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공공부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채권시장이 갖는 의의도 더욱 커졌다. 각국 정부는 높아진 자금 수요를 맞추려고 더욱 큰 규모로, 더욱 빈번하게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가계와 기업은 채권자, 채무자를 구분할 것 없이 혼란스러운 금리전망으로 갈팡질팡한다. 투자자들은 채권시장 자체로는 물론 다른 시장과 비교해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위험-수익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씨름한다.
이런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현실을 깨닫는 듯하다. 투자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익숙한 현실이다. 바로, 배스킨라빈스에서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한 종류만 팔지는 않는 것처럼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채권시장은 배스킨라빈스처럼 때로는 어리둥절할 만큼 다양한 ‘풍미’의 상품을 갖추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온갖 유형의 채권자와 채무자가 존재하고 다양한 만기, 구조, 지역별 상품을 총망라한 곳이 채권시장이다. 채권시장에는 흥미로우면서도 불안한 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채권시장은 AAA 등급 우량채권에서 투기적 성격이 강한 CCC 등급 정크본드, 부실 유가증권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상품을 가계와 기업에 제공한다. 전통적인 10년 만기 고정금리 채권은 물론, 채권과 주식의 특징을 결합한 수없이 많은 하이브리드 상품들이 공존하는 곳이 채권시장이다.
오늘날 채권시장은 단순히 다양한 투자선호도, 투자목표, 위험허용수준을 가진 참가자들을 모아 거래를 조정하는 곳만은 아니다. 다양한 금융상품의 청산소 역할을 하는 곳만도 아니다. 이제 채권시장은 중요한 정보의 원천으로서 국내외 경제, 산업, 기업, 가계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실만으로도 자칫 주눅이 들지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90조 달러에 달하는 복잡한 시장을 지나칠 만큼 단순하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이 들 수는 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 세상은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눈앞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핌코에서 함께 일하는 앤서니 크레센치는 사람들에게 채권시장의 굴곡과 채권시장이 말하는 세계경제 전망에 관해 이해시키는 데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 실제로 그는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채권시장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과 수단을 제공하는 데 있어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그는 시장의 움직임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통찰력을 발휘해 그것을 채권시장 너머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관련해 해석했다. 매일같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자료와 시장에 떠도는 갖가지 말들을 걸러내면서 진정한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뛰어난 능력 역시 입증했다. 그는 중요한 정보와 무시할 정보, 잘못된 정보를 구분한다. 그 결과, 불투명한 경제와 정부정책의 미래에 가시성을 높이는 프리즘으로서 채권시장을 활용하는 그의 능력은 이미 대단히 높이 평가됐고 이제는 시장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독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텔레비전을 통해 시기적절한 분석으로 현상을 꿰뚫어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그의 모습을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문과 잡지 역시 그의 의견을 자주 인용한다. 실제로 기자들은 크레센치의 능력, 즉 공개된 자료를 해석하고 그것을 세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경향, 혹은 상반된 경향과 연계해 파악하는 그의 능력을 신뢰해 거듭 의견을 구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그의 사고능력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가치를 입증했다. 사람들은 이런 그의 능력과 깊은 통찰에 애정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명성은 절대로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깊이 있는 전문성, 뛰어난 경력, 강력한 소통 능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나를 비롯한 핌코의 동료가 매일같이 가까이에서 그의 지식과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단한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책은 시장에서 그의 통찰력이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잘 보여줄 것이다.
2002년에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채권시장의 역할을 보는 그의 뛰어난 통찰력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시장이 전개되는 양상을 이해하고 적절한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수단들을 제시한 것도 사람들을 이 책에 빠져들게 했다. 독자들은 크레센치의 책이 훨씬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하향식(top-down) 접근법으로 풍부한 세부사항을 분석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책과는 차별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이번 개정판에는 많은 사람이 이미 그 가치를 인정한 그의 분석법으로 살펴본 최신 동향과 함께 더욱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다양한 내용이 새롭게 반영된 가운데 채권전문가들이 이용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전략을 다룬 장이 추가됐다. 이 장을 통해 이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된 다양한 전략과 개념에 대한 이해를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계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제도가 취한 조치에 관해서도 다루었다. 실제로 이번 개정판은 금융위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위기가 앞으로 경제 및 금융산업의 지형도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크레센치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채권시장의 복잡한 측면까지 모두 설명하고 있다. 그 지식을 독자 여러분도 매우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시장은 진화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에서 채권시장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사건을 반영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이번 개정판이 특히 이런 중요한 시기에 채권시장에 대한 우리의 집단지식을 발전시키는데 또 한 번 커다란 기여를 하리라고 강하게 확신한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에서 나와 같은 재미와 효용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고(PIMCO) 최고경영자(CEO)이자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ide)》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