야가 유럽 내에서 스페인의 특이성, 혹은 개별성을 대표한다면, 아사도는 스페인의 유럽적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야가 재료, 조리도구 등 모든 관점에서 스페인의 독자적인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사도는 스페인 고유의 요리라기보다는 수렵민족의 공통된 조리 방법에 그 원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스페인의 독자적인 개성이 덧붙여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사도라는 요리는 오야처럼 확실하게 국경선을 그을 수가 없습니다. --- pp.44~45

로마에 이어 미식 분야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게 된 것은 비잔틴제국과 뒤이은 이슬람의 대두입니다. 요리에 단맛을 첨가하는 ‘둘세’가 아니라 순수하게 단것, 디저트에 해당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 많이 등장합니다. 비잔틴의 요리체계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치즈가 편입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은 이슬람 문화는 페르시아를 통해 중국, 인도 등 동방의 영향까지 받아들였고, 스페인에 다양한 향료와 그 사용 방법을 전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람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가져다준 특별한 것은 관개법과 사탕수수입니다. --- p.88

이 요리를 계기로 유지를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사용하여 맛을 더하는 조리법이 발달했습니다. 때문에 가열하지 않은 상태로 최고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올리브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서는 생채소에 올리브유와 식초를 뿌려 맛을 내는 ‘엔살라다ensalada’가 가스빠초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 p.116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본토에 감자를 보급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개척한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지역에도 감자를 퍼뜨렸다는 점입니다. 정복자로서, 마침내는 지배자로서 아메리카 대륙의 정치경제를 지배하게 된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에서 전해진 이 식물을 멕시코부터 파타고니아에 이르는 지역 전체에서 재배하도록 했습니다. 지리·기후 조건을 가리지 않는 이 식물은 중남미 식생활의 기초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 p.126

토마토를 익히지 않고 사용한 또 다른 스페인 요리가 ‘가스빠초 안달루스’입니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향토요리인 이 차가운 수프는 토마토를 바탕으로 오이, 피망 등을 넣고 마늘과 올리브유를 더합니다. 엔살라다와 가스빠초의 공통된 성격으로 둘 다 올리브유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생채소와 가열하지 않은 올리브유라는 조합이 그때까지 채소를 생으로 섭취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스페인의 식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때 생것인 채로도 확실한 맛을 가진 토마토가 엔살라다와 가스빠초가 유행하는 데 큰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 p.132

현재 스페인의 식사 메뉴는 일반적으로 첫 번째 접시, 두 번째 접시,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접시로는 수프, 채소 요리, 전채요리entremes 등이 나오고, 두 번째 접시로는 생선 혹은 고기 요리가, 마지막으로 뽀스뜨레가 나오는 것이죠. 콩을 사용한 요리는 원칙적으로는 첫 번째 접시로 나옵니다. 쌀과 그 외의 곡물, 파스타도 첫 번째 접시로 나오는데, 스페인 어느 지역에서나 콩 요리는 첫 번째 접시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콩 요리로 시작하는 식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지극히 기본적이며 일상적입니다. --- pp.165~166

이런 상황을 일변시킨 것이 기독교도에 의한 레콩키스타입니다. 새로운 기독교 왕국은 옛 지배자였던 이슬람교도들과 부유한 경제력을 가진 유대인들을 추방하거나, 개종과 재산 몰수를 조건으로 이주를 허락하는 형태로 그 세력을 일소하려 했습니다. 공존의 시대가 끝나고 엄격한 불관용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가톨릭으로 개종해 스페인에 남는 것을 선택한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들이 그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항상 이단 심문의 공포에 떨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웃 사람마저 언제 이단재판소에 밀고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 개종자에게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개종 증명으로 작용하여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타협점이 되었습니다.
--- pp.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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