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대학을 졸업했을 때, 나는 수학이 인기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 자체가 글러 먹었기 때문이다. 수학 수업은 아름답고 상상력 넘치고 논리적인 예술을 가져다가 잘게 채를 썬 다음 다시 원래대로 조각 맞추기를 하라는 불가능한 과제를 학생들에게 준다. 그러니 학생들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고, 학생들이 수학에 낙제하는 것도 당연하고, 어른들이 수학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치를 떠는 것도 당연하다. 그 해법은 너무 뻔했다. 수학은 더 나은 설명이 필요하고, 더 나은 설명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 p.7, ‘머리말’ 중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은 지적 과업을 이루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닦아 놓았다. 유클리드는 자신의 지난 통찰들을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귀중한 교과서에 담았다. 칸토어(Cantor)는 무한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따르기 쉬운 간결한 논증 속에 농축해 놓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조화 분석(harmonic analysis) 학자들의 멘토였던 스타인(Stein)은 자신만큼이나 위대한 수학자들의 조언자가 됐다.
(……)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없는 수학자는 그날의 나처럼 자기 생각 속에 섬처럼 혼자 고립되어 남에게 닿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아는 진리를 공유할 수 있는 수학자는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마음과 영웅 대접을 받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 p.68~69, 제1부 제5장 ‘뛰어난 수학자와 위대한 수학자’ 중에서
인생도 마찬가지다. 무작위로 일어나는 일회성 사건들로 가득하다. 예상도 못 했는데 기차가 지연되기도 하고, 뜻하지 않았던 역전승을 거두기도 하고, 난데없이 마법처럼 주차할 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폭풍이 몰아치는 이 세상에서는 못 일어날 일이 없고, 운명은 결코 사건을 예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전 던지기를 수조 번 해 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장기적인 평균치로 잘 다듬어진 세상이 기다린다. 여기서는 모든 동전 가운데 절반은 앞면이 나오고, 새로 태어나는 아기 가운데 절반은 사내아이고, 100만분의 1 확률의 사건은 얼추 100만 번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눈부시게 화창한 이 이론의 세상에서는 변덕이나 우연이 존재하지 않는다. 변덕과 우연은 바다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모든 가능성의 총합에 매몰되어 사라지고 만다.
확률론은 이 두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준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거칠고 모호한 것투성이라 확률론이 필요하다. (……) 죽을 운명인 우리는 결코 영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지만 확률론 덕분에 그 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다.
--- p.172~173, 제3부 ‘확률론: 어쩌면의 수학’ 중에서
통계학은 분류, 추정, 예측을 통해 우리가 현실의 강력한 모형을 구축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 이 모든 과정이 단순화에 달려 있다. 그렇다. 단순화는 생략을 통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만 사용하면 통계학은 정직한 거짓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은 호기심에서 연민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각 속에 들어 있는 온갖 미덕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따지면 통계학은 이 책에 그려 넣은 막대 인간(stick figures)과 그리 다를 바 없다. 통계학은 현실 세계를 그린 이상한 그림이다. 손도 코도 없는 그림이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독특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 p.271, 제4부 ‘통계학: 정직하게 거짓말하는 기술’ 중에서
과학은 결코 절대적 확실성이나 슈퍼맨 같은 완벽함으로 정의되었던 적이 없다. 과학에서는 언제나 건강한 회의주의 시각에서 모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런 싸움에서 통계학은 없어서는 안 될 동맹이다. 통계학이 과학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데 한몫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데도 한몫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 p.336, 제4부 제18장 ‘과학의 성문 앞에 들이닥친 야만인: p값의 위기’ 중에서
최근 열 번의 선거 가운데 다섯 번은 공화당에, 다섯 번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것을 평균 내면 민주당이 0.1퍼센트 미만으로 어드밴티지를 누렸다고 나온다. 실버는 이렇게 지적한다. “한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선거인단 어드밴티지를 누리느냐, 그리고 4년 후에는 어느 정당이 어드밴티지를 누리느냐 하는 것 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전체 유권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미묘한 변화에 따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 p.435, 제5부 제23장 ‘미국 대선은 빨강 파랑 색칠 놀이?!’ 중에서
트버스키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선택들은 예측 가능한 인과 관계를 따른다. 하지만 큰 규모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악마같이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낸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맥락에 좌우된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군중은 그렇지 않다. 군중의 정교한 상호 관계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일부 패턴은 증폭하고 일부 패턴은 지워 버린다.
인생 게임이 로렌츠의 날씨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대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카오스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은 무엇이든 매끄럽게 펴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고 진실을 보기 편한 소수 자리로 반올림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 카오스를 자유자재로 다루어 그 패턴을 드러내려면, 또는 패턴이 없음을 드러내려면 우리 뇌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른 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 p.451, 제5부 제24장 ‘역사의 카오스’ 중에서