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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오디세이

뉴욕 오디세이

: 뉴욕의 사계절과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나선 이방인의 여정

이철재 | 이랑 | 2020년 03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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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8g | 147*210*20mm
ISBN13 9788998746490
ISBN10 8998746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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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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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에 출처도 확실치 않지만 기발한 기사들이 올라온다. ‘업스테이트 뉴요커들의 특이한 점 열다섯 가지’라는 이야기가 올라와서 읽다가 배꼽을 잡고 웃은 적이 있다. 그 열다섯 가지 중 하나가 ‘그들의 식료품점과 나누는 열렬한 사랑(Intense love affair with their grocery store)’이었기 때문이다. 웨그만즈에 대한 이곳 주민들의 컬트에 가까운 자부심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시라큐스 출신인 배우 알렉 볼드윈(Alec Baldwin)이 몇 년 전 데이비드 레터맨 쇼(David Letterman Show)에 나와 아직도 시라큐스에 살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잠깐 했다. 어머니에게 시라큐스 날씨가 추우니 겨울에는 자기가 사는 캘리포니아에 가서 지내자고 했더니 어머니 대답이 “거긴 웨그만즈가 없잖니?”였다고 한다.
웨그만즈 여러 매장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매장이 시라큐스에 있다. 뉴욕시에 살 때는 손님이 찾아오면 데리고 다니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며 카네기 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관광 명소들을 보여 줬다. 시라큐스로 이사를 온 뒤로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데리고 나가 웨그만즈를 보여 준다.
--- p.26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엠파이어는 ‘제국’이라는 뜻이고, 스테이트(State)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는 뉴욕주, 텍사스주 하는 ‘미연방 주(州)’라는 뜻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조금 의역하면 ‘제국처럼 위엄 있는 주’라는 뜻으로서 뉴욕주의 별칭이다. 그래서 뉴욕주의 영광과 도약의 상징으로 지은 빌딩의 이름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시 맨해튼에 있지만, 뉴욕이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되는 도약의 원동력은 업스테이트 뉴욕을 가로지르던 이리 운하(Erie Canal)이다. 19세기 서부로 나가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던 이리 운하 덕에 뉴욕은 막대한 경제적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다.……대서양에서 허드슨강을 거쳐 이리 운하로 들어가 이리호를 타고 오하이오주로 육로를 거치지 않고 가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교통수단이었다. 뉴욕주 바로 서쪽에 있는 오하이오주는 오늘날 미국의 중서부(Midwest)라고 일컫는다. 서부 개척 시대 미국에서 오하이오는 중서부가 아니라 서부 끝 오지였다. 1803년까지는 주도 아니고 그냥 개척지였다. 하지만 이리 운하 덕에 미국 내 생산품과 유럽에서 들어온 물건들을 쉽게 서부로 운반하게 되었다. 게다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모두 이리 운하를 통해 서부 오하이오로 진출했다. 뉴욕은 이런 모든 행위의 길목이었고, 지나다니는 배에서 거둬들인 통행료만으로도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뉴욕은 점차 미국 경제의 중심이 되었고, 마침내 제국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 pp.46-48

여러 전통으로 가득 찬 앨곤퀸 호텔의 또 하나의 전통은 고양이이다. 1930년대 프랭크 케이스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호텔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러스티(Rusty)’라고 이름을 붙인 뒤로 이 호텔에는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손님을 맞는 고양이를 늘 길러 왔다. 러스티가 호텔에 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좀더 고급스런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로즈룸 단골들의 제안으로 ‘햄릿’으로 개명했다. 그 뒤로 앨곤퀸 호텔에 사는 모든 수고양이는 ‘햄릿’이라 부르고 암고양이는 ‘마틸다’라고 부르는 것이 전통이다. 랙돌(Ragdoll)종인 마틸다 3세는 2006년 캣쇼에 나가 상을 타온 적도 있어 동물 채널인 애니멀 플래닛(Animal Planet)에 소개된 적도 있다. 마틸다 3세가 천수를 누리고 죽은 후 지금은 햄릿 7세라는 유기 고양이가 입양되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 pp.63-65

글리머글래스는 이미 신선한 연출로 전세계 오페라계의 트렌드를 바꿔 놓은 전력이 있다.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가 작곡한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enie en Tauride)》를 공연할 때였다. 고대 그리스의 전사 오레스테(Oreste)와 필라데(Pylade)가 부상을 당한 채 적국에 잡혀와 감옥에서 서로의 우정을 다지며 위로하는 대목이 있다. 가사와 음악은 1779년 초연 때와 똑같았지만 연출은 완전히 달랐다. 근육질의 두 남자 주역 가수가 목욕 수건 두르듯 삼베 천조각만 달랑 두르고 서로의 상처를 매만지며 물로 씻어 주는 호모에로틱(Homoerotic)한 광경을 연출했다. 함께 관람하러 갔던 우리 동네 아저씨 한 분은 자신이 늘 봐 왔던 오페라와 너무나 다른 이 광경에 분을 삭이지 못해 휴식 시간에 “Ridiculous, ridiculous(말도 안 돼, 말도 안 돼)”라고 툴툴 거리고 부인은 옆에서 “아이, 그 아이 캔디들(Eye candy : 눈에 보기에 즐거운 아름다운 것 혹은 사람 특히 젊은 남자나 여자) 몸매 죽여주더라” 하며 남편을 약 올렸다. 고대 그리스 남자들 간의 우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주 없을 법한 이야기도 아니고, 음악과 가사를 바꾼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장면의 과장 없는 세트와 연출이 음악과 매우 잘 어울렸다. 대 호평이었다. 주역 가수들의 노래도 훌륭했지만 200년 넘은 오페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연출 때문이었다.
--- pp.148-149

듀에인 홀은 건물 외관도 멋있지만 내부는 더 멋있었다.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제니퍼와 올리버가 도서관에서 처음 만나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사실은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이 아니라 듀에인 라이브러리이다. 그래서 내가 늘 농담으로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에서 스케이트 타는 장면 찍고 지하철 D트레인 타고 포담으로 올라와 도서관 장면 찍었나 보다”고 한다.
새 도서관을 짓는다고 할 때는 화도 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사실 듀에인 라이브러리는 문제가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구조가 미로 같아 책 한번 찾으려면 도서관 지도를 들고 문을 몇 개씩 통과해 골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덕분에 책 찾으러 헤매다 지하에 문을 세 개 열고 들어가면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발견해 늘 그곳에서 공부를 하곤 했다. 나의 기쁨과 좌절과 희망을 모두 묵묵히 지켜봐 주던 그 방은 아직 있으려나? 내부의 아름다운 장식들이 아직도 있는지 보고 싶었는데 문이 잠겨 있어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테니스 코트 앞 벤치들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갔다. 걸어가며 보니 듀에인 홀 뒤에 남학생 하나와 여학생 하나가 날도 더운데 서로 부둥켜안고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울고 있었다. 오래전에 드라마에서 들은 대사 한 구절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젊어서 힘들겠구나.”
--- pp.175-176

사우전드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섬은 뭐니 뭐니 해도 조지 볼트가 소유했던 하트섬(Hart Island라고 표기했으나 나중에 볼트가 Heart Island로 바꿨다. 발음은 같다)이다. 이곳 여름 별장에서 가족들과 지내던 볼트는 1900년 이 섬에 큰 성을 짓기로 결심했다. 몸이 약한 아내 루이즈(Louise)를 기쁘게 해 주고 싶은 일념에서였다. 이름을 ‘볼트 캐슬’이라 붙이고 유럽에서 인력을 조달하고 유명한 미장공들을 불러 엄청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904년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상심한 볼트는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건물을 폐허로 방치해 둔 채 다시는 볼트 캐슬로 돌아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들에게도 금족령을 내렸다. 여기까지가 관광객들이 듣는 순애보적인 이야기이다. 사우전드 아일랜드로 놀러갔을 때 배를 타고 미완성의 볼트 캐슬을 지나가는데 가이드가 위의 이야기를 그대로 해 줬다. 하지만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유래에도 관광객이 아는 버전과 그 지역 주민 사이에 널리 퍼진 버전이 있듯, 이 이야기에도 지역 주민 사이에 오래도록 전해 오는 버전이 따로 있다
--- pp.191-194

시라큐스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캣스킬산(Catskill Mountains)이 나온다. 깊은 산이 첩첩이 둘러선 이 산의 동쪽 끝에는 허드슨강이 남으로 흘러가는 골짜기가 나온다. 서쪽으로 캣스킬산을 끼고 북으로 알바니에서부터 남으로 뉴욕시까지 내려가는 이 골짜기를 허드슨 밸리라고 부른다. 캣스킬산과 허드슨 밸리는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몇 년 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미국의 인상주의 그림들을 모아 전시를 해서 가 본 적이 있다. 미국 인상주의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엮어서 보여 주는데 제일 처음에 허드슨 리버 스쿨(Hudson River School)이라는 화풍의 화가들 그림부터 시작했다. 허드슨 리버 스쿨은 엄밀히 말해 인상주의는 아니고 인상주의의 전조에 속하는 화풍이다. 이들은 풍경화를 매우 낭만적인 화풍으로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허드슨 리버 스쿨의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가 모두 캣스킬산과 허드슨 밸리를 그린 그림들이다. 그리고 이 허드슨 리버 스쿨의 원조는 토마스 콜(Thomas Cole)이라는 사람이다.
--- pp.245-246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각계각층의 백인, 자유 흑인, 노예였다가 탈출에 성공한 흑인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곧 미국 20달러 지폐에 미국 대통령 앤드류 잭슨을 밀어내고 흑인 최초로 얼굴이 새겨질 탈출 노예 출신의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이라는 사람이다.
그녀는 노예로 태어나 살다 탈출에 성공해 시라큐스에서 자동차로 삼십분 정도 가는 어번(Auburn)이라는 동네에 살며 ‘모세 작전(Operation Moses)’을 펼쳤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 홍해를 건너 자유의 세계로 인도했다는 성경의 이야기를 빗대어 만든 작전명이다. 그녀는 자신이 탈출 노예이면서도 겁도 없이 남부 노예주를 무시로 드나들며 노예들을 구출해 북으로 데리고 올라왔다. 그리고 지하 조직원들의 집에 숨으며 어번의 그녀의 집으로 노예들을 인도하고 캐나다로 탈출시켰다.
해리엇 터브먼과 다른 기관사들이 탈출시킨 노예의 대다수가 오스위고로 왔다. 오스위고의 온타리오호에서 배를 타고 바로 호수 건너편으로 가면 자유의 땅 캐나다였기 때문이다. 오스위고 근방에는 이들을 숨겨 주던 ‘기차역’이 여러 집 있었다.
--- pp.273-274

나도 팜 투 테이블의 신봉자라 매주 토요일에 서는 파머스 마켓에 가서 재료들을 사다 음식을 해 먹는다. 금요일에 수확한 야채를 토요일에 장으로 가져오는 브랜든의 시금치는 내가 매년 가장 기다리는 야채이다. 또 그의 당근은 참 못생기기도 했는데 그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나는 어려서 생당근을 먹지 못했다. 너무 향이 강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당근 먹기가 수월해졌다. 나는 그게 내 입맛이 변해서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당근 맛이 언제부터인가 물을 탄 듯 밍밍해졌다. 브랜든의 흙이 잔뜩 묻은 당근은 어떤 때 수삼 비슷한 맛이 날 때도 있어 꿀을 찍어 먹을 때도 있다. 케이시가 가져오는 버섯들은 슈퍼마켓에서는 도저히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하다. 흔히 말렸다 가루로 빻아서 조미료로 사용하는 표고버섯 기둥조차 연하고 부드러워 그냥 볶아 먹을 수 있다. 파머스 마켓에 오는 사람들 중 내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찾는 집이 세 집 있다. 살의 맥주, 웬디의 고기와 달걀 그리고 앤드류의 커피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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