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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 주야 세트

로야 & 주야 세트

: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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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620쪽 | 145*210*35mm
ISBN13 9791161570846
ISBN10 116157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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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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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통증은 빠른 시간에 끔찍한 강도로 나를 덮쳐 왔다. 모든 움직임에 제약이 가해졌다. 불안감으로 눌렸던 목과 어깨는 단숨에 뻣뻣해지더니 어느새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굳어진 어깨와 연결된 팔은 팔꿈치에 고통을 저장하고 손목에 이르자 순환을 포기했다. 덩그러니 남은 손은 전해지지 않는 감각과 혈류로 인해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펴지지 않는 손가락에 무거운 추가 달렸다. 허리 아래 모든 신체 부분이 고통의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나의 고통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는 등과 팔의 통증을 언급했지만 고통의 정도나 출처에 관해선 자신 없어 했다. 아이 또한 팔과 어깨가 아프다고 하다가 난 괜찮아, 맑고 밝은 그곳, 높은 곳의 영혼으로 원상 복귀했다.
--- p.49

죽은 외할머니는 단정했고 외할머니가 타고 간 상여는 예뻤다. 그게 왜 슬픈 일인가. 엄마는 외할머니가 죽는 것을 보지 못해서 죽고 난 후의 일들을 보지 못해서 저렇게 울고 있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직접 봤다면 죽음은 슬픈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텐데, 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의 죽음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 안에 담긴 말이 많았지만, 할 수가 없어서, 말은 눈물로 흘러나왔다. 자신의 엄마가 땅에 묻히는 것을 보지 못한 엄마는 가슴 한 부분을 툭 찢어 내 어딘가에 묻었다. 그 안에 나도 함께 묻었을 거라고 흙먼지가 날리는 마당에서 엉엉 울며 생각했다.
--- pp.94-95

아이가 알프레드 웡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아이는 알프레드 웡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노트에 적어 둘 정도로 기억해야만 하는 일일 줄은 몰랐다. 아이는 단순히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로 접근했다. 아이의 기록과 기억과 접근과 미완 혹은 완결에서 난 길을 잃고 말았다. 우리한테서 멀리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고, 부정이나 부인은 보호의 장막일 수 없으며, 신중의 밀도는 너무나 엉성하고, 아이 손이 내 손안에 있다 해도 아이 눈은 세상을 향해 있고, 놓쳤다면 차라리 좋았을 그 손은 벌써 놓는 법을 알고 있다.
--- p.132

엄마가 우리를 이끈 곳은 시신 안치실이었다. 엄마는 이미 와 본 듯 익숙한 발걸음으로 냉기가 감도는 방 안으로 쓱 들어갔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벽에 달린 여러 개의 손잡이 중 하나를 쑥 잡아당겨 아빠를 끌어냈다. 아빠는 정갈하게 누워 있었다. 아빠를 가까이 보려고 다가가려 하자 엄마가 나를 막았다. 잠깐만, 하더니 엄마는 아빠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아빠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비비고 손으로 문지르고 입김을 불어 체온을 옮겨 주었다. 엄마의 행동은 무의미했지만, 동시에 거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두려워할 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빠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게 하고 싶은 걸까, 아빠를 보호하려는 걸까, 나를 보호하려는 걸까.
--- pp.153-154

어디에 발을 디뎌도 푹푹 빠지는 진흙탕이었다. 어디에 손을 짚어도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였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세상 끝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은 변방에서 가정 폭력을 제재하려고 경찰이 올 리 없었다. 그곳에선 득실거리는 깡패와 양아치들이 경찰을 이미 바쁘게 하고 있었다. 경찰이 온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할 아빠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를 떼어 놓을 수 있고 나와 동생을 구해 줄 수 있다면 나는 경찰이든 법원이든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었다. 가족 내부에서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가 위협자 역할을 한다면 외부에 있는 수호자라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도와줘야 했다. 누구든 우리를 도와줘야 했다.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면, 이런 끔찍한 세상에 태어난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 p.169

그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느낌 내지 더는 안 되겠다는 느낌이 온몸을 덮쳐 왔다. 더는 숨을 수도, 도망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었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투명한 유리가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 사이에 있다 해도 그 유리는 분명 장벽이었다. 견고하던 유리 장벽이 산산이 깨지더니 나를 살펴보던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되었다. 변호해야 하는 아빠를 없애고 설명해야 하는 나를 없앤 그곳에 여덟 살의 내가, 열여섯 살의 내가 있었다. 자그마한, 눈이 반짝이는, 채워지지 않아 늘 허기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서 늘 답답한, 겁에 질려 울먹울먹하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 p.173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여전히 내가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처럼 함부로 대하는 엄마를, 내가 만든 울타리를 마치 자신이 만든 것인 양 무례하게 대하는 엄마를, 막아야 했다.
“와 이카노, 야가?”
“엄마야말로 내 말을 제대로 들은 적 있었어? 내가 말한다 해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잖아? 내가 말 못 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니 말 잘했다. 니가 엄마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나? 니가 말을 곱게 안 해서 마음 아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것아!”
나는 엄마를 이길 생각이 전혀 없는데 엄마는 날 언제나 이겨야 할 상대로 대한다. 지지 않으려 한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자신은 나보다 세 곱절은 더 아프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다.
--- p.200

‘사랑해’를 쓰는데 찔끔찔끔 나오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랑해’가 나의 유언이라면 이보다 더 적절한 유언이 없을 거란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내가 떠날 수 있을까, 어찌 그들을 떠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나눠 줄 사랑이 한없이 많았지만,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랑도 한없이 많았다. 받을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하자 욕심이 불끈 났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죽음에 관한 요망한 생각을 몰아내야 했다. 난 받을 자격이 있고, 어떻게 해서든 받을 것이다.
--- p.258

[2권]

엄마는 피상적인 것만을 보고 서둘러 판단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 눈에는 방패 잃은 가엾은 미망인이나 배은망덕한 자식을 둔 불쌍한 엄마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방패를 흉기로 삼고 취약함을 무기로 사용하는 폭군이었다. 내가 기어코 말해야 했던 순간의 엄마는 누가 봐도 취약한 상태였는데, 이는 바로 엄마가 휘두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온 습관이 오랫동안 몸에 배서 엄마가 나에게 한 행동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릎을 꼿꼿이 펴거나 머리를 똑바로 드는 것이야말로 불쌍한 엄마에게 대항하는 폭력이었다.
--- p.15

컥컥 소리 내야 할 정도로 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내 앞에 커스틴이 있어서 울음을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 몸 안의 고통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커스틴은 나와 함께 울어 주었다. 어린 나를 위해 누군가가 울어 준 적 없어서,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워서, 펑펑 울었다. 다 큰 내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이렇게 누구 앞에서 눈치 보지 않고 울어 본 건 난생처음이었다. 지금껏 나는 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울음을 자제하거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나올 때도 멈추라고 강요받거나, 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도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제대로 울지 못했다. 그게 새삼스레 서러워서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시며 울었다. 작고 어둡고 따뜻한 방은 울기에 완벽했다.
--- p.52

모든 걸 파악했지만, 내가 파악한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진실을 외면한 것처럼 나 또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실은 거기 있었다. 엄마는 너를 끊었다, 너는 끊겼다. 진실의 목소리와 표정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너무나 분명하고 단호해서 그것의 존재를 의심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사실을 편집할 줄 알아서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엄마의 진실이 차라리 부러웠다. 나의 진실은 타협을 몰랐다. 진실을 덮지 않고 확 까발린 바람에 난 내팽개쳐졌고, 끊기게 됐다. 진실을 밝힌 대가였다. 하나 남은 부모를 잃게 됐다. 스스로 고아가 됐다. 자진해서 비극을 탄생시켰다.
--- p.122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싫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남편은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통속 드라마라면 나와 남편의 대사가 바뀌었어야 할 상황이었다.
“내가 집을 떠난 지 거의 삼십 년이 돼 가. 각자 생활한 지 삼십 년째라고. 부모님이랑 함께 살 때도 난 집에 붙어 있지 않았어. 내가 왜 이란을 떠났는데? 여기서 정착하느라 온갖 고생을 할 때도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내가 여기에 온 건 거길 떠나기 위해서 였지 거기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한 게 아니었다고.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랑 그렇게 오래 있겠다는 거야? 삼 개월도 너무 긴데 육 개월이라니. 이해가 안 돼.”
--- pp.173-174

내팽개쳐지고 끊겼어도 무의식은 날 지키고 있었다. 이제 준비됐으니 똑똑히 보라고, 똑똑히 본 후에 행동하라고, 이곳은 나쁘고 싫은 것을 담아 두는 창고가 아니라 언제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담아 두는 저장고라고 나의 무의식은 알려 준다. 슬픔은 겸양이 아니라 비겁함이고, 분노는 비이성이 아니라 확실한 이성임을,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 지대에서 깨닫는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숨겼던 나의 분노와, 관용이라는 이름 아래 숨겼던 나의 슬픔은 얼마나 진실하지 못했던가. 슬픔 아래 눌러 놓았던 것이 분노라니. 헉, 숨이 막혔다. 또다시 고통이 보내는 신호였다.
--- p.213

엄마가 내 전화번호를 외워 둘 리 없고 내 주소를 기억할 리 없으니까, 내가 엄마를 지우면 엄마도 날 지운 거야. 지운다고 진짜 지워졌겠냐마는, 떠나보낸다고 진짜 떠났겠냐마는, 그래도 안녕. 이쯤에서 안녕. 엄마가 먼저 떠났다는 걸 알지만, 어쩌면 이미 아주 오래전에 떠났다는 걸 알지만, 이젠 나도 안녕. 부모 자식 사이도 일종의 관계라는 걸 나보다 먼저 알고 있던 엄마, 엄마가 간 길을 나도 갈게. 하지만, 엄마처럼 중단해도 나는 대체하지 않을 거야. 세상엔 대체할 수 없는 게 있고, 그게 바로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니까. 엄마, 여기선 헤어져도 다음 생에선 내 딸로 태어나 줘. 내 딸로 태어나서 내 사랑을 받아 줘.
--- p.283

나 또한 남편과 비슷했다. 사춘기 시절, 치기를 핑계 대며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철든 아이는 어른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고 그것에 맞게 처신하도록 스스로를 통제한다. 자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한심하다고 여기고, 어른스러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인제 와서 보니 한심하고 딱한 건 남편이나 나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줄 알았는데, 우린 경험했어야 할 성장 단계를 자의와 타의로 건너뛰었을 뿐이다. 그때 못 큰 걸 인제 와서 따라잡으려니 호르몬 덕도 못 보고, 호르몬 탓도 못 해서 실로 힘들다.
--- p.291

남편의 어머니나 나의 엄마가 생각하는 가족은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관습적으로 정해진 역할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다. 역할에 따른 의무는 선택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당위성을 의심해선 안 된다. 자신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평가 또한 쓸데없다.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건 소명과도 같아서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가족을 만들어야 하고,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역할을 맡으면 지위가 부여되고, 지위가 부여되면 권리가 주어진다. 특히 양육하던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기가 오면 부모의 권리는 더욱더 확고해진다. 어떤 방식으로 양육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양육의 의무는 부양의 의무를 위한 초석 작업이다. 어떤 면에선 부양을 위해서 양육이 필요하다. 개인의 출생은 집단을 위함이고, 자식의 안녕은 부모를 위함이요, 자손의 존립은 조상을 위함이다.
--- pp.295-296

나는 『주야』와 『로야』를 작품 밖에서도 의도적으로 짝지었고, 작품 안에서도 주인공/구경꾼, 부모/자식, 엄마/아빠, 사건/사고, 가해자/피해자, 단절/연결, 길 잃기/길 찾기, 이편/저편, 오른쪽/왼쪽, 다수/소수, 집단/개인, 관습/본성, 과거/현재, 현실/꿈, 가짜/진짜, 불균형/균형, 표면/심층, 전쟁/평화, 죽음/삶, 어둠/빛, 의식/무의식 등을 고의로 짝지었다. 대칭적 구조의 문장들도 일부러 많이 썼다. 통상적 의미에서 반대 개념인 위의 단어들은 대조하여 읽을 수도 있고, 한데 버무려 읽을 수도 있으며, 교차로 읽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분법적 사고를 적용할 수도 있고, 와해할 수도 있으며, 이 사이에서 왕래할 수도 있다. 적용했다면 불편했을 것이고, 와해했다면 집중했을 것이며, 왕래했다면 긴장되거나 아팠을 것이다. 당신은, 불편해도 참았을 것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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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적 다이앤 리의 『로야』는 한국문학의 변경(frontier)이 새로이 도래했음을 고지한다. 속지주의로는 한국문학이 아니지만 속문주의로는 한국문학인 이 까다로운 이중성은 밴쿠버의 중간계급으로 오른 한국계 여성과 이란계 남성의 가정을 다룬 작품의 전개에도 깊이 참여한다. 작품 속 현재인 밴쿠버 이야기는 이민 전 그들 각자가 과거에 겪은 고국 이야기와 간단없이 교착하거니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기 위한 변경의 실험으로 흥미로운 전자보다는 마음의 사막을 횡단하는 여주인공 ‘나’의 촘촘한 회상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폭력적 가부장 가족의 풍경에 직핍한 후자가 고갱이다. 장편으로서는 드물게 좁다란 이 작품은 구경, 우리의 유구한 가족주의가 어떤 변경에 도착했음을 예리하게 일깨우던 것인데,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서사의 반전이 종요롭다.
- 최원식 (문학평론가)
예민하고 우아한 내러티브, 상처와 치유의 여성 서사가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스토리텔링은 풍부하고 내면의 탐문은 묵직하다.
- 은희경 (소설가)
소설을 읽는 동안 『로야』가 발휘하는 흡인력이 뛰어난 문장에서 비롯된 줄 여기기 쉽다. 소설을 덮고 나서도 쉽게 가시지 않는 독특하고 강렬한 여운의 실체는 달리 있다는 사실을 나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다이앤 리의 놀라운 능력은 너무나 익숙한 것을 아주 낯설게 만들어버리고, 생소한 삶을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에서의 이야기와 우리에게 생소한 제3국에서 만난 이민자들의 서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전복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삶의 다른 국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교수)
한 문장도 건너뛰기 힘든 소설의 밀도가 인상적이었다. 단단하게 웅크린 작은 이야기들 안에 정교하게 쌓아놓은 마음의 가닥들은 예상치 못한 긴장력으로 소설의 서사를 추동한다. 소설 『로야』는 장편이 반드시 큰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매력적인 예다.
- 정홍수 (문학평론가)
좀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모두가 달려가는 방향이나 속력과 상관없이, 이야기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로야』는 이질적이다. 지금까지 한국 소설이 맹렬하게 달려 다다른 지점과 별개의 자리에 있다. 소재나 배경만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가장 먼 곳에 있지만 아무 데로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왜 쓰는가? 나의 상처는 무엇인가? 그토록 상처 입은, 나는 누구인가? 오래된 질문이자 모든 작가의 출발점이다. 다만 지금은 잊었거나, 잊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 김별아 (소설가)
『로야』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회복하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집요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따라가면 결국은 상처가 있는 어두운 웅덩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야』가 매력적인 이유는 화자가 미치도록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데 있다. 여성 스스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은 모든 여성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 『로야』는 여성은 원래 태생부터 완전한 인간형이었음을, 하나의 우주였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놀라운 작품이다.
- 강영숙 (소설가)
『로야』는 은폐된 것들이 점거한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기만의 고백록이자 ‘척’들의 합에 다름 아닌 한 인생의 막다른 진술서다. 일상은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의 일시적 균형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균형은 사소한 사건에도 쉽게 깨진다. 나에겐 이 소설이 바로 그 ‘사소한’ 발단이었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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