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는 시기에 따라 모국에서 거주국으로의 일회적 이동의 형태로 진행되고 그 이후에는 모국과 거주국 간의 교류가 단절된 디아스포라 형태가 있는가 하면, 거주국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양국 간에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는 초국가적인 형태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국제이주가 디아스포라적이라고 한다면 1960년대 후반 이후의 국제이주는 초국가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49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국가형성의 방식, 인종·민족 구성, 민주주의 발전 수준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서구의 역사적·사상적 토대에서 발전한 다문화주의를 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여 보편화된 입장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다문화주의의 보편성과 아시아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면서 아시아의 다문화주의의 실태와 비전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 p.90
현재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정주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하층계급으로 전락할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가 지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주민의 인권보호 차원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교육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152~153
앞으로의 과제는 제도만 민주적이고 선진적으로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에서 이주민의 인권보호와 국익 추구가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 시민사회, 학계가 정부의 이민정책의 기획, 집행, 평가에 긴밀히 참여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산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협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p.176
시민주도 다문화주의는 ‘원주민, 소수민족, 이민자들과 같은 소수집단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및 학자들이 추구하는 다문화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민주도 다문화주의가 추구하는 목표는 국가의 일방적인 동화정책에 의해 주변화되고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소수집단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보호하고, 집단 권리와 기회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다문화주의’ 또는 ‘풀뿌리 다문화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 p.192
일본은 단일민족국가를 표방해왔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소수민족들이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홋카이도의 아이누족과 오키나와인은 고유한 영토와 문화를 가진 원주민집단에 속하고 일제 강점기에 이주한 재일한인은 이주민집단에 해당한다.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세계 표준과 동떨어진 일본식 모델을 고집하면서 소위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보이면서 경제의 활력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의 유입이 일본의 문화와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민 문호를 개방하는 데 매우 조심스럽다.
--- p.202
일본에서 국가 차원의 이민자통합정책이 미비하고 외국인과 소수민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여전히 심각한 것은 이민자들의 사회통합 수준을 낮추고 소수민족의 문화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소개했던 이민정책그룹(Migrant Policy Group)이 2010년에 총 33개국에서 실시한 제3차 이민자통합정책 지표 조사(Migrant Integration Policy Index Ⅲ)에 따르면 일본은 33개국 중에서 29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차별 금지와 교육에서 취약했고, 그다음으로 정치 참여와 국적 취득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
--- p.255~256
대만에서 종족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와 맞물리면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계엄령하에서 대만 사회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특권은 소수의 외성인에게 집중되었고 본성인(민난인, 하카인, 원주민)들은 차별대우를 받은 것이 종족문제를 정치화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후 이러한 차별제도는 철폐되었고 종족집단 간 통혼이 보편화되면서 종족갈등은 점차 완화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와 대중국 정책 등에서 종족집단 간의 입장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나고 각종 선거에서 종족 및 성적(省籍) 차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p.283
대만의 다문화주의는 국가주도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정치적인 목적과 ‘대만인’으로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목적으로 다문화주의를 활용했다. 원주민, 하카인에 이어서 결혼이주여성도 다문화주의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원주민, 하카인과 달리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접근은 보다 동화주의적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관심을 확대해서 인권과 처우를 개선하고 영주권의 길을 개방했으나 이런 노력은 다문화주의 정책이라기보다 이민자통합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 p.308~309
동북아시아는 국가 간 자본과 상품의 이동 외에도 국제이주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중의 하나이다. 국제이주는 동북아시아의 경제개발에 크게 기여했고, 초국가적 연결망을 형성했고, 개별 국가 내에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증대하여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게 했다. 동북아시아에서 국제이주는 과거에는 주로 노동력 수급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었지만 현재에는 결혼, 가족, 귀화, 시민권, 교육, 복지, 정체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 문제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 p.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