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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7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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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12g | 140*205*20mm
ISBN13 9788954440011
ISBN10 895444001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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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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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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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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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평생 부지런했다. 택시 기사였으며 건강식품 대리점도 했다. 침대 매트리스 영업 사원이었다가 작은 봉제 공장을 운영한 적도 있었다.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대개는 버는 것보다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았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밤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날랐고 부품을 사러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시장에서 가장 싼 음식을 먹어 가며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그래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빚은 점점 많아졌다. 아버지가 버는 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는 데만도 숨이 찼다. 그런 아버지가 수백억 원을 횡령해서 미로 속에 숨겼다고 한다. 우리 중 누구도 그 돈을 보지 못했다. 다만 어느 날부터 쫓기듯 초조한 얼굴로 정신없이 미로를 만드는 아버지를 보았을 뿐이다.
--- p.17, 「아버지의 미로」 중에서

“너 이제부터 머리 길러.”
“응?”
“탈코르셋인지 뭔지 그딴 거 땜에 머리 쳐 냈단 오해 받기 싫으니까. 너 그래서 머리 자른 거 아니잖아? 재수 없이 페미랍시고 남자도 아니면서 남자인 척하느라 머리 자르고 나대는 거 진짜 꼴사납거든.”
“엥? 페미가 남자인 척한다고? 왜?”
아니, 뭣 때문에 남자인 척을……. 이수의 말에 기가 차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건만 이수는 내가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설명이랍시고 더 기막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 그건 못생긴 애들이 어차피 외모로 승부를 못 보니까 똑똑한 척하느라, 남자인 척하느라 그런 거지.”
더 압권은 다소 황당해하는 내 등을 밀면서 “자자, 예쁜 애는 들어가자”라고 하는 것이었다. 복도 반대편에서 담임 쌤이 걸어오는 게 보여 할 수 없이 얼른 자리로 들어와 앉았지만 대차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 p.66, 「숏컷」 중에서

“근데 김아린은 왜 가만있지? 나 같으면 가만 안 있을 텐데.”
“김성율 말이 맞으니까 가만있겠지.”
“하긴 SNS에 쫙 퍼졌다며? 김아린 진짜 쪽팔리겠다. 학교 어떻게 다니냐.”
몇몇 아이들은 성율을 비난했지만 거의 모든 아이가 아린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 입에서 ‘걸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쉬는 시간마다 아린은 고개를 파묻으며 책상에 엎드렸고 성율은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솔지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성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여자는 더러운 사람이 되고 남자는 승리자가 되는 걸까. 왜 그런 것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누구도 답해 주지 않았다.
--- p.93, 「이제 소녀 같은 건 때려치우기로 했다」 중에서

“너는 이제부터 네 몸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해.”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에 첫 생리를 시작한 나에게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속옷에 묻은 검붉은 핏자국을 내려다보며 나는 내 몸이 무척 낯설었다. 그런 와중에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엄마의 당부는 별 설득력이 없었다. 아기를 만들 수 있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라지만 나는 딱히 ‘아기가 생길 일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생각도 없는데 왜?’ 라는 의문만 들었다.
그건 나 자신이 침해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축복의 말이 오히려 내 몸에 대한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모순이었다. 정말로 소중한 건 여자의 몸일까, 여자의 몸속에 있는 아기일까? 아기를 원하지 않거나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여자의 몸은 소중하게 여길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걸까?
--- p.160, 「햄스터와 나」 중에서

“무서웠어. 길거리를 걷는데 누가 평범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을 때, 밤길을 걷는데 누가 날 따라올 때, 갑자기 밤에 택시를 타야 할 때, 부모님이 외출 나간 사이 누가 실수로 현관 번호 키를 누를 때, 엘리베이터를 낯선 남자와 함께 타야 할 때, 그리고 아이들이 내 피부를 보면서 비웃거나 미간을 찡그릴 때. 그런데 예령이 네가 곁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어. 그 어떤 시선도 견딜 만했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나를 바라보는 은주의 눈빛이 따뜻했다.
“여전히 무서운 거 투성이지만 더는 숨지 말자, 우리.”
--- p.204, 「스스로 반짝이는 별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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