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네트워크란 무엇인가
기억네트워크 관점의 브랜드 관리는 브랜드 자산 가치를 정형화된 측정도구를 이용해 계량적인 수치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다른 고객 관점의 브랜드 관리법과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지식구조의 문제 발생 여부를 진단할 뿐만 아니라,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기억네트워크 관점의 브랜드 관리는 문제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민감도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낼 수 있는 특이도가 모두 높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일 다른 고객 관점의 브랜드 관리 방법들을 통한 조사에서 브랜드 자산의 구성 요인인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이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는 브랜드 자산의 원천인 브랜드 지식구조에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브랜드 지식구조의 어떤 부분이 왜 문제를 발생시켰는지,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광고와 판촉비용을 늘리는 등 막연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환자가 열이 심하게 나면 그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일단 해열제를 투여하는 일시적인 치료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반면 기억네트워크 관점의 브랜드 관리는 소비자의 브랜드 지식구조를 도식화하여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방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즉, 고열의 환자에게 단순한 해열제를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로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고 원인을 찾아내어 그에 적합한 처방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pp.50~51중에서
불멸의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창업자 존 머피는 제품의 경우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라는 수명주기를 갖지만, 브랜드는 이와는 달리 별도의 수명주기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남성면도 전문 브랜드인‘트루핏 앤 힐’이 그 좋은 예입니다.
글로벌 명품업체인 LVMH는 2002년 투자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가 자사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루이비통이 곧 제품수명주기의 마지막 단계인 쇠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여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854년에 탄생한 루이비통이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면 이 브랜드 역시 제품 수명주기를 따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자산가치가 아무리 높은 브랜드라도 그 브랜드가 속한 제품범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사라지면 브랜드도 역시 소멸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말보로 담배의 브랜드 자산가치가 아무리 높다 할지라도 더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말보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함으로써 제품범주는 소멸되어도 브랜드는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pp.60~61 중에서
기능적 혜택, 상징적 혜택, 경험적 혜택
브랜드 연상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기능적 혜택, 상징적 혜택, 경험적 혜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기능적 혜택은 소비자가 느끼는 기능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국내 제화 브랜드인 트렉스타가 약 2만 명의 발 모양을 연구해 맨발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제작한 ‘네스핏’은 소비자가 걸을 때 느끼는 압력의 23%, 근육 피로도의 31%를 감소시켜주는 탁월한 기능적 혜택을 주었습니다.
상징적 혜택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자아이미지, 사회적 역할과 지위 등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고급 승용차 페라리의 CEO 아메데오 펠리사는“같은 거리에서 두 대의 페라리를 본다면 페라리는 실패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페라리 고객들의 사회적 지위와 개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경험적 혜택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이용할 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웃 오브 더 박스’라는 싱가포르의 한 기업은 2007년 5월‘애니싱’과‘왓에버’라는 이름을 가진 여섯 가지 맛의 탄산음료와 일곱 가지 맛의 아이스티를 각각 출시하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음료는 캔에 물음표와 브랜드만 있을 뿐 무슨 맛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야말로‘복불복 음료’라는 점입니다. 이 음료들은 소비자들에게 유쾌한 긴장감을 유발시킴으로써 판매를 시작한 지 약 보름 동안 35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pp.85~86 중에서
독특한 연상 vs. 전형적 연상
모름지기 브랜드가 어떤 제품범주로 분류되는지에 따라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기대수준은 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브랜드를 자사에 유리한 제품범주로 분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자사의 브랜드가 제품범주들의 경계에 위치할 경우 이는 더욱 중요합니다. 1982년에 출시된 한국 최초의 보리음료 맥콜이 그 좋은 예입니다.
맥콜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그것이 보리 맛이 나는 탄산음료인지 알코올이 없는 맥주인지 혼란을 느꼈습니다. 맥주의 전형적인 연상인 보리 맛을 공유하고 있으면서 알코올 무첨가라는 독특한 연상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알코올 무첨가라는 탄산음료의 전형적인 연상을 공유하고 있으면서 보리 맛이라는 독특한 연상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맥콜은 후자로, 즉 보리 맛이 나는 탄산음료로 브랜드 포지셔닝하는 것이 자사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탄산음료와 관련된 전형적인 연상들을 강화함과 동시에 보리 맛이라는 독특한 연상을 부각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소니가 1999년 출시한 로봇애완견‘아이보’도 유사한 성공사례입니다.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기대(전형적인 연상)는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소니의 기술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령 아이보는 음성인식 능력이 부족하여 주인의 명령에 정확하게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니는 아이보가 우수한 로봇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 애완견이라는 감성적 측면을 내세워 포지셔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보는 다른 애완견에 비해 돌보는 것이 귀찮지 않으며 가끔 주인의 말을 못 알아듣고 다르게 반응하는(로봇 범주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특징), 마치 살아 있는 애완견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창의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단점조차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점으로 바꾼 것입니다.---pp.93~94 중에서
제품이 아니라 친구로 인식하게 하라
브랜드 개성은 광고모델 외에도 사용자 이미지, 제품의 원산지, 디자인, 기업 이미지, CEO 이미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나 애플 사용자들의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이미지는 애플의 브랜드 개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이폰에 탑재된 비서 애플리케이션인 ‘시리Siri’도 아이폰을 마치 인간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브랜드 개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체로 소비자는 인격화된 브랜드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특정 대상에 대한 의인화 성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근〈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 장동건(김도진 역)이 베티라는 이름을 가진 자기 자동차를 김하늘(서이수 역)에게 정식으로 소개시켜주는 장면이나 좀 더 속도를 높여보라는 친구의 말에‘우리 베티는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라고 거절하는 장면은 자신의 자동차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의인화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브랜드를 제품이 아닌 친구 혹은 동반자로 인식하게 되면 브랜드는 소비자의 삶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됩니다. 그 결과 우호적이며 강하고 독특한 브랜드 연상들의 활성화가 더 잘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자산가치가 증가하게 됩니다. 최근 기업들이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때 브랜드 개성을 적극 활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pp.115~116 중에서
브랜드 액서서리를 제공하라
브랜드 액세서리 제공 전략은 소비자가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액세서리’를 제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
또 다른 사례로는 1959년에 미국 기업인 마텔이 출시한 바비인형을 들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어린이용 인형이 어린아이 모형이었던 것과 달리 섹시한 몸매를 가진 십대 여성의 모습을 한 바비인형이 50년 이상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옷, 가구, 집, 자동차 등 액세서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다양한 바비인형의 스토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이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즐거움을 준 것이지요.
최근에는 남자친구 켄이 바비에게 결별을 통보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바비인형을 생산하는 마텔이 분홍색 포장박스를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것에 대하여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항의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린피스는 환경을 해치는 여자친구와 더 이상 사귀지 않겠다는 켄의 선언‘Barbie and Ken: The Breakup’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유포하였으며, 마텔에서 켄으로 분장하고 항의 시위를 하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갑니다. 그 히스토리를 직접 만들어가는 소비자와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 모두 브랜드에 대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pp.170~17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