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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이론과 좀비

국제정치 이론과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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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98g | 135*200*20mm
ISBN13 9788997712052
ISBN10 89977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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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에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자연스러운 원인이 많다. 예를 들어 테러 공격, 치명적인 세계적 유행병, 자연재해, 기후변화, 금융공황, 핵 확산, 민족 분쟁, 국제 사이버전쟁 등이 있다. 그러나 시대적 문화 사조를 살펴보면 기이한 문제 하나가 국제관계에서 가장 빠르게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맞다. 좀비 얘기다. 그게 아니면 뭐겠는가.--- 「완전히 죽지 않는 자, 언데드에 대하여」

좀비에 대한 정의는 의식이 없는 인간이라는 철학적 정의부터, 땅에 묻혔다가 주술사에 의해 다시 살아난 사람이라는 인류학적 정의까지 다양하다. 좀비 연구학회와 마찬가지로 나는 좀비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 숙주를 점거하고 있는, 인육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생명체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정의는 서아프리카와 아이티 부두교 의식에서 쓰는 ‘좀비’ 라는 단어의 어원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 데서 말하는 되살아난 시체는 어떤 측면에서도 초국가적 안보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전통적인’ 좀비는 보통 가장 유순한 노동자로 그려진다.--- 「좀비란 무엇인가」

〈시체들의 땅〉의 결말에서, 좀비 주인공과 인간 주인공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다. 이런 결론은 현실주의적 패러다임에 정확히 부합한다. 좀비가 살아남아 번성하려면 뇌가 파괴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또 인간처럼 그들도 무정부 상태에 놓인 국제정치라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일부 신생 좀비 국가는 처음에는 인간을 적으로 돌리는 급진적 정책을 추구할지도 모르지만, 무정부 체제가 결국 온건한 관점을 갖도록 그들을 학습시킬 것이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현실정치」

언뜻 보면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은 좀비로 인한 인류의 대재앙에 중점을 둔 장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좀비가 출현한 세계에서 자유주의의 비극은 자유주의가 가진 주요 신조 일부가 식인 구울의 확산을 가속화시킬 거라는 데 있다. 자유주의자는 개방적 세계경제를 주창한다. 얽히고설킨 상호 의존을 촉진해서 개별 국가에 협력 동기를 확실히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국경 개방은 사람의 이동과 전 세계적 유행병이 더욱 대규모로 번지게 부채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데드와 감염된 인간 보균자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것도 용이하게 한다. 현실주의와 확연히 대조적으로, 자유주의 정책 방안은 좀비가 가져오는 위협의 초기 단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아주 많은 비판적 이론가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좀비를 자본주의의 확산과 동일시하는 것도 별로 놀랍지 않다.---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서 언데드 관리하기」

로메로 감독이 만든 〈시체들의 낮〉에서 로건 박사는 좀비가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행동의 조짐’을 보여주므로, 인간 사회가 그들을 사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다. 버브를 ‘훈련’시키려고 했을 때 그들이 목표로 삼은 점이 바로 이거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에드가 라이트가 만든 〈새벽의 황당한 저주〉 끝 부분에 나오는 몽타주 영상에서는 영국 사회가 남아 있는 좀비를 사회에 재통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퀴즈 프로 출연자, 주간 토크쇼 초대 손님, 슈퍼마켓 점원, 비디오 게임 상대 등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은 구성주의 학파 연구자가 주창하는 사회화 노력과 궤를 같이한다. 언데드가 다시 인간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우면 구성주의자는 그들이 식인 구울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했다고 단정 지을 것이다.
--- 「좀비의 사회적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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