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엄마가 내게 저녁 키스를 하고 나서 나가려고 방문을 열려는 순간, 나는 엄마를 다시 불러 ‘한 번만 더 안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면 엄마가 곧 화난 얼굴을 하시리란 걸 알았다. 왜냐하면 엄마가 올라와서 나를 안으며 내게 해주던 편안한 키스, 즉 나의 슬픔과 내 마음속 동요 때문에 엄마가 감수하시던 이 양보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습관으라고 생각하고 계신 아버지의 신경을 건드렸고, 엄마도 이 버릇을 되도록 빨리 고쳐보려고 애쓰고 계셨기 때문이다. ---p.25
어머니는 하인을 시켜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작고 통통한 과자를 가져오게 했는데, 그 과자는 생자크라는 조개의 가느다란 홈이 팬 조가비 속에 넣어 구운 것 같았다. 이윽고, 침울했던 그날 하루와 내일도 서글플 것이라는 예측으로 심란해 있던 나는 기계적으로 마들렌 한 조각이 녹아들고 있던 차를 한 숟가락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그 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내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나를 휘감았다. 그 매혹적인 쾌감은 사랑이 작용할 때처럼 귀중한 정수로 나를 채우면서, 즉시 나를 인생의 변전 따위에 무관심하도록 만들었고, 인생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했으며, 인생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했다. 아니 오히려 그 정수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p.70
그러나 스완은 이제야 거기서 그 마법을 풀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악절은, 스스로 그 길을 보여준 행복의 덧없음을 아는 것 같았다. 그 경쾌한 우아함 속에서 그 악절은 비탄 뒤에 오는 해탈과 같은 완성된 그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스완으로서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그 악절을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이를테면 그것을 작곡했을 때 자신과 오데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한 작곡가와 몇 세기가 지나 그걸 듣게 될 모든 이들을 위해 그 악절이 표현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베르뒤랭 부부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까지도 그와 동시에 오데트를 생각나게 하는, 그들을 맺어주는 사랑의 정표, 사랑의 기념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