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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95g | 152*214*30mm
ISBN13 9788965701415
ISBN10 896570141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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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완전한 파산을 세 번 경험하기 전에는 스스로 투자자라 말하지 말라.” 책에서 그 구절을 읽으며 ‘참 멋진 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후 나 역시 거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파산을 세 번씩 겪게 되면서 이 말이 그토록 뼛속까지 느껴질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책을 읽던 무렵의 나는 딸린 식구 없는 대학생이었으므로 가족이 머물 곳조차 마련하지 못하여 친구 집 문간방을 빌려야 했던 고레카와 긴조의 심정을 문맥상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뒷날 뼈저린 투자 실패로 돌도 채 안 된 어린 아들과 아내를 뒤로한 채 사무실에서 몇 달 밤을 지새워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니, 이것을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얄궂은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p.34

자고 나면 지수가 10포인트씩 폭락했고 객장 전광판에 빨간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장된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바야흐로 IMF 구제금융의 서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나는 그토록 숱하게 적어두었던 한 단어 ‘손절매’를 실행할 수가 없었다. 개장과 동시에 시퍼렇게 음봉을 그리며 내려가는 지수에 몸은 박제라도 된 듯이 굳어버렸다. 장중 단 몇 퍼센트만 반등하면 손절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약한 반등도 출현하지 않았다. ---p.44

상상이 깨져버린 건 정확히 안정환이 이탈리아 전에서 황금 같은 역전골을 터뜨린 다음날 아침이었다. 하한가. 그것도 동시호가부터 수북이 쌓이 하한가 매도 물량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 나올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마포대교 아래에서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봤다. 마포대교에 수많은 사람들이 빨간색 티를 입고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이것이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p.102

2, 3, 4, 5, 6, 7, 8억…. 눈 깜짝할 사이에 손실 금액은 숫자를 바꿔가면서 커져만 갔다. 독사의 아가리 앞에 꼼짝 못 하는 개구리처럼 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빨간 숫자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시장이란 거대한 쓰나미 앞에 얼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10억이 넘는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정리하였건만 최종 손실 금액은 12억 8,000만 원. 그날 나는 내 전 재산을 날렸고, 그것도 모자라 9억 정도의 부채를 지게 되었다. 주식시장에서의 실패 후 그 모든 빚을 갚아나가면서 얼마나 숨죽이는 시간을 보냈는데, 또 이런 결과를 만나게 되다니. 한숨마저 나오지 않았다. ---pp.127~128

마침내 멈춰두었던 계좌 운용을 재개했다. 한번 해볼 만한 시점이 온 것이다. 느낌은 아주 좋았다.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대개 어떤 일을 할 때 성공할지 실패할지 스스로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임하고 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적어도 그해 여름의 나는 나 자신을 한계상황까지 내몰고 있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나 시장에 맡길 뿐이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운명에 맡길 뿐이었다. ---p.158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맛보게 된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의 수익보다 이날 하루의 수익이 더 컸을 정도였다. 이날의 기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시장에서 세 번 당했던 나, 주식에 두 번 울고 파생에서마저 무릎 꿇었던 나였다. 버텨내야 했던 시간이 4년 5개월이었고 흘려야 했던 눈물 또한 한 바가지였다. 내게는 너무 외로운 시간이었다. 어지간한 거래 결과엔 무던해질 만큼 노련해졌지만 이날만큼은 수없는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p.175

2008년 가을, 참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포로 물들어갔고, 나의 계좌는 시장을 빨아들이듯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11월, 시장은 변동성의 극한을 달렸으며, 나는 수익의 정점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마침내 승부는 적중했고 도전은 성공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니 수익이야 마땅한 대가였는지도 모른다.
---p.177

증시의 대폭락이 일어날 때, 인간의 마음에는 이 원초적 본능이 먼저 작용한다. 모두 투매할 때가 바닥이라는, 이성적이고 교과서적인 논리는 공포를 벗어나고자 하는 ‘포식동물 회피 성향’보다 훨씬 뒤에 작동하게 되어 있다. 이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진화해왔고, 지금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이 일차적 작용이 훨씬 강하고 원초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투자의 길을 걸으면서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실패를 가만히 반추해보건대,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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