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역사
배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다. 중국 북쪽 지방인 양주에서 키우던 순무와 중국 남쪽 지방에서 키우던 청경채가 중국 북쪽 지방인 양주에서 자연스레 섞여 배추가 되었다. 이때 배추는 지금과 달리 속이 안 차는 배추였다. 그 뒤로 이 배추를 줄곧 심고 가꾸면서 생김새가 점점 바뀌어 16세기에 속이 반쯤 차는 배추가, 18세기에는 속이 꽉 차는 배추가 나왔다. 중국에서 6세기에 펴낸 『제민요술』에 “배추와 무를 가꾸는 방법은 수무와 같다.”라고 했다. 5~6세기인 남북조 시대에 남쪽에서 이미 배추를 심었고, 7~10세기에는 북쪽 지방에서도 길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소나무처럼 푸르다는 뜻으로 ‘숭(?)’이라고 했다. 또 배추 줄기가 하얗다고 ‘바이채(白菜)’라고 했는데, 이 말이 바뀌어서 ‘배추’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 기록을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기른 것 같지만 책이나 기록에는 안 나오고, 13세기쯤 고려 때 펴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배추를 뜻하는 이름인 ‘숭(崧)’이 처음으로 나온다.
기르기와 거두기
배추는 봄에도 심어 먹고, 가을에도 심어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겨울에 김장을 담기 때문에 가을배추를 가장 많이 심는다.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서 여름에 씨를 뿌리고 김장철인 늦가을이나 겨울 들머리에 뽑는다. 포기 속이 80%쯤 찼을 때 거둔다. 봄여름에는 씨앗을 뿌린 뒤 30~40일쯤 지나 거둔다. 18∼21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10도 밑으로 떨어지면 더디게 자라고 5도 밑으로 떨어지면 안 자란다. 또 거꾸로 23도 위로 올라가면 더디게 자라고 병에 잘 걸린다.
갈무리
배추는 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냥 두면 썩는다.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신문지로 싸 두면 한두 달은 먹을 수 있다. 김장 배추는 물이 안 고이는 땅을 파고 볏짚이나 신문지를 서너 겹 깐 뒤 묻으면 겨울에도 싱싱한 배추를 먹을 수 있다. 땅에 묻을 때는 겉잎과 뿌리를 떼어 내지 않는다. 배추를 안 뽑고 그대로 두면 시든 채로 겨울을 나고, 4월쯤에 꽃대가 올라와 노란 꽃이 피고 꼬투리가 여문다. 이때 씨를 받는다.
병해충
배추는 잎이 부드러워 잎벌레, 섬서구메뚜기, 배추흰나비 애벌레, 민달팽이, 배추순나방 벌레, 진딧물, 벼룩벌레 따위가 잎을 갉아 먹고 즙을 빨아 먹는다. 한 밭에서 여러 해 동안 배추를 심으면 벌레가 더 많이 꼬인다. 또 배추 포기 아래 흙이 닿는 곳이 썩는 무름병, 잎에 거무스름한 밤색 반점이 생기는 노균병, 뿌리에 혹이 생기는 무사마귀병에 잘 걸린다.
품종
옛날 배추는 속이 차지 않고 잎이 벌어지는 배추였다. 조선 중기까지는 속이 차는 배추가 없었다. 통이 찬 것을 ‘결구배추’라 하고, 통이 차지 않는 배추는 ‘비결구배추’라고 한다. 외국 품종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개성배추와 서울배추 밖에 없었다. 1906년에 ‘개성배추’라는 품종 이름이 처음 나왔고, 개성배추를 서울에서 기르면서 서울배추가 되었다고 한다. 개성배추나 서울배추는 모두 속이 안 차는 배추다. 그밖에 토박이 배추로는 울산배추, 의성배추, 제주엇갈이배추 따위가 있다. 1900년쯤부터 일본과 중국에서 속이 차는 결구배추가 들어왔다. 또 배추는 한 해 두 번 키워 먹는데, 봄배추와 가을배추가 있다. 날씨가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늦가을이나 겨울 들머리에 심어 이른 봄에 먹는 얼갈이배추, 봄동도 있다.
옛 책
『증보산림경제』(1766)에는 “땅이 기름지고 축축한 땅에 심는 것이 좋다. 음력 2월 초에 씨앗을 흩뿌리면 음력 3월 중순에 먹을 수 있다. 음력 5월 초에 씨앗을 흩뿌리면 음력 6월 중순에 먹을 수 있다. 씨를 뿌린 뒤 거름재로 덮고 물을 자주 준다. 가을에 심으려면 추석 뒤에 심는 것이 좋다.”라고 나온다. 또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나고, 칼에 바르면 녹이 안 슨다.”라고 했다.
쓰임
배추는 거의 김치를 담근다. 배춧잎으로 국을 끓이거나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쌈으로도 먹는다. 배춧잎을 말려 시래기도 만든다. 배추 뿌리도 깎아 먹으면 아삭하고 달다.
배추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C와 칼슘이 많다. 소화가 잘되게 돕고, 똥을 굳어 안 나오는 변비에도 좋다. 또 치질을 낫게 하며 대장암이 안 생기도록 돕는다. 배추는 서늘한 기운이 있다. 몸이 차고 소화가 잘 안 되고, 자주 물똥을 싸는 사람은 날로 안 먹는 게 좋다. 이런 때에는 생강, 마늘, 고추, 파 같은 맵고 따뜻한 양념을 넣으면 배추가 가진 차가운 성질을 누그러뜨린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지도 덮지도 않다(서늘하다고도 한다). 맛은 달고 독이 없다(독이 조금 있다고도 한다). 음식이 잘 소화되도록 돕고 기를 내리며 장과 위를 잘 통하게 한다. 또한 가슴 속에 있는 열기를 없앤다. 술 마신 뒤에 생기는 목마름을 풀어 준다. 채소 가운데서 배추를 가장 많이 먹는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냉병이 생기는데 이때는 생강으로 풀어야 한다.”라고 나온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