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과 관련된 모습들은 2,000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편두통 증상도 그렇지만 환자들이 편두통을 겪어내는 방법, 편두통 발생 형태, 편두통을 촉발하는 요인들, 환자가 편두통과 함께 또는 편두통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방식들 모두가 그대로다. 따라서 이 문제를 생생하고 자세히 다루는 일은 늘 의미심장하다.
p.11 (1992년 개정판 서문 중에서)
첫 환자를 보았을 때만 해도 나는 편두통을 단지 특이한 종류의 두통이라고만 생각했다. 더 많은 환자를 보면서 두통이 편두통의 유일한 증상도 아니고, 편두통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언제나 두통이 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는 파악하기 어려운 이 병에 대해 좀 더 깊이 조사했는데,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할 뿐, 어떤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려웠고 더 잘 이해할 수도 없었다. …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본 뒤에야 비로소 편두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 편두통은 신경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구조물이며, 동시에 정서적 또는 생물학적 목적을 위해 선택된 전략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편두통을 육체적이면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묘사하면서 이 두 가지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p.17 (1970년 초판 서문 중에서)
그러나 편두통에 대해 알려진 바는 아주 적고 연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올리버 색스 박사는 오랫동안 부족했던 전체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 일을 해왔다. 임상학 분야에서의 대단히 정력적인 활동을 통해 그는 편두통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현대의 지식을 거의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 편두통 전반에 걸쳐 비밀을 밝히려는 올리버 색스 박사의 투지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와 같은 성공은 개별 환자에게는 물론 의사들과 의료계, 나아가 사회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p.21~23 (추천 서문 중에서)
편두통은 인류의 적잖은 소수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어떤 문명에서나 발생했고 역사의 여명기 기록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편두통이 시저나 바울, 칸트, 프로이트에게 채찍이나 격려였다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그 형태와 증상은 버턴Burton이 처량하게 말했던 것처럼 “프로테우스도 그렇게 다채로울 수 없을 만큼 변칙적이고, 기묘하며, 각양각색이고, 끝도 없다.”그 성질과 원인은 히포크라테스를 헷갈리게 했고 2,000년 동안 논쟁의 주제가 되어왔다.
p.25 「편두통 역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중에서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의사들의 생각을 지배했던 편두통 성질에 대한 이론에는 두 종류가 있었다. 18세기 말이 되어서도 둘 다 여전히 심각한 토론의 대상이었고, 두 종류 모두 다양하게 변형되어 오늘날까지 광범위하게 대중의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이 두 가지 고전적인 이론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일은 필요 이상으로 넘치는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두 가지 이론인 체액 이론과 교감交感, sympathetic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p.27~28 「편두통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중에서
18세기에 살았던 최고의 임상 관찰자들, 말하자면 티소(편두통에 관한 많은 저서를 썼다. 그의 1790년 논문은 윌리스가 쓴〈두통에 관하여〉의 진정한 계승작이다), 휘트, 체인, 컬런, 시드넘 등과 같은 사람들이 신체적 증상과 정서적 증상을 두고 어떤 자의적인 구분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들은 모든 증상을 뭉뚱그려 통합적인 “신경장애”로 간주했다. … 19세기의 이론들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보편성이 부족했고 대개는 이런저런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구조적 병인病因에 관심을 보였다.
p.33~34 「편두통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중에서
편두통은 시작될 때부터 신체적인 것이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된다. 편두통은 생리적·정서적 요구 모두를 표현하며 정신생리학적 반응의 원형이다. 그러므로 편두통을 이해하려는 생각들을 통합하려면 신경학과 정신의학 양쪽 모두(생리학자 캐넌Cannon과 분석학자 그로덱Groddeck에 의해 파악되고 다가가게 된 수렴점)에, 그리고 동시에 기초해야만 한다.
p.36 「편두통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중에서
첫 번째 문제는 편두통이라는 낱말에서 시작된다. 이 낱말에는 격렬한 두통이 이 병의 특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두통headache은 절대로 편두통의 유일한 증상이 아니며, 실제로 편두통 발작의 필수 증상도 아니다. … 복잡한 편두통에는 다양한 증후군들이 있고 이런 증상들은 다른 증상들과 겹치거나 연결되거나 변형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일반 편두통Common Migraine인데, 편두통 두통이라는 기본적인 증상을 중심으로 무리 짓고 있는 온갖 종류의 편두통 증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1장). 두통을 제외한 요소들이 다른 비슷한 임상 양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을 우리는 편두통 유사증상Migraine Equivalent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제목 아래, 주기적으로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발작으로 욕지기와 구토, 복통, 설사, 발열, 졸음, 기분 변화 같은 것을 다룰 것이다(2장).
… 특히 격렬하고 드라마틱한 형태의 발작인 편두통 아우라에 대해서는 따로 다룬다. 그런 아우라는 독립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그 뒤에 두통이나 욕지기, 또 다른 모습의 복합적인 편두통이 따르기도 한다. 뒤따르는 이런 증후군 전부를 가리켜 고전적 편두통Classical Migraine이라고 한다(3장). … 더불어 가성 편두통Pseudo-Migraine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다. 이것은 기질적인 병변organic lesion이 진짜 편두통을 모사해내는 것이다(4장).
p.38~39 「1부를 시작하며」 중에서
일반 편두통의 주요 증상은 두통과 욕지기다. 그러나 환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가벼운 장애와 생리학적인 변화와 함께 이를 보완하는 다양하고 중요한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증상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은 뒤부아레이몽이 말한, 신체와 정신이 경험하게 되는 “무척 혼란스러운 느낌”인데 환자가 묘사하기에는 너무 힘들거나 불가능하다. 편두통의 특성은 그 증상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데에 있다. 환자마다 일어나는 발작이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환자에게서 계속되는 발작도 다양하다.
p.42 「1장 일반 편두통」 중에서
오랫동안 편두통은 한쪽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묘사되었는데, 이런 형태는 드물지 않다. … 편두통이 지속되는 시간은 아주 다양하다. 극단적으로 심한 발작 상태(편두통성 신경통)에서의 통증은 몇 분 정도 지속될 뿐이다. 그러나 일반 편두통은 대개 8~24시간 지속되며, 3시간 이하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가끔은 통증이 며칠 동안 지속되거나 일주일을 넘기기도 한다. … 편두통의 통증 강도는 극단적으로 다양하다. … 발작 기간 동안 똑같은 강도로 죽 이어지지도 않는다.
p.42~45 「1장 일반 편두통」 중에서
욕지기는 일반 편두통을 겪는 동안에 발작이 사소하면서 간헐적이든, 지속적이면서 지독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생긴다. ‘욕지기nausea’라는 낱말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리고 비유적인 의미로 써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욕지기는 구체적인 느낌일 뿐 아니라 심리 상태며 행동 패턴이기도 하다.
p.46 「1장 일반 편두통」 중에서
많은 환자들이, 특히 의지가 강하며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편두통에 조금도 꺾이지 않고 일상적인 일과 놀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각한 편두통은 그 특성상 얼마간의 무기력감과 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혈관성 두통은 머리의 움직임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몸이 알아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이런 점이 발작의 유일한 또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는 없다.
p.52 「1장 일반 편두통」 중에서
편두통 상태에 동반되는 두 종류의 과민성이 관심을 끄는데, 첫 번째는 ‘기분 변화와 방어적인 은둔’이라는 측면이다. 이는 많은 편두통 환자에게 아주 일반적인 행동이며 사회적인 태도다. 두 번째는 ‘광범위한 감각신경 흥분과 흥분성’ 때문에 생기는 과민성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오래전 티소의 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런 환자는 너무 심하게 과민해서 어떤 감각 자극도 견딜 수 없어 한다. 특히 편두통 환자들은 광선공포증이 되기 쉽다. 국부적으로나 전체적으로 빛에 의한 자극이 심하게 불편해진다. 그리고 빛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발작의 전 기간 중에 보이는 가장 뚜렷한 외형적 특성이다.
p.60 「1장 일반 편두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