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음 세대를 위한 양육은 교회학교가 전적으로 책임을 졌습니다. 그런데 그 책임이란 게 일주일의 총 168시간 중 1시간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듣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신앙교육이 일주일 중 1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성경적이고 기독교 교육적인 대답을 제시하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다음 세대 신앙 전수에 있어 한국 교회가 당면한 위기 앞에서 하나님이 믿음의 부모 세대에게 주신 거룩한 사명 선언문이자 실천 매뉴얼입니다. 성경을 통해 발견케 하고 현장의 부흥을 통해 확인케 하시며, 교육적 실천을 통해 다시금 꿈꾸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직분이 목회자든 평신도든, 교회학교 교사든 믿음의 부모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든 손주를 둔 조부모든, 이제 우리에게는 공통적인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의 부모 세대를 통하여 우리의 자녀 세대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사명은 자녀 세대가 강력한 예수 세대로 설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 p.26~27
“해인아, 이번 기말고사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열심히 공부해, 엄마는 열심히 기도할게!” 이렇게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딸은 아마 ‘아, 신앙은 여차하면 제쳐 둬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급할 땐 찾고, 손해 볼 것 같을 때는 여지없이 버리는 예수님이 어떻게 자녀의 인생을 지켜 줄 것이라고 믿겠습니까? 그보다 스펙이 인생을 지켜 주는 진짜라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동부와 청소년부 등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신학생들의 전언에 의하면, 최근 교회학교 결석 원인 1위가 가족여행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다음 세대가 무너지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았지만, 이 결과로 볼 때 예배를 소홀히 여기는 부모 세대의 안이함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여차하면 신앙은 제쳐 둬도 되는구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나 학원을 탓할 때가 아닙니다.
--- p.67~68
지금까지 한국 교회 다음 세대 신앙 전수는 한마디로 교회학교 위탁형 세대별 신앙교육 패러다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중 고작 한 시간 교회학교에서 받는 훈련으로는 신앙이 전수되지 않습니다. 성경을 통해서도 확인했듯이, 하나님은 부모에게 신앙 전수의 책임을 맡기셨고, 앉거나 서거나 길을 가거나 누워 있거나 부지런히 말씀을 가르치라 명령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양육하라 하지 않고, 평생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양육하고 양육받으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지금처럼 교회학교에만 신앙교육을 위탁해서는 안 되고, 직접 신앙을 전수하는 말씀 전달자, 제자 양육자, 신앙 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가 당면한 삶의 구체적인 이슈마다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을 따라 세상을 이기며 온전한 가정 공동체를 세워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제 ‘교회학교 위탁형’ 신앙교육에서 ‘세대 간 가정-교회 연계’ 신앙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 p.82~83
하나님은 인격의 하나님이시므로 그분의 말씀은 마땅히 우리의 심령 안에서 지식적인 동의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참여와 의지적인 결단을 통하여 우리의 전인격이 응답하기를 요청합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이렇듯 진리의 말씀을 듣고, 인격적으로 동의하고 결단하면서 이전과 다른 변화된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믿음은 행함으로 온전하게 자란다(약 2:22)고 선언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받은 은혜로 인해 순종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감사할 것이며, 은혜는 우리로 하여금 주어진 삶을 열정적으로 살도록 인도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결단하는 주일예배와 성경공부만으로는 신앙의 전수를 완수할 수 없습니다. 신앙 전수는 주중에 삶의 현장에서 들은 말씀이 실천되는 것까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 세대 신앙 전수 사역에는 필연적으로 예배와 교육, 교회와 가정, 주일 교육과 주중 양육, 교회학교 교사와 가정의 신앙교사, 신앙과 생활의 연결과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요구됩니다.
--- p.100~101
누군가를 신뢰할 만하다는 것은 그 대상으로부터 지나친 사랑을 받을 때입니다. 내가 기대한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내가 기대한 희생보다 더 큰 희생을 받으며, 내가 생각한 용서보다 더 큰 용서를 경험할 때, 사람은 신뢰와 사랑을 보내게 됩니다. 청소년에게 이런 이가 누구입니까? 부모와 교사입니다. 한없이 작아 보이는 자신에게 너는 존재만으로 존귀하다고 말해 주는 부모과 교사가 있는 한, 자녀들은 가정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적받아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받아서 변합니다. 세상의 지식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십자가의 사랑과 무차별적인 용서를 경험할 때 자녀들은 변합니다. 이 십자가 복음 안에서 세상과 전혀 다른 비전과 사명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회심(conversion)이 어린 자녀에게 일어나도록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가정과 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청소년 사역의 비전은 여기에 있습니다. 가정과 교회가 청소년기 자녀들에게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존귀한 존재임을 일관되게 알려 주고, 그들 내면의 소망과 비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 주고 대화를 시도하며 기도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 p.142
믿음의 부모가 신실한 정원사로서 하나님께 받은 사명은 자녀를 교회학교 예배 시간에 늦지 않게 데려다 주는 영적 배달부가 아니라,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세워 가는 제자 양육자(disciple-maker)입니다. 부모가 제자 양육자가 된다는 것은, 교회학교의 예배와 양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넘어서 부모 자신이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신앙생활에서 자녀의 모범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입술의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삶의 고백을 통해서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말씀으로 제자화하는 효과적인 교육법은 부모가 먼저 경험한 하나님을 자녀에게 인격적으로 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부모의 신앙 고백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지혜로 하는 것이어서 자녀는 이를 지식이 아닌 진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지시와 통제보다는 환대와 자유로, 조급함과 경쟁보다는 신뢰와 격려로 자녀를 대하게 되고, 결국 부모와 자녀의 신앙과 삶이 함께 성숙해집니다.
--- p.173~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