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미국과 영국의 정치인들은) 인생을 살아볼 만하게 만드는 문명의 요소를 인류가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려면 어떤 일관된 생각의 체계를 수립할 필요를 느꼈다.
--- p.9
역사와 인간 본성의 이해에 굳건히 토대를 둔 건전하고 검증된 보수주의를 발견하게 된다.
--- p.10
보수주의는 평등한 정의, 개인적 자유, 그리고 인류의 모든 사랑스러운 옛 모습들을 갈망하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사회적 개념이다. 보수주의는 단순히 ‘자본주의’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재산권과 자유경제를 그 자체로, 또 그것이 위대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기 때문에 결연히 옹호한다. 이 위대한 목적들은 정치·경제적 목적 그 이상을 의미하고, 거기에는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품성, 인간의 행복은 물론 심지어 인간과 신의 관계까지도 포함된다.
--- p.16~17
우리가 동료 인간에게 자비롭게 또 공정하게 행동하는 유일한 이유는 신의 의지가 우리에게 그리하도록, 서로 사랑하도록 명령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 p.23
인간으로 하여금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진정한 요소는 전투 그 자체이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투쟁, 악에 맞서 싸우며 올바름을 갈망하는 투쟁 말이다.
--- p.30
전 세계는 양심이 악화되는 데 비례하여 고통을 받았다. 제러미 벤담은 양심은 계몽된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 위미를 축소해버리려 했다. 칼 마르크스는 양심이란 착취자의 죄의식을 부추기는 피착취자의 무기로 기능할 뿐이라 선언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양심이 주로 유아기의 불행에서 비롯되는 죄책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 p.36
완벽한 개인주의자는 종교와 애국심 그리고 재산 상속과 과거에 적대적이다. 그에 반해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종교적 믿음, 국가에 대한 충성, 사회에 이미 수립된 권리, 그리고 조상들의 지혜를 적이 아닌 친구로 여긴다. (중략) 그럼에도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탁월함, 그리고 인간이 그 자신일 수 있는 권리를 믿는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자라 해야 옳다.
--- p.49
보수주의자는 가족이야말로 한 사회의 자연발생적 근본이자 핵심이며, 가족이 쇠락하면 음습한 집산주의가 그것을 대체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는 가족이 도덕적 가르침, 일상적 교육, 만족스러운 경제적 삶의 주요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고 여긴다.
--- p.61
국가는 계속해서 나라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빨아들인다. 생산은 활기를 잃어가고, 국가는 ‘핵심 산업’을 하나씩 인수해서 관리해나가지만 비효율과 부패, 낭비는 계속 늘어나며, 그 때문에 최종적으로 산업은 강제노동 체제에 의존하게 된다.
--- p.76
공동체가 없는 인간은 인간보다 조금 못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고독한 야수이거나 한 국가의 노예와 같은 군중에 불과하다.
--- p.79
제퍼슨은 정부를 필요악이라 일컬었다... 보수주의자의 눈에 정부는 필요선이다.
--- p.83
무질서로 혼란스런 시절의 보수주의자는 공정한 정부의 권리를 지지하려 애쓴다. 사려 깊은 보수주의자라면 정치권력이 위압적으로 집중·강화되는 시설엔 국가에 맞서 개인을 옹호하는 쪽으로 돌아선다.
--- p.83
대의제 정부는 ‘재산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정치권력에게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는 재산 소유자들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것이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 대의제가 출발한 시원이다.
--- p.98
재산은 모든 악의 뿌리이므로 사유 재산제가 철폐되면 인류가 행복해진다고 어떤 급진적 개혁가들은 강변했다. 특권이야말로 인간에게 저질러지는 모든 잔학 행위의 근원이니, 사회적 특권이 철폐되면 인류는 시기와 부당한 야망에서 해방된다고 선언한 급진적 개혁가들도 있다... 그러나 그 신념들은 틀렸다. 파렴치한들이 재산을 획득하려 했던 이유는 대개 그것이 제공하는 권력 때문이지 재산 그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특권을 추구했던 더 큰 이유는 단순한 화려함이나 허식이 아닌, 오히려 그 안에 숨어 있는 권력 때문이었다.
--- p.114
만약 삶의 유일하고 진정한 목적이 군중의 물질적 개선이고 그것이 주로 평등이라는 조건의 수립을 통해 달성된다면, 강력한 사적 견해나 강력한 개인 정신의 계발을 고무할 이유가 없다.
--- p.129
보수주의자는 진보 그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반드시 작동하는 신비로운 진보, 그 자체의 힘이 있다는 주장은 강하게 의심한다. 어느 한 관점에서 진보하는 사회는 다른 관점에선 대개 쇠락한다. 그 어떤 건강한 사회도 새뮤얼 콜리지가 영구불변함과 진보라 일컫는 상반된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보수주의자는 안다.
--- p.145
사고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그러나 오직 사고만이 이념을 견제한다. 어떤 몽상가도 자신의 논리 체계 안에서는 논파된 적이 없다. 그를 논파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다른 몽상가뿐이다.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